렛미인 번역 -3-

 

오스칼의 엄마는 식탁에서 오스칼의 손을 붙잡았다. 그녀의 눈에는 눈물이 맺혀 있었다.

“절대로 숲에 혼자 가서는 안 돼! 알아 듣겠니?”

오스칼 나이 또래의 소년이 발링바이에서 살해되었다. 그 사건은 지난 석간신문에 실렸고 오스칼의 엄마는 집에 왔을 때부터 불안에 빠져 있었다.

“누구나 당할 수 있는 일이야. 생각도 하기 싫어.”

“하지만 거긴 발링바이에요.”

“ 넌 그런 일을 저지를 수 있는 사람이 지하철을 타고 두 역 너머에 갈 수 없을거라 생각하는거니? 걷거나? 걸어서 여기 블랙버그까지 와서 그런 짓을 할 수 없을 것 같아? 너 숲에서 오래 있었니?”

“아니요.”

“너 다시는 뒤뜰 너머로 가지 마라. 살인자가 잡히기 전 까지는.”

“그럼 학교에도 가지 말라구요?”

“당연히 학교에는 가야지. 하지만 학교가 끝나면 바로 집으로 돌아와라. 내가 오기 전 까진 이 건물 안에서 나가지 마.”

“별 일 아니에요.”

“너 정말 죽고 싶은거니? 그래? 넌 숲에 가서 죽고 싶어하고, 난 여기에 앉아서 걱정하며 기다리는 동안... 넌 저 숲에서 어떤...”

눈물이 그녀의 눈에서 솟아오르기 시작했다. 오스카는 엄마의 손을 잡았다.

“숲에 가지 않을께요. 약속해요.”

“오스칼, 넌 내가 가진 전부야. 어떤 일도 일어나선 안돼. 그 땐 나도 같이 죽게될거야.”

“음... 정확히 어떤 일이 벌어진 거에요?”

“어떤 일이라니?”

“그러니까, 그 살인사건이요.”

“내가 어떻게 알겠니? 어떤 미친놈이 어린 아이를 죽였어. 죽었지. 그 아이의 부모는 완전히 망가져 버렸을거야.”

“자세한 이야기가 신문에 실리지 않았나요?”

“그 이야기는 읽고 싶지 않구나.”

오스카는 엑스프레센 지를 들고는 페이지를 넘기기 시작했다. 그 사건은 네 면을 가득 채우고 있었다.

“그런 기사를 읽지 마라.”

“그저 확인하는 것뿐이에요. 이거 가져가도 돼요?”

“그거 읽지 마. 엄마 장난치는 거 아냐. 잔인한 이야기들은 너에게 좋지 않단다.”

“전 그냥 오늘 TV에서 뭐 하는지 보는 것 뿐이에요.”

오스칼은 신문을 방으로 가져가기 위해 일어섰다. 엄마는 오스칼을 꼭 껴안더니 젖어있는 뺨을 얼굴에 부볐다.

“오스칼, 내가 널 얼마나 아끼는 지 모르겠니? 만약 무슨 일이 너에게 생기면”

“알아요, 엄마. 조심하고 있어요.”

오스칼은 잠시 그녀를 안아준 다음 조심스럽게 떼어냈다. 방으로 돌아가 그의 뺨에 묻어 있는 엄마의 눈물을 닦아냈다.

이거 멋진데.

그가 생각하기에 소년은 숲에서 놀고 있던 와중에 살해당했다. 불행하게도 그는 조니가 아니라 발링바이의 한 아이에 불과하다.

그 날 오후의 발링바이 전체는 마치 장례식 같았다.오스칼은 집으로 돌아오기 전 기사의 헤드라인을 보았었다. 단순히 기분 탓이었는지도 모르지만 사람들은 어쩐지 더 천천히 말하고 평소보다 훨씬 느릿느릿 걷는 것 같았다.

오스칼은 공구점에서 삼백 크로노르 짜리 날카로운 사냥칼 하나를 훔쳐내었다. 오스칼은 잡혔을 때를 대비한 핑계거리 몇몇을 생각해 두었었다.

“죄송해요. 전 단지 살인자가 너무 걱정되었어요.”

오스칼은 아마도 몇 방울의 눈물을 짜낼 수 있을 것이다. 만약 상황이 그렇게 흘러간다면 말이다. 사람들은 의심하지 않고 오스칼을 놓아줄 것이다. 어쨋거나 오스칼은 잡히지 않았고 사냥칼은 비밀장소의 스크랩북 옆에 놓여져 있다.

오스칼은 생각할 시간이 필요했다.

자신의 게임이 어떤 식으로든 살인을 불러일으킨 것일까? 오스칼은 그 생각이 사실이 아님을 알았지만 쉽사리 머리에서 떨쳐낼 수가 없었다. 그가 읽은 책은 그러한 내용들로 가득했다. 사람의 생각이 실제로 어떤 일들을 불러일으킨다는.

텔레케네시스. 부두.

하지만 어디서, 언제, 무엇보다도 어떻게 그 사건이 일어났지? 만약 그 시체에 수십개의 자상이 있다면 오스칼은 심각하게 자신의 힘에 대해 생각해봐야할 것이다. 어쩌면 그가 계발시킬 수도 있을 힘.

아니, 어쩌면 그 나무... 그것이 열쇠인지도 몰라.

그가 찔러댄 썩은 통나무. 어쩌면 거기에 특별한 무엇인가가 숨겨져 있는지 모른다. 통나무에 무엇인가를 저지르면, 힘을 얻어 멀리 퍼진다.

수많은...

오스칼은 살인 사건에 대한 모든 기사를 읽었다. 학교에 와서 마약에 대한 수업을 하던 경찰관이 한 페이지에 걸친 인터뷰를 했다. 경찰관은 현재로서는 더 이상의 이야기를 할 수 없다고 말했다. 국가범죄과학수사국에서는 범죄현장에서 수집한 증거들을 검사하고 있었다. 이제 기다리고 있으면 결과가 나올 것이다. 신문에는 학교 졸업앨범에서 발췌한 죽은 소년의 사진도 올라와 있었다. 그는 조니와 미케와 닮았다. 어쩌면 발링바이의 또 다른 오스칼은 마침내 자유가 되었을 것이다.

발링바이에서 핸드볼을 연습하고 돌아가던 소년은 결코 집으로 돌아가지 못했다. 연습은 다섯시 삼십분에 시작했다고 한다. 소년은 아마 집에서 다섯시 쯤에 떠났을 것이다. 그러므로 아마도...

오스칼의 머리속으로 무엇인가 스쳐가기 시작했다. 시간이 정확하게 들어맞는다. 그리고 소년은 숲 안에서 살해당했다.

그래? 내가 그런거야?

열여섯살 먹은 소녀가 시체를 발견하고 경찰에 연락했다. 그녀는 “심각한 충격”을 입었다고 쓰여져 있었다. 시체의 상태에 대해서는 아무런 언급이 없었다. 하지만 소녀가 “심각한 충격”을 입었다는 것은 시체가 어떤 식으로든 난자된 상태였다는 것을 의미한다. 보통 신문에서 “충격”이라는 말을 쓸 때는 그러하다.

그 어두컴컴한 숲에서 소녀는 무엇을 하고 있었던 것일까? 별 일 아니었을 것이다. 솔방울 따고 있거나 했겠지. 하지만 왜 소년이 어떻게 죽었는지에 대한 기사가 없는거지? 신문에는 오직 범죄현장의 사진 만이 실려 있을 뿐이다. 경찰 통제선이 커다란 나무를 중심으로 한 공터에 처져 있었다. 아마 내일 쯤엔 촛불이 가득 켜지고 “어째서?”나 “네가 그리울 거야” 같은 글씨가 써져 있는 종이가 놓여진 사진이 찍힐 것이다. 오스칼은 일이 그런 식으로 흘러간다는 것을 알았다. 오스칼의 스크랩북에 몇몇 유사한 사례가 있다.

아마도 모든 것이 그저 우연일 뿐일 것이다. 하지만 만약...

오스칼은 문소리를 들었다. 엄마가 설거지를 하고 있었다. 오스칼은 공기중에 몇 번이나 칼을 휘둘렀다. 살인자. 오스칼이 자신의 힘을 완전히 익히고 나면 조니와 미케, 그리고 토마스는 다시는 오스칼을 괴롭힐 수 없을 것이다. 오스칼은 다시 찌르고 싶었지만 그만두었다. 바깥에서 누군가 오스칼을 볼 수도 있었다. 바깥은 어두웠지만 오스칼의 방에는 불이 켜져 있었다. 그는 바깥을 쳐다보았지만 오직 창문에 비친 자신만 보일 뿐이었다.

살인자.

오스칼은 칼을 다시 비밀장소로 집어넣었다. 이것은 게임일 뿐이다. 이러한 종류의 일은 현실에서 일어나지 않는다. 하지만 오스칼은 살인사건에 대한 자세한 정보가 필요했다. 지금 당장.

 

+

 

토미는 흔들의자에 앉아 콧노래를 부르며 모터사이클 잡지를 읽고 있었다. 책을 위로 치켜들고 읽고 읽기 때문에 쇼파 위에 앉아 있는 라세와 로반도 실린더 크기와 최대속도에 관한 사진을 볼 수 있었다. 빛나는 재질의 종이에 반사된 알전구의 불빛이 시멘트와 나무로 이루어진 벽에 마치 세로로 긴 고양이의 눈 같은 그림자를 만들어내고 있었다.

토미는 무척 초조했다.

토미의 엄마는 발링바이 경찰서에서 일하는 스테판과 데이트하고 있었다. 토미는 스테판을 그리 좋아하지 않는다. 사실, 싫어하는 것에 가깝다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아는 체를 잘하고 기름진 목소리를 가진 사내다. 종교적인 남자이기도 하다. 하지만 토미는 엄마를 통해 이런 저런 이야기를 들었다. 스테판이 토미의 엄마나 토미를 포함한 그 누구에게도 말해서는 안 되는 이야기들이다. 하지만...

예를 들면 아일랜즈올게트의 라디오 스토어의 도난 사건에 대한 경찰 조사가 얼만큼 진행되었는지에 대한 이야기. 토미와 로반, 라세가 저지른 도난 사건이다.

범인에 대한 단서가 없다. 이것은 정확히 토미의 엄마의 입에서 나온 말이다. “범인에 대한 단서가 없다.” 스테판의 입에서 나온 말이다. 도망칠 때 썼던 자동차에 대한 언급도 없었다.

토미와 로반은 이제 열여섯으로 고등학교 1학년이었다. 라세는 열아홉으로 지능에 문제가 있다. 그는 울브슨다의 LM 에릭슨 공장에서 금속을 솎아내는 작업을 하고 있었다. 라세에게는 운전면허증이 있고 하얀색의 사브-74모델을 가지고 있었다. 그들은 스프레이로 차체의 색깔을 바꾸었다. 그러나 상관없다. 아무도 차를 보지 못했다.

그들은 훔쳐낸 물건을 지하창고 건너편 아무도 사용하지 않는 창고에 보관했다. 그들은 금속 절단기로 체인을 잘라낸 다음 그것을 새로운 자물쇠로 쓰기 시작했다. 그곳에 들어가는 것이 원래의 목적이었기 때문에 그 물건들을 가지고 무엇을 해야하는지 알 수 없었다. 라세는 가지고 나온 카세트 테이프를 이백 크로노르를 받고 친구에게 팔았고, 그것이 끝이었다.

그것은 망하는 지름길과 같은 짓이었다. 라세는... 조금 멍청하기 때문에 아무런 물건도 팔지 못하게 해야 한다. 하지만 이제 사건으로부터 2주나 지났고 경찰들은 또 다른 일들로 바빴다.

토미는 계속 페이지를 넘기면서 미소를 지었다. 그들을 바쁘게 만들 일들이 참으로 많지. 로반은 손가락으로 그의 허벅지를 두드리고 있었다.

“와서 이것좀 봐.”

토미는 잡지를 들어올렸다.

“카와사키. 삼백 큐빅. 가솔린 투입구하고...”

“좀 있어봐. 그거나 말해봐.”

“뭐... 살인사건 말야?”

“그래!” 토미는 입술을 두드리며 생각하는 척을 했다.

“어떻게 된거래?”

라세는 그의 길다란 몸을 마치 반으로 접힌 잭나이프 처럼 눕혔다.

“그래, 좀 들어보자.”

토미는 잡지를 치우고는 라세와 눈을 마주쳤다.

“이거 꽤 무서운 이야기라구. 정말 듣고 싶어?”

“괜찮아.”

라세는 굉장히 터프해보였지만 두 눈에는 불안이 감돌았다. 이상한 얼굴을 하고는 우스운 목소리를 내는거다. 라세를 정말로 겁먹게 해서는 안 된다. 한 번은 라세와 로반이 라세 엄마의 화장품을 이용해서 좀비처럼 분장하고는 불을 꺼놓고 기다렸었다. 라세는 결국 자신의 바지에 똥을 지렸고 로반의 눈에 커다란 멍을 만들어놓았던 것이다. 그 뒤로 그들은 라세를 겁줄 때 조금 더 조심하게 되었다.

이제 라세는 팔짱을 끼고 앉아 들을 준비가 되어있다는 눈치를 보냈다.

“알았어. 그럼... 이건 평범한 살인사건이 아냐. 알겠어? 경찰들이 나무에 매달린 시체를 찾았대.”

“무슨 뜻이야? 목을 맸다고?” 로반이 물었다.

“아니. 목을 맨건 아냐. 다리부터 매달렸어. 나무에 거꾸로 매달린거야. 다리를 묶여서.”

“그런 개 같은! 하지만 그런다고 죽지는 않잖아?”

토미는 로반이 중요한 점을 지적했다는 듯이 오랫동안 바라보았다. 곧 토미는 다시 입을 열었다.

“응. 맞아. 죽지 않지. 하지만 그 녀석의 목은 잘려있었대. 그것 때문에 죽은 거지. 목을 통 채로. 잘라 젖혀 놓은거야. 멜론을 자르듯 말이야.” 토미는 손가락으로 목을 훑으며 칼자국의 궤적을 그었다. 라세는 자신의 목을 보호하듯이 손으로 감쌌다. 라세는 느리게 머리를 끄덕였다.

“하지만 왜 거꾸로 매달아놓은 거지?”

“글쎄. 왜라고 생각해?”

“모르겠어.”

토미는 아랫입술을 깨물어 생각에 잠긴 듯 얼굴을 찌푸렸다.

“이제 정말 이상한 부분이 뭔지 말해줄께. 사람의 목을 자르면 분명히 죽어. 그러면 분명히 피가 아주 많이 뿜어 나오겠지?” 라세와 로반은 고개를 끄덕였다. 토미는 잠시 뜸을 들였고 팽팽한 긴장이 감돌았다.

“그런데 시체가 매달려 있던 곳의 땅에는 거의 핏자국이 없었다는거야. 겨우 몇 방울 떨어졌을 뿐이래. 그렇게 거꾸로 매달려 있었으면 몇리터 쯤은 거뜬히 흘렸을텐데 말이야.”

지하실은 조용해졌다. 라세와 로반은 텅빈 눈으로 허공을 응시했다. 로반이 일어서서 외쳤다. “알겠어. 그 자식은 다른데서 죽은 다음 누군가가 그 자리에 가져다 놓은거야.”

“으음. 하지만 그렇다면 범인은 어째서 시체를 거꾸로 매달아놨겠어? 보통 사람을 죽이면 시체를 숨기기 마련인데.”

“아마도... 정신이 나갔을꺼야.”

“뭐, 어쩌면. 하지만 내 생각은 달라. 도살장에 가본 적 있어? 돼지를 잡은 다음 어떻게 하는지 알아? 돼지의 고기를 갈라내기 전에 피를 뽑아내. 그들이 어떻게 피를 뽑아내는지 알아? 갈고리에 거꾸로 매달아놔. 그리고 목을 가르는 거야.”

“그런단말야? 돼지를?”

“응. 어쩔거라고 생각한거야?”

“무슨 기계가 있을 줄 알았지.”

“그게 더 나을 거라는거야?”

“아니. 하지만... 그 돼지들은 살아있어? 거꾸로 매달려서?”

“응. 살아있지. 몸부림치고, 울어대.”

토미는 매달린 돼지같은 소리를 냈다. 라세는 무릎에 얼굴을 묻고 웅크렸다. 로반은 일어서서 앞뒤로 서성이더니 다시 앉았다.

“하지만 그건 말이 안돼. 만약 범인이 고기를 잘라내려고 했다면 피가 여기저기로 튀었을걸.”

“넌 그가 고기를 잘라내려고 생각하지만 난 안그래.”

“그래? 그럼 뭐라고 생각해?”

“내 생각에 그는 피를 구하고 있었던 거야. 그래서 그 자식을 죽인거지. 피를 뽑아내려고.”

로반은 천천히 고개를 끄덕이며 입가의 여드름에 난 딱지를 긁었다. “그래? 어째서? 그걸 마시려고?”

“어쩌면.”

토미와 로반은 그들이 가진 지식으로 그 살인과 그 후에 생겨났을 일들을 상상했다. 잠시 뒤에 라세는 두 손을 들어올리고 찬찬히 바라보았다. 그의 눈에는 눈물이 맺혀 있었다.

“돼지들 말야. 빨리 죽어?”

토미는 라세만큼이나 심각하게 눈을 마주쳤다.

“아니. 그렇지 않아.”

 

+

 

“잠시 나갔다 올께요.”

“안 돼.”

“그냥 뒷마당에만 갔다 올께요.”

“거기 빼곤 어디도 가면 안 된다. 알겠지?”

“알았어요, 알았어.”

“네가 늦으면 어디로 연락할까?”

“아뇨, 곧 돌아올께요. 전화하지 마세요.”

오스칼은 외투를 입고 모자를 썼다. 그는 부츠를 신기 위해 잠시 멈추었다. 잠시 그의 방으로 돌아가 칼을 챙겨 외투 안 주머니에 숨겼다. 그리고는 부츠의 끈을 묶었다. 거실에서 엄마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바깥은 추워.”

“모자 썼어요.”

“머리에 쓴거 맞지?”

“아뇨. 제 발에요.”

“농담하는게 아니다. 오스칼. 너 이게 네 귀에...”

“다녀올게요 엄마.”

“얼마나...”

 

오스칼은 손목시계를 보았다. 일곱시 십분이다. 그 TV 프로그램이 하려면 45분 정도 남았다. 토미와 그의 친구들은 그 지하실에 있을 것이지만 그곳에 가고 싶지 않았다. 토미는 괜찮지만 다른 녀석들은... 그들은 심심할 때 이상한 장난을 치곤했다.

그래서 오스칼은 뒷마당 가운데의 놀이터로 갔다. 종종 축구골대로 이용되는 두 그루의 커다란 나무와 모래터, 세 개의 타이어와 세사슬로 엮어진 그네가 있다. 오스칼은 그네 위에 앉아 조심스럽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그는 밤의 놀이터를 좋아햇다. 사방은 창문 밖으로 뿜어나오는 불빛으로 가득하는 가운데 오스칼은 어둠 속에 홀로 앉아있다. 안전하고도 외로이. 오스칼은 칼집에서 칼을 꺼내들었다. 칼날은 굉장히 밝게 빛났다. 오스칼은 칼날 속에 비치는 유리창들 속에서 빛나는 달을 볼 수 있었다.

새빨간 달...

오스칼은 일어나서 나무를 향해 다가가 말하기 시작했다.

“뭘 보는거야 이 멍청한 자식! 죽고 싶어?” 나무는 대답하지 않았고 오스칼은 조심스럽게 나무를 찔렀다. 오스칼은 칼날이 소나무에 무뎌지는 것을 원치 않았다.

“날 그렇게 쳐다보면 이렇게 될거야.”

오스칼은 칼을 회수했고 작은 나무조각이 튀었다. 살점이다. 오스칼은 속삭였다.

“돼지처럼 울어봐.”

오스칼은 멈췄다. 무언가 소리를 들은 것 같았다. 오스칼은 칼을 엉덩이 뒤로 숨긴 채 주위를 둘러보았다. 다시 칼날을 눈높이로 들어올려 찬찬히 훑어보았다. 칼면은 여전히 매끄러웠다. 오스칼은 칼날을 거울처럼 사용해서 정글짐을 살폈다. 방금 전 까지만 해도 없었던 그곳에 누군가 서 있었다. 맑은 칼날 위로 흐릿한 형체가 보였다. 오스칼은 칼을 내리고는 그쪽을 바라보았다. 사람이 있었다. 하지만 그것은 발링바이의 살인자가 아니었다. 아이였다.

그곳은 충분히 밝았고 오스칼은 그 아이가 한 번도 본적이 없는 소녀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오스칼은 손으로 칼을 꽉 움켜잡은 채 여자아이를 찌르러 갔다. 아니, 그것은 사실이 아니다. 하지만 오스칼은 순간 그렇게 느꼈다. 그녀는 겁을 먹었을까?

오스칼은 걸음을 멈추고 칼을 칼집에 넣어 외투 속에 갈무리했다.

“안녕.”

소녀는 대답하지 않았다. 오스칼은 아주 가까이 다가갔고 그녀의 큰 눈과 작은 얼굴, 검은 머리칼을 볼 수 있었다. 그녀는 눈을 크게 뜨고 조용히 오스칼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녀의 하얀 손은 정글짐의 철대에 온순하게 놓여 있었다.

“난 안녕이라고 했어.”

“들었어.”

“왜 대답하지 않는거야?”

소녀는 어깨를 으쓱했다. 그녀의 목소리는 오스칼이 기대했던 것 만큼 높지는 않았다. 오스칼 또래의 아이같은 목소리였다.

그녀는 조금 이상했다. 어깨를 덮는 검은 머리. 동그란 얼굴과 작은 코. 헴멧 저널에 나오는 종이인형처럼 생겼다. 굉장히... 예뻤다. 하지만 그게 전부가 아니었다. 그녀는 모자를 쓰지도 않았고 외투를 입지도 않았다. 무척 추운 날씨임에도 그저 얇은 분홍색 스웨터를 입고 있을 뿐이다.

소녀는 오스칼이 찔러댄 나무 쪽을 턱으로 가리켰다.

“저기서 뭐하고 있었어?”

오스칼은 얼굴이 붉어지는 것을 느꼈다. 하지만 이 어둠 속에서 그것을 알아볼 수는 없을 것이다.

“연습”

"무슨 연습?“

"살인자를 대비하는거야.“

“어떤 살인자?”

“발링바이에서 남자아이를 죽인 살인자말야.”

소녀는 한숨을 쉬더니 달을 바라보았다. 그리고는 다시 오스칼을 바라보았다.

“무섭니?”

“아니. 하지만 살인자잖아. 스스로를 보호할 수 있으면 좋은거야. 넌 여기에 사니?”

“응.”

“어디에?”

“저기.” 소녀는 오스칼의 옆집 문을 가리켰다. “바로 네 옆 집.”

“내가 어디에 사는지 어떻게 아는거야?”

“창문으로 널 본 적이 있어.”

오스칼의 뺨이 빨개졌다. 오스칼이 무엇인가 말하려 생각하는 동안 소녀는 정글짐 꼭대기에서 오스칼 앞으로 뛰어내렸다. 거의 2 미터의 높이에서.

체조같은 것을 하나보지?

소녀는 오스칼 만큼이나 컸지만 훨씬 말랐다. 분홍색 스웨터는 그녀의 납작한 가슴 위에 착 달라붙어 있었다. 그녀의 검은 눈은 작고 하얀 얼굴 때문에 무척이나 크게 느껴졌다. 그녀는 한 손을 들어 오스칼에게 가져갔다. 그녀의 손가락은 매우 길고 나뭇가지처럼 날씬했다.

“난 네 친구가 될 수 없어. 알아두길 바라.”

오스칼은 그의 가슴 앞에 팔짱을 꼈다. 코트 밑으로 칼의 질감이 느껴졌다.

“뭐라고?”

소녀의 한쪽 입꼬리가 살짝 웃음을 지으며 올라갔다.

“이유가 필요해? 나는 그냥 사실을 말하는거야. 네가 알 수 있도록.”

“그래, 그래.”

소녀는 몸을 돌려 오스칼로부터 멀어지기 시작해 그녀의 집으로 향하기 시작했다. 소녀가 두어발자국을 걸어가고 나서 오스칼은 물었다. “왜 내가 네 친구가 되고 싶어할거라 생각해? 넌 멍청한 애 같아.”

소녀는 걸음을 멈췄다. 잠시동안 가만히 서 있었다. 그리고는 몸을 돌려 오스칼을 향해 걸어와 앞에 섰다.

“뭐라고?”

오스칼은 팔짱을 낀 팔에 더욱 힘을 주었다. 칼이 더 단단하게 느껴졌다. 오스칼은 땅을 바라보았다.

“넌 바보임에 틀림없어, 라고 말했을거야.”

“오, 그래? 내가?”

“응.”

“미안. 하지만 어쩔 수 없어.”

둘은 50센티미터 정도를 사이에 두고 가만히 서 있었다. 오스칼은 계속해서 땅을 쳐다보았다. 이상한 냄새가 소녀로부터 풍겨왔다.

약 1년 전 쯤 그의 개 바비가 발의 상처가 덧나서 안락사를 시켜야만 했다. 마지막 날 오스칼은 학교에 가지 않고 아픈 개 옆에 몇시간이고 같이 누워 안녕을 고했다. 소녀는 그 바비와 비슷한 냄새가 났다. 오스칼은 코를 찡그렸다.

“이 이상한 냄새는 너한테서 나는거야?”

“아마도.”

오스칼은 그녀를 훑어보았다. 오스칼은 그 말을 꺼냈던 것을 후회했다. 그녀는 분홍색 스웨터 때문인지 너무나 예민해보였다. 오스칼은 팔짱을 풀고 그녀를 가리켰다.

“춥지 않니?”

“아니.”

“어째서?”

소녀는 얼굴이 찌푸려지며 주름살이 생겼다. 그 한 순간 소녀는 굉장히 나이들어 보였다. 어느 노파가 울고 있는 것같이 보였다.

“추운것이 어떤것인지 잊어버린 것 같아.”

소녀는 신속하게 몸을 돌려 문을 향해 걸어갔다. 오스칼은 그 자리에 남아 소녀를 바라보았다. 소녀가 무거운 현관문 앞에 다다랐을 때, 오스칼은 그녀가 두 손으로 문을 밀어 열거라 생각했다. 하지만 소녀는 손잡이를 잡고는 한 손으로 세게 밀었다. 현관문은 벽에 부딪혀 큰 소리가 났고, 튕기고는 닫혔다.

오스칼은 주머니에 손을 찔러넣었다. 어쩐지 슬펐다. 오스칼은 아버지가 대충 만든 관에 눕혀졌던 바비를 생각했다. 목공소에서 직접 만들어 얼어붙은 땅에 박아넣었던 나무 십자가를 생각했다.

그는 아마 새 십자가 하나를 만들어야 할 것이다.  

by 이녘 | 2009/02/23 14:50 | For fiction | 트랙백 | 덧글(6)

렛미인 번역 -2-

 

하칸은 길이 잘 보이는 곳을 발견했다. 하칸은 나무로 둘러싸인 빈 공터를 발견하고는 그곳에 그의 장비를 내려놓았다. 그는 작은 할로세인 가스통을 꺼내 코트 안쪽 홀스터에 끼웠다.

이제 기다리는 일만 남았다.

 

나도 예전에는 어른이 되고 싶었지.

엄마 아빠처럼 똑똑해지고 싶었어.

 

하칸은 학교를 졸업한 이후 한 번도 저 노래를 부르는 사람을 보지 못했다. 앨리스 테그너였던가? 하칸은 이제는 사라져버린, 아무도 부르지 않는 멋진 노래들을 생각했다. 이제는 사라져버린 많은 것들을 생각했다.

이 세상은 아름다운 것들을 가꾸지 않아. 위대한 예술가들의 작품들이 풍자되거나 광고에 쓰인다. 미켈란젤로의 “아담의 창조”가 청바지에 새겨지는 식이다.

저 그림의 진정한 아름다움은 두 신성한 육체의 손가락이 서로 마주칠 듯 닿지는 않는다는 것에 있었다. 그 간격은 몇 밀리미터에 불과하지만 또한 무한한 거리이기도 하다. 그리고 그 틈. 그것은 생명이다. 그 조각같은 거대한 육체와 풍부한 세부묘사는 그저 액자나 배경일 뿐, 그 가운데에 있는 잔인한 공허를 강조하기 위한 수단에 지나지 않는다. 공허함이 모든 것을 감싸안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그 모든 위대함은 누군가의 청바지 위에 그려져 있기도 하다.

누군가가 길에 나타났다. 하칸은 납작하게 업드렸다. 그의 심장소리가 쿵쾅거리며 귀를 울렸다. 안 돼. 개를 끌고가는 노인이다. 애초부터 잘못된 한 쌍이다. 우선 개를 조용히 만들어야 할 것이고, 피의 썩 좋지 않을 것이다.

수지가 맞지 않아.

하칸은 시간을 확인했다. 두 시간 안에 밤이 찾아올 것이다. 다음 한 시간 동안 적당한 사람이 나타나지 않는다면 하칸은 가능한 아무나 해치워야 할 것이다. 어두워지기 전에 집으로 돌아가야만 하기 때문이다.

노인이 무언가 말했다. 나를 본 것일까? 아니. 그는 개에게 말을 거는 것 뿐이었다.

“이제 기분이 좀 나아졌니? 이제 집에 가야한단다. 그렇지? 집에 가면 이 아빠가 너에게 큰 소세지를 주마.”

하칸은 손을 들어 자신의 머리를 감싸고 한숨을 쉬었다. 그 바람에 위로 말려 올라간 할로세인통이 하칸의 가슴을 짓눌렀다. 불쌍한 늙은이. 봐줄 구석이라고는 아무데도 없는 세상의 불쌍한 사람들.

하칸은 몸을 떨었다. 오후 들어 바람은 계속 차가워졌고 하칸은 레인 자켓을 가져가야 하는지 고민했었다. 하지만 그것은 하칸의 움직임을 둔하게 만들것이고 필요한 순간에 빨리 움직이지 못하게 만들 것이다. 그리고 사람들의 주목을 끌 수도 있었다.

이십대로 보이는 여자 둘이 나타났다. 아니. 둘을 상대할 수는 없다. 두 여자의 이야기 소리가 들려왔다.

“일단...애를 지우진 않을...”

“너무했다. 남자도 알아야...”

“그 애 잘못도... 약을 먹지 않았...”

“하지만 그는...”

“말이나 돼? 그 녀석과 결혼이라니?”

임신한 여자. 책임을 지지 않으려는 남자. 이야기는 그랬다. 언제 어디서나 벌어진다. 누구나 그 자신 외에는 신경쓰지 않는다. 내 행복, 내 미래만이 살피는 모든 것이다. 진정한 사랑은 아무런 조건없이 자신의 생명을 상대의 발 아래 바치는 것이다. 요즘 사람들은 절대로 그럴 수 없다.

추위가 하칸의 늑골 속으로 스며들었다. 레인코트가 있건 없건 그는 굼떠질 것이다. 하칸은 손을 코트 안으로 집어넣어 가스탱크의 손잡이를 눌렀다. 새는 소리. 작동한다. 하칸은 손을 떼었다.

그는 제 자리에서 폴짝폴짝 뛰며 양팔을 품 안으로 집어넣었다. 제발 누군가 오기를. 혼자. 하칸은 시계를 살폈다. 삼십분이 남았다. 제발. 생명과도 같은 내 사랑을 위해.

 

하지만 내 심장 속, 내가 되고 싶은 아이는

신이 사는 천국에서 살고 있지

 

바로 그 때 오스칼은 스크랩북을 모두 읽고 사탕을 전부 먹어치웠다. 바깥은 어느새 어두워지고 있었다. 단 것을 너무 많이 먹으면 언제나 그렇듯, 오스칼은 약간 어지러웠고 죄책감을 느꼈다.

엄마는 두시간 안에 집에 올 것이다. 저녁을 엄마와 함께 먹고 나서 영어와 수학 숙제를 하러 갈 것이다. 그리고 엄마와 같이 TV를 보거나 책을 읽을 것이다. 하지만 오늘 TV에는 재밌는 프로그램이 하나도 하지 않는다. 오스칼은 엄마와 같이 시나몬 롤을 넣은 코코아를 마시며 이야기를 나눌 것이다. 그 후에 오스칼은 잠을 자러 갈 것이다. 하지만 다음날 걱정 때문에 쉽게 잠에 들 수 없을 것이다.

이 때 부를 수 있는 누군가가 있다면. 오스칼은 물론 요한에게 전화를 걸 수 있었다.

요한은 오스칼의 급우이다. 요한과는 재미있게 놀곤 했었다. 하지만 요한은 정말 아무것도 할 게 없을 때를 제외하고는 오스칼을 부르지 않는다.

아파트는 조용했다. 아무일도 일어나지 않는다. 오스칼은 콘크리트 벽으로 둘러싸여 있다. 오스칼은 손을 무릎에 대고는 침대 위에 앉았다. 사탕 때문에 배가 무겁게 느껴졌다.

만약 어떤 일이 일어난다면, 바로 지금일 것이다.

오스칼은 숨을 멈추고 귀를 쫑긋 세웠다. 공포가 끈적끈적하게 오스칼을 짓눌렀다. 무엇인가 오고 있었다. 보이지 않는 가스가 벽으로부터 스며나와 형체를 이루어서는 오스칼을 삼켰다. 오스칼은 뻣뻣하게 앉아서 숨을 죽이고는 귀를 기울였다. 기다렸다.

그건 지나갔어. 오스칼은 다시 숨을 내쉬었다.

오스칼은 부엌으로 나가서 물을 한 잔 마시고 가장 큰 부엌칼을 꺼내들었다. 오스칼은 아버지가 가르쳐준 그대로 손톱으로 날이 잘 갈렸는지 확인했다. 멍청이. 오스칼은 샤프너에 칼을 몇 번 간 후에 다시 확인했다. 칼은 오스칼의 손톱을 얇게 저며냈다.

좋아.

오스칼은 신문지를 접어 칼집처럼 만들었다. 칼을 집어넣고 테이프로 붙인 뒤 왼쪽 엉덩이에 찔러 넣었다. 손잡이만이 바깥으로 비죽 나와있었다. 오스칼은 걸어보았다. 칼날이 그의 왼쪽 다리를 찔러대었기 때문에 오스칼은 칼을 허벅지 쪽으로 밀어내렸다. 불편하지만 효과는 있었다.

오스칼은 거실에 놓아둔 자켓을 걸쳤다. 그리고는 자기 방에 떨어져 있는 수많은 사탕껍질들을 떠올렸다. 오스칼은 자신이 돌아오기 전에 엄마가 집에 올까봐 그것들을 모두 주워 주머니에 쑤셔 넣었다. 숲에 있는 바위 밑에 쑤셔넣으면 감쪽같을 것이다.

오스칼은 남기고 떠나는 것이 없는지 다시 한 번 확인했다.

게임은 이미 시작 되었다. 오스칼은 잔인한 연쇄살인마이다. 오스칼은 이미 열네명의 사람들을 칼 한자루로 어떤 증거를 남기는 일 없이 죽여 없앴다. 한 올의 머리카락, 혹은 사탕껍질을 남기는 일 없이. 경찰은 그를 두려워하고 있다.

오스칼은 이제 다음 번 차례를 고르기 위해 숲으로 나가고 있다.

이상하게도 오스칼은 다음 녀석의 이름과 생김새를 알고 있다. 머리가 길고 잔인한 눈을 가진 조니 포르스버그. 녀석은 필시 살려달라고 빌고, 돼지처럼 꿀꿀댈 것이지만 소용없는 짓이다. 칼날은 조니의 마지막 단말마를 가로챌 것이고 대지는 그의 피를 들이실 것이다.

오스칼은 저 문장을 어떤 책에서 읽었다.

대지는 그의 피를 들이마실 것이다.

오스칼은 문을 잠구고 바깥으로 나가는 동안 주문 처럼 저 문장을 되풀이 중얼거렸다.

“대지는 그의 피를 들이마실 것이다. 대지는 그의 피를 들이마실 것이다.”

그가 정원에 나가기 위해 사용하는 길은 건물의 오른쪽 끝에 있었다. 하지만 오스칼은 왼쪽으로 꺾어서 두 개의 빌딩을 지나서 차들이 지나다니는 곳을 넘어갔다. 안 쪽의 벽을 지나서. 이브셍가탄을 지나 언덕 쪽으로 계속 걸어간다. 바깥쪽 벽을 빠져나간다. 숲이 나올 때 까지 계속 걷는다.

대지는 그의 피를 들이마실 것이다.

오늘 들어 두번째로 오스칼은 거의 만족스러웠다.

 

+

 

하칸이 스스로 정한 제한 시간 까지 10분도 남지 않았을 때 소년 하나가 나타났다. 하칸이 보기에 열세살 아니면 열네살 쯤 되었다. 완벽해. 하칸은 길 저편으로 가서 그의 사냥감을 기다릴 계획을 세웠다.

하지만 그의 다리는 정말이지 무거워져 있었다. 소년은 거리낌없이 걸어가고 있었기 때문에 하칸은 서둘러야만 했다. 매초마다 하칸이 성공할 확률은 줄어들고 있었다. 그러나 하칸의 다리는 그저 움직이길 거부하고 있었다. 하칸은 마비된 듯 서서 사냥감을 바라보았다. 완벽한 사냥감. 녀석은 앞으로, 그가 있는 곳을 향해 다가오고 있었다. 조금만 지나면 너무 늦어버린다.

해야만 해. 해야만 해. 해야만 해.

만약 하지 않는다면, 아마 스스로를 죽여야할지도 모른다. 빈 손으로 집에 돌아갈 수는 없었다. 그렇게 되어있다. 하칸 아니면 저 소년이 되어야 할 것이다. 가서, 잡아라.

하칸은 마침내 움직이기 시작했지만 너무 늦어버렸다. 하칸은 자연스럽게 소년과 마주치지 못했다. 대신 다리를 절면서 숲을 헤치며 소년을 향해 달려갔다. 바보같이. 서투른 바보 같으니. 이제 소년은 방어적이 되었고 하칸을 의심하고 있었다.

“거기 자네!” 하칸은 소리내어 소년을 불렀다. “실례하겠네.”

소년은 멈추었다. 하칸은 소년이 도망치지 않은 것에 대해 안도했다. 하칸은 무엇인가 말해야 했다. 무언가 물어보아야만 했다. 하칸은 길 한가운데에서 경계심을 품고 서 있는 소년을 향해 따라잡기 시작했다.

“미안한데... 지금이 몇 시인지 말해주겠나?”

소년은 하칸의 손목시계를 쳐다보았다.

“아, 이건 보다시피 고장났어.”

소년은 하칸의 시계를 바라보며 바짝 긴장했다. 하칸은 아직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하칸은 소년의 대답을 기다리며 코트 안 쪽으로 손을 집어넣고 검지를 손잡이에 대었다.

 

+

 

오스칼은 언덕을 내려가며 인쇄소를 지나 숲으로 향하는 길에 다다랐다. 배를 짓누르던 느낌은 사라졌다. 대신 흥분된 고양감이 그 자리를 차지했다. 숲으로 다가갈수록 환상은 몸집을 불려나갔고 그것은 거의 진짜처럼 느껴졌다.

오스칼은 살인자의 눈으로 세상을 보았다. 그것은 열세짜리 아이의 상상력이 허용하는 만큼의 살인자의 눈이었다. 오스칼이 조종할 수 있는 세계, 그 세계는 오스칼이 무서워 벌벌 떨고 있다.

오스칼은 조니 포르스버그를 찾기 위해 숲을 걸어가기 시작했다.

대지는 그의 피를 들이마실 것이다.

주변은 어두워지기 시작했다. 오스칼은 주변의 나무들이 마치 조용한 구경꾼들 같이 느껴졌다. 그의 작은 움직임에도 깜짝 놀라고 자신이 희생양이 되지 않을까 두려워하고 있었다. 하지만 살인자는 그들을 지나쳐갔다. 살인자는 이미 자신의 목표를 포착하고 있었다.

조니 포르스버그는 언덕 위에서 엉덩이에 손을 걸친 채 이상야릇한 미소를 띠고 있었다. 오늘도 평소와 같은 식이 될꺼라고 생각하는 듯이. 오스칼을 넘어뜨리고 코를 잡고는 솔입과 이끼를 입에 집어넣는 따위의 일들을 하려고. 하지만 이번 만큼은 아니다. 지금 조니를 향해 걸어가고 있는 사람은 오스칼이 아니다. 그는 살인자이다. 살인자의 손은 단단하게 칼자루를 움켜쥐고 있었다.

살인자는 느릿느릿하게 발을 끌며 조니를 향해 다가가 눈을 똑바로 바라본다. 그리고 말한다. “안녕, 조니.”

“여어, 돼지새끼. 누가 이렇게 늦게 다니래?”

살인자는 칼을 꺼낸다. 찌른다.

 

+

 

“다섯시 십오분이에요.”

“아, 고마워.”

 

소년은 떠나지 않았다. 단지 그곳에 서서 하칸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 동안 하칸은 소년에게 가까이 갈 수 있는 시간을 벌었다. 소년은 꼼짝도 않고 서서 자신을 향해 닥사오는 하칸을 바라보았다. 무언가 잘못되었어. 당연히 소년은 무엇인가 잘못되었다는 것을 느꼈다. 사내는 숲 한 중간에서 갑자기 시간을 물어보기 위해 뛰쳐나왔고, 지금은 마치 나폴레옹처럼 손을 코트 안 쪽에 찔러넣고 있었다.

“그거 뭐죠?”

소년은 하칸의 심장 쪽을 가리켰다. 하칸은 머리가 하얗게 되는 것을 느꼈다. 하칸은 이제 무엇을 해야 하는지 알 수 없었다. 하칸은 가스통을 꺼내 소년에게 보여주었다.

“대체 그게 뭐에요?”

“할로세인 가스야.”

“그것을 왜 가지고 있는데요?”

“이건...” 하칸은 가스 흡입구에 거품이 이는 것을 느끼면서 무엇을 말해야하는 지를 생각했다. 거짓말을 할 수는 없었다. 그것은 하칸에게 일종의 저주였다. “이건 내 일 때문이야.”

“어떤 일이요?”

소년은 어쩐지 긴장을 푸는 것 같았다. 그는 하칸의 이 숲 속에 숨겨놓은 것과 비슷한 스포츠 백을 들고 있었다. 하칸은 가스통을 든 손으로 소년의 가방을 가리켰다.

“운동을 하러 가는 길인가?”

하칸은 소년이 아래로 고개를 숙였을 때를 놓치지 않았다. 한 손으로는 소년의 뒷머리를 붙잡고 흡기구를 든 손으로는 그의 입을 짓눌렀다. 하칸은 손잡이를 당겼다. 마치 큰 뱀이 혀를 날름거리는 것같은 소리가 들리며 가스가 빠져나왔고 소년은 빠져나오려고 용을 썼지만 그의 머리는 독사의 아가리와 같은 하칸의 손에 잡힌 채였다.

소년은 뒤로 몸을 날렸지만 하칸은 뒤쫓아갔다. 뱀처럼 쉿쉿거리는 소리는 숲에서 나는 모든 소리를 집어삼켰다. 하칸의 손은 계속 소년의 머리를 붙잡고 있었다.

크게 숨을 몇번 들이쉬고 나자 소년의 몸은 하칸의 팔 위에서 축 늘어졌다. 하칸은 흡기구를 소년의 입에서 떼지 않은채 주변을 둘러보았다.

아무도 없다.

쉿쉿거리는 소리는 마치 편두통처럼 하칸의 머리속에서 울려대었다. 하칸은 손잡이를 고정시키고 한 손을 소년의 밑으로 빼내어 흡입구의 고무줄을 소년의 머리 뒤에 씌웠다. 흡입구는 고정되었다.

하칸은 그의 희생자를 들어 일으켰다. 팔이 아파왔다.

소년은 하칸의 팔에 매달려 있었고, 그 얼굴에는 가스 흡입구가 코와 입에 걸쳐서 들러붙어 있었다. 가슴에는 할로세인 가스통이 올려져 있다. 하칸은 한 번 더 주변을 확인하고 소년의 가방을 들어올려 배 위에 올려놓았다. 하칸은 소년을 들어올려 숲 속 공터를 향해 끌고가기 시작했다.

소년의 몸은 하칸이 생각했던 것 보다 무거웠다. 근육질의 몸이 축 늘어졌기 때문이다.

하칸은 마치 전기톱 처럼 쉭쉭 거리는 할로세인 가스의 새는 소리를 들으며 소년의 몸뚱이를 질척질척한 공터의 바닥으로 가져갔다. 하칸은 숨을 거칠게 쉬며 그 소리를 듣지 않으려 했다.

팔에 감각이 없어지고 옷이 땀에 흠뻑 젖을 정도로 힘을 쓰고 나서야 하칸은 소년을 목적지까지 끌고올 수 있었다. 하칸은 가장 공터의 가장 깊숙한 곳에 눕혔다. 주변은 조용했다. 소년은 가슴을 오르내리며 편안히 숨쉬고 있었다. 이대로 놓아두면 약 8분 안에 소년은 정신을 차리게 될 것이다. 그러나 그렇게 내버려 둘 수 없다.

하칸은 소년 옆에 웅크리고 얼굴을 찬찬히 뜯어 살피며 손가락으로 어루만졌다. 그리고 몸을 가까이 가져가 소년의 위에 납작하게 엎드린 다음 따뜻하게 약동하는 소년의 몸을 팔로 감싸안았다. 하칸은 소년의 볼에 부드럽게 입을 맞추었다. “날 용서하렴.” 하칸은 그렇게 속삭이고 몸을 일으켰다.

땅 위에 널부러진 무방비한 몸뚱이를 바라보는 하칸의 눈에 눈물이 맺혔다. 하칸은 아직 그만 둘 수 있는 기회가 있었다.

또 다른 세상에서라면.

어느 세상에서는 지금 하칸이 소년에게 하려는 짓을 하지 않고 있을 것이다. 그저 길을 걷다가 땅에 누워있는 소년을 보고 놀라 깨우는, 그런 세상.

하지만 이 세상에서는 아니다. 이 세상에서, 하칸은 자신의 가방으로 다가가 그것을 열어야만 한다. 하칸은 서두르고 있었다. 하칸은 재빨리 그의 레인코트를 열어젖혀 장비들을 꺼냈다. 칼과 로프, 커다란 깔때기, 5 리터들이 플라스틱 물통.

하칸은 모든 장비들을 소년 옆에 늘어세우며 이 어린 소년을 마지막으로 바라보았다. 그리고 하칸은 로프를 집어들고는 그가 해야할 일을 하기 시작했다.

 

+

 

그는 목이 마르고, 마르고, 말랐다. 조니는 첫번째 주먹을 맞자마자 일이 평소와는 다르게 흘러간다는 사실을 깨달앗다. 뺨에 난 상처에서는 피가 흘러내렸다. 조니는 도망치려 했다. 하지만 살인자는 조니보다 훨씬 빨랐다. 몇번의 재빠른 움직임으로 살인자는 조니의 다리의 힘줄을 끊어버렸다. 조니는 쓰러졌다. 괴로움에 몸부림치며 용서를 빌기 시작했다.

하지만 살인자는 관대하지 않다. 조니는 비명을 지른다. 마치 돼지처럼... 살인자는 조니의 몸을 집어던져 대지가 그의 피를 들이마시게 했다.

이건 네가 화장실에서 오늘 나한테 한 짓 때문이야. 이건 네가 주먹 포커 게임으로 날 괴롭혔기 때문에. 그리고 네 입술을 자르겠어. 네가 나한테 했던 그 역겨웠던 말들의 대가야.

 

조니의 몸의 구멍에서 피가 흘러내리고 있었고, 이제는 아무런 못된 짓도 할 수 없을 것이었다. 그는 오래전에 죽어있었다. 오스칼은 마지막으로 조니의 매끄러운 눈알을 꿰뚫었다. 내리치고, 내리치고. 그리고 오스칼은 일어서서 자신이 저지른 짓을 감상했다.

조각조각 나버린 조니의 몸은 잔뜩 잔뜩 썩어버려 구멍이 뚫린 나무 줄기와 여기저기 흩어진 가지를 연상시켰다. 나무 밑에 깔려있는 나무조각들이야말로 조니의 모습과 흡사했다.

오스칼의 오른손, 칼을 쥐는 손에는 피가 흐르고 있었다. 그의 손목 바로 옆에 작은 상처가 나 있었다. 칼을 찌를 때 날이 그의 손바닥을 자른 것이다. 찌르는 데 적합한 칼이 아니다. 오스칼은 혀로 상처를 핥아 피를 닦아냈다. 그가 마시는 피는 조니의 것이다.

오스칼은 신문지로 만든 칼집으로 피를 닦아내고 칼을 집어넣었다. 그리고 집으로 돌아가기 시작했다. 몇 년 전 부터 귀신들린 것처럼 음산하게 느껴졌던 이 숲이 갑자기 피난처나 집처럼 편안하게 느껴졌다. 주위가 정말로 어두워지고 있었지만 조금도 겁이 나지 않았다. 내일 어떤 일이 생길 것인지 조금도 두렵지 않았다. 오스칼은 오늘 푹 잘 수 있을 것이다.

오스칼은 집으로 돌아가기 전에 뒷뜰의 모래상자 모서리에 앉아 마음을 가라앉히기 시작했다. 내일은 더 좋은 칼을 가져갈 것이다. 칼막이가 있는 것으로. 다시 다치는 일이 없도록. 오스칼은 앞으로도 이 일을 계속 할 것이기 때문에.

좋은 게임이었어.

 

by 이녘 | 2009/02/06 14:14 | For fiction | 트랙백

집에서 만들어본 스파게티

 
어느 일요일, 집에서 만들어 본 스파게티입니다.


(다진 고기 사진이 떡하고 썸네일로 올라가기에 사진 하나 더 올렸습니다.-_-)


우선 프라이팬에 버터를 두른뒤 다진고기를 볶습니다.
다진 마늘을 넣어준 뒤,

잘게 썬 양파를 넣어주세요.


파프리카를 준비하시고,


역시 잘게 썬 다음,


넣어주세요.


버섯을 준비하시고,

넣어주세요!


토마토소스 투하! 충분한 시간과 재주가 있으신 분들은 직접 만드시겠지만, 전 귀찮아요. ;ㅁ;


자, 이렇게 되었습니다.


자, 이제 면을 삶아야죠. 사실 좀 일찍부터 삶기 시작해야해요. 취향에 따라 스파이럴이나 팬네를 넣어주세요. 저는 여러 봉지 사기 귀찮아서 그냥 스파게티면만 넣었습니다. 소금을 적당히 넣어주세요.


다 삶은 다음에는 이렇게 벽에 던져보아야죠! 찬 물로 한 번 행군 후, 버터 한 숟가락 정도를 넣어서 섞어주세요. 
자, 이제 위에 치즈를 살짝 뿌려주세요. 

치즈가 녹기를 기다리세요. 성격이 급한 저는 전자렌지에 1분간 데웠습니다.


자, 이제 미트소스 스파게티 완성! 맛있어 보이죠?  

by 이녘 | 2009/02/04 23:11 | For me | 트랙백 | 덧글(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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