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02월 23일
렛미인 번역 -3-
오스칼의 엄마는 식탁에서 오스칼의 손을 붙잡았다. 그녀의 눈에는 눈물이 맺혀 있었다.
“절대로 숲에 혼자 가서는 안 돼! 알아 듣겠니?”
오스칼 나이 또래의 소년이 발링바이에서 살해되었다. 그 사건은 지난 석간신문에 실렸고 오스칼의 엄마는 집에 왔을 때부터 불안에 빠져 있었다.
“누구나 당할 수 있는 일이야. 생각도 하기 싫어.”
“하지만 거긴 발링바이에요.”
“ 넌 그런 일을 저지를 수 있는 사람이 지하철을 타고 두 역 너머에 갈 수 없을거라 생각하는거니? 걷거나? 걸어서 여기 블랙버그까지 와서 그런 짓을 할 수 없을 것 같아? 너 숲에서 오래 있었니?”
“아니요.”
“너 다시는 뒤뜰 너머로 가지 마라. 살인자가 잡히기 전 까지는.”
“그럼 학교에도 가지 말라구요?”
“당연히 학교에는 가야지. 하지만 학교가 끝나면 바로 집으로 돌아와라. 내가 오기 전 까진 이 건물 안에서 나가지 마.”
“별 일 아니에요.”
“너 정말 죽고 싶은거니? 그래? 넌 숲에 가서 죽고 싶어하고, 난 여기에 앉아서 걱정하며 기다리는 동안... 넌 저 숲에서 어떤...”
눈물이 그녀의 눈에서 솟아오르기 시작했다. 오스카는 엄마의 손을 잡았다.
“숲에 가지 않을께요. 약속해요.”
“오스칼, 넌 내가 가진 전부야. 어떤 일도 일어나선 안돼. 그 땐 나도 같이 죽게될거야.”
“음... 정확히 어떤 일이 벌어진 거에요?”
“어떤 일이라니?”
“그러니까, 그 살인사건이요.”
“내가 어떻게 알겠니? 어떤 미친놈이 어린 아이를 죽였어. 죽었지. 그 아이의 부모는 완전히 망가져 버렸을거야.”
“자세한 이야기가 신문에 실리지 않았나요?”
“그 이야기는 읽고 싶지 않구나.”
오스카는 엑스프레센 지를 들고는 페이지를 넘기기 시작했다. 그 사건은 네 면을 가득 채우고 있었다.
“그런 기사를 읽지 마라.”
“그저 확인하는 것뿐이에요. 이거 가져가도 돼요?”
“그거 읽지 마. 엄마 장난치는 거 아냐. 잔인한 이야기들은 너에게 좋지 않단다.”
“전 그냥 오늘 TV에서 뭐 하는지 보는 것 뿐이에요.”
오스칼은 신문을 방으로 가져가기 위해 일어섰다. 엄마는 오스칼을 꼭 껴안더니 젖어있는 뺨을 얼굴에 부볐다.
“오스칼, 내가 널 얼마나 아끼는 지 모르겠니? 만약 무슨 일이 너에게 생기면”
“알아요, 엄마. 조심하고 있어요.”
오스칼은 잠시 그녀를 안아준 다음 조심스럽게 떼어냈다. 방으로 돌아가 그의 뺨에 묻어 있는 엄마의 눈물을 닦아냈다.
이거 멋진데.
그가 생각하기에 소년은 숲에서 놀고 있던 와중에 살해당했다. 불행하게도 그는 조니가 아니라 발링바이의 한 아이에 불과하다.
그 날 오후의 발링바이 전체는 마치 장례식 같았다.오스칼은 집으로 돌아오기 전 기사의 헤드라인을 보았었다. 단순히 기분 탓이었는지도 모르지만 사람들은 어쩐지 더 천천히 말하고 평소보다 훨씬 느릿느릿 걷는 것 같았다.
오스칼은 공구점에서 삼백 크로노르 짜리 날카로운 사냥칼 하나를 훔쳐내었다. 오스칼은 잡혔을 때를 대비한 핑계거리 몇몇을 생각해 두었었다.
“죄송해요. 전 단지 살인자가 너무 걱정되었어요.”
오스칼은 아마도 몇 방울의 눈물을 짜낼 수 있을 것이다. 만약 상황이 그렇게 흘러간다면 말이다. 사람들은 의심하지 않고 오스칼을 놓아줄 것이다. 어쨋거나 오스칼은 잡히지 않았고 사냥칼은 비밀장소의 스크랩북 옆에 놓여져 있다.
오스칼은 생각할 시간이 필요했다.
자신의 게임이 어떤 식으로든 살인을 불러일으킨 것일까? 오스칼은 그 생각이 사실이 아님을 알았지만 쉽사리 머리에서 떨쳐낼 수가 없었다. 그가 읽은 책은 그러한 내용들로 가득했다. 사람의 생각이 실제로 어떤 일들을 불러일으킨다는.
텔레케네시스. 부두.
하지만 어디서, 언제, 무엇보다도 어떻게 그 사건이 일어났지? 만약 그 시체에 수십개의 자상이 있다면 오스칼은 심각하게 자신의 힘에 대해 생각해봐야할 것이다. 어쩌면 그가 계발시킬 수도 있을 힘.
아니, 어쩌면 그 나무... 그것이 열쇠인지도 몰라.
그가 찔러댄 썩은 통나무. 어쩌면 거기에 특별한 무엇인가가 숨겨져 있는지 모른다. 통나무에 무엇인가를 저지르면, 힘을 얻어 멀리 퍼진다.
수많은...
오스칼은 살인 사건에 대한 모든 기사를 읽었다. 학교에 와서 마약에 대한 수업을 하던 경찰관이 한 페이지에 걸친 인터뷰를 했다. 경찰관은 현재로서는 더 이상의 이야기를 할 수 없다고 말했다. 국가범죄과학수사국에서는 범죄현장에서 수집한 증거들을 검사하고 있었다. 이제 기다리고 있으면 결과가 나올 것이다. 신문에는 학교 졸업앨범에서 발췌한 죽은 소년의 사진도 올라와 있었다. 그는 조니와 미케와 닮았다. 어쩌면 발링바이의 또 다른 오스칼은 마침내 자유가 되었을 것이다.
발링바이에서 핸드볼을 연습하고 돌아가던 소년은 결코 집으로 돌아가지 못했다. 연습은 다섯시 삼십분에 시작했다고 한다. 소년은 아마 집에서 다섯시 쯤에 떠났을 것이다. 그러므로 아마도...
오스칼의 머리속으로 무엇인가 스쳐가기 시작했다. 시간이 정확하게 들어맞는다. 그리고 소년은 숲 안에서 살해당했다.
그래? 내가 그런거야?
열여섯살 먹은 소녀가 시체를 발견하고 경찰에 연락했다. 그녀는 “심각한 충격”을 입었다고 쓰여져 있었다. 시체의 상태에 대해서는 아무런 언급이 없었다. 하지만 소녀가 “심각한 충격”을 입었다는 것은 시체가 어떤 식으로든 난자된 상태였다는 것을 의미한다. 보통 신문에서 “충격”이라는 말을 쓸 때는 그러하다.
그 어두컴컴한 숲에서 소녀는 무엇을 하고 있었던 것일까? 별 일 아니었을 것이다. 솔방울 따고 있거나 했겠지. 하지만 왜 소년이 어떻게 죽었는지에 대한 기사가 없는거지? 신문에는 오직 범죄현장의 사진 만이 실려 있을 뿐이다. 경찰 통제선이 커다란 나무를 중심으로 한 공터에 처져 있었다. 아마 내일 쯤엔 촛불이 가득 켜지고 “어째서?”나 “네가 그리울 거야” 같은 글씨가 써져 있는 종이가 놓여진 사진이 찍힐 것이다. 오스칼은 일이 그런 식으로 흘러간다는 것을 알았다. 오스칼의 스크랩북에 몇몇 유사한 사례가 있다.
아마도 모든 것이 그저 우연일 뿐일 것이다. 하지만 만약...
오스칼은 문소리를 들었다. 엄마가 설거지를 하고 있었다. 오스칼은 공기중에 몇 번이나 칼을 휘둘렀다. 살인자. 오스칼이 자신의 힘을 완전히 익히고 나면 조니와 미케, 그리고 토마스는 다시는 오스칼을 괴롭힐 수 없을 것이다. 오스칼은 다시 찌르고 싶었지만 그만두었다. 바깥에서 누군가 오스칼을 볼 수도 있었다. 바깥은 어두웠지만 오스칼의 방에는 불이 켜져 있었다. 그는 바깥을 쳐다보았지만 오직 창문에 비친 자신만 보일 뿐이었다.
살인자.
오스칼은 칼을 다시 비밀장소로 집어넣었다. 이것은 게임일 뿐이다. 이러한 종류의 일은 현실에서 일어나지 않는다. 하지만 오스칼은 살인사건에 대한 자세한 정보가 필요했다. 지금 당장.
+
토미는 흔들의자에 앉아 콧노래를 부르며 모터사이클 잡지를 읽고 있었다. 책을 위로 치켜들고 읽고 읽기 때문에 쇼파 위에 앉아 있는 라세와 로반도 실린더 크기와 최대속도에 관한 사진을 볼 수 있었다. 빛나는 재질의 종이에 반사된 알전구의 불빛이 시멘트와 나무로 이루어진 벽에 마치 세로로 긴 고양이의 눈 같은 그림자를 만들어내고 있었다.
토미는 무척 초조했다.
토미의 엄마는 발링바이 경찰서에서 일하는 스테판과 데이트하고 있었다. 토미는 스테판을 그리 좋아하지 않는다. 사실, 싫어하는 것에 가깝다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아는 체를 잘하고 기름진 목소리를 가진 사내다. 종교적인 남자이기도 하다. 하지만 토미는 엄마를 통해 이런 저런 이야기를 들었다. 스테판이 토미의 엄마나 토미를 포함한 그 누구에게도 말해서는 안 되는 이야기들이다. 하지만...
예를 들면 아일랜즈올게트의 라디오 스토어의 도난 사건에 대한 경찰 조사가 얼만큼 진행되었는지에 대한 이야기. 토미와 로반, 라세가 저지른 도난 사건이다.
범인에 대한 단서가 없다. 이것은 정확히 토미의 엄마의 입에서 나온 말이다. “범인에 대한 단서가 없다.” 스테판의 입에서 나온 말이다. 도망칠 때 썼던 자동차에 대한 언급도 없었다.
토미와 로반은 이제 열여섯으로 고등학교 1학년이었다. 라세는 열아홉으로 지능에 문제가 있다. 그는 울브슨다의 LM 에릭슨 공장에서 금속을 솎아내는 작업을 하고 있었다. 라세에게는 운전면허증이 있고 하얀색의 사브-74모델을 가지고 있었다. 그들은 스프레이로 차체의 색깔을 바꾸었다. 그러나 상관없다. 아무도 차를 보지 못했다.
그들은 훔쳐낸 물건을 지하창고 건너편 아무도 사용하지 않는 창고에 보관했다. 그들은 금속 절단기로 체인을 잘라낸 다음 그것을 새로운 자물쇠로 쓰기 시작했다. 그곳에 들어가는 것이 원래의 목적이었기 때문에 그 물건들을 가지고 무엇을 해야하는지 알 수 없었다. 라세는 가지고 나온 카세트 테이프를 이백 크로노르를 받고 친구에게 팔았고, 그것이 끝이었다.
그것은 망하는 지름길과 같은 짓이었다. 라세는... 조금 멍청하기 때문에 아무런 물건도 팔지 못하게 해야 한다. 하지만 이제 사건으로부터 2주나 지났고 경찰들은 또 다른 일들로 바빴다.
토미는 계속 페이지를 넘기면서 미소를 지었다. 그들을 바쁘게 만들 일들이 참으로 많지. 로반은 손가락으로 그의 허벅지를 두드리고 있었다.
“와서 이것좀 봐.”
토미는 잡지를 들어올렸다.
“카와사키. 삼백 큐빅. 가솔린 투입구하고...”
“좀 있어봐. 그거나 말해봐.”
“뭐... 살인사건 말야?”
“그래!” 토미는 입술을 두드리며 생각하는 척을 했다.
“어떻게 된거래?”
라세는 그의 길다란 몸을 마치 반으로 접힌 잭나이프 처럼 눕혔다.
“그래, 좀 들어보자.”
토미는 잡지를 치우고는 라세와 눈을 마주쳤다.
“이거 꽤 무서운 이야기라구. 정말 듣고 싶어?”
“괜찮아.”
라세는 굉장히 터프해보였지만 두 눈에는 불안이 감돌았다. 이상한 얼굴을 하고는 우스운 목소리를 내는거다. 라세를 정말로 겁먹게 해서는 안 된다. 한 번은 라세와 로반이 라세 엄마의 화장품을 이용해서 좀비처럼 분장하고는 불을 꺼놓고 기다렸었다. 라세는 결국 자신의 바지에 똥을 지렸고 로반의 눈에 커다란 멍을 만들어놓았던 것이다. 그 뒤로 그들은 라세를 겁줄 때 조금 더 조심하게 되었다.
이제 라세는 팔짱을 끼고 앉아 들을 준비가 되어있다는 눈치를 보냈다.
“알았어. 그럼... 이건 평범한 살인사건이 아냐. 알겠어? 경찰들이 나무에 매달린 시체를 찾았대.”
“무슨 뜻이야? 목을 맸다고?” 로반이 물었다.
“아니. 목을 맨건 아냐. 다리부터 매달렸어. 나무에 거꾸로 매달린거야. 다리를 묶여서.”
“그런 개 같은! 하지만 그런다고 죽지는 않잖아?”
토미는 로반이 중요한 점을 지적했다는 듯이 오랫동안 바라보았다. 곧 토미는 다시 입을 열었다.
“응. 맞아. 죽지 않지. 하지만 그 녀석의 목은 잘려있었대. 그것 때문에 죽은 거지. 목을 통 채로. 잘라 젖혀 놓은거야. 멜론을 자르듯 말이야.” 토미는 손가락으로 목을 훑으며 칼자국의 궤적을 그었다. 라세는 자신의 목을 보호하듯이 손으로 감쌌다. 라세는 느리게 머리를 끄덕였다.
“하지만 왜 거꾸로 매달아놓은 거지?”
“글쎄. 왜라고 생각해?”
“모르겠어.”
토미는 아랫입술을 깨물어 생각에 잠긴 듯 얼굴을 찌푸렸다.
“이제 정말 이상한 부분이 뭔지 말해줄께. 사람의 목을 자르면 분명히 죽어. 그러면 분명히 피가 아주 많이 뿜어 나오겠지?” 라세와 로반은 고개를 끄덕였다. 토미는 잠시 뜸을 들였고 팽팽한 긴장이 감돌았다.
“그런데 시체가 매달려 있던 곳의 땅에는 거의 핏자국이 없었다는거야. 겨우 몇 방울 떨어졌을 뿐이래. 그렇게 거꾸로 매달려 있었으면 몇리터 쯤은 거뜬히 흘렸을텐데 말이야.”
지하실은 조용해졌다. 라세와 로반은 텅빈 눈으로 허공을 응시했다. 로반이 일어서서 외쳤다. “알겠어. 그 자식은 다른데서 죽은 다음 누군가가 그 자리에 가져다 놓은거야.”
“으음. 하지만 그렇다면 범인은 어째서 시체를 거꾸로 매달아놨겠어? 보통 사람을 죽이면 시체를 숨기기 마련인데.”
“아마도... 정신이 나갔을꺼야.”
“뭐, 어쩌면. 하지만 내 생각은 달라. 도살장에 가본 적 있어? 돼지를 잡은 다음 어떻게 하는지 알아? 돼지의 고기를 갈라내기 전에 피를 뽑아내. 그들이 어떻게 피를 뽑아내는지 알아? 갈고리에 거꾸로 매달아놔. 그리고 목을 가르는 거야.”
“그런단말야? 돼지를?”
“응. 어쩔거라고 생각한거야?”
“무슨 기계가 있을 줄 알았지.”
“그게 더 나을 거라는거야?”
“아니. 하지만... 그 돼지들은 살아있어? 거꾸로 매달려서?”
“응. 살아있지. 몸부림치고, 울어대.”
토미는 매달린 돼지같은 소리를 냈다. 라세는 무릎에 얼굴을 묻고 웅크렸다. 로반은 일어서서 앞뒤로 서성이더니 다시 앉았다.
“하지만 그건 말이 안돼. 만약 범인이 고기를 잘라내려고 했다면 피가 여기저기로 튀었을걸.”
“넌 그가 고기를 잘라내려고 생각하지만 난 안그래.”
“그래? 그럼 뭐라고 생각해?”
“내 생각에 그는 피를 구하고 있었던 거야. 그래서 그 자식을 죽인거지. 피를 뽑아내려고.”
로반은 천천히 고개를 끄덕이며 입가의 여드름에 난 딱지를 긁었다. “그래? 어째서? 그걸 마시려고?”
“어쩌면.”
토미와 로반은 그들이 가진 지식으로 그 살인과 그 후에 생겨났을 일들을 상상했다. 잠시 뒤에 라세는 두 손을 들어올리고 찬찬히 바라보았다. 그의 눈에는 눈물이 맺혀 있었다.
“돼지들 말야. 빨리 죽어?”
토미는 라세만큼이나 심각하게 눈을 마주쳤다.
“아니. 그렇지 않아.”
+
“잠시 나갔다 올께요.”
“안 돼.”
“그냥 뒷마당에만 갔다 올께요.”
“거기 빼곤 어디도 가면 안 된다. 알겠지?”
“알았어요, 알았어.”
“네가 늦으면 어디로 연락할까?”
“아뇨, 곧 돌아올께요. 전화하지 마세요.”
오스칼은 외투를 입고 모자를 썼다. 그는 부츠를 신기 위해 잠시 멈추었다. 잠시 그의 방으로 돌아가 칼을 챙겨 외투 안 주머니에 숨겼다. 그리고는 부츠의 끈을 묶었다. 거실에서 엄마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바깥은 추워.”
“모자 썼어요.”
“머리에 쓴거 맞지?”
“아뇨. 제 발에요.”
“농담하는게 아니다. 오스칼. 너 이게 네 귀에...”
“다녀올게요 엄마.”
“얼마나...”
오스칼은 손목시계를 보았다. 일곱시 십분이다. 그 TV 프로그램이 하려면 45분 정도 남았다. 토미와 그의 친구들은 그 지하실에 있을 것이지만 그곳에 가고 싶지 않았다. 토미는 괜찮지만 다른 녀석들은... 그들은 심심할 때 이상한 장난을 치곤했다.
그래서 오스칼은 뒷마당 가운데의 놀이터로 갔다. 종종 축구골대로 이용되는 두 그루의 커다란 나무와 모래터, 세 개의 타이어와 세사슬로 엮어진 그네가 있다. 오스칼은 그네 위에 앉아 조심스럽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그는 밤의 놀이터를 좋아햇다. 사방은 창문 밖으로 뿜어나오는 불빛으로 가득하는 가운데 오스칼은 어둠 속에 홀로 앉아있다. 안전하고도 외로이. 오스칼은 칼집에서 칼을 꺼내들었다. 칼날은 굉장히 밝게 빛났다. 오스칼은 칼날 속에 비치는 유리창들 속에서 빛나는 달을 볼 수 있었다.
새빨간 달...
오스칼은 일어나서 나무를 향해 다가가 말하기 시작했다.
“뭘 보는거야 이 멍청한 자식! 죽고 싶어?” 나무는 대답하지 않았고 오스칼은 조심스럽게 나무를 찔렀다. 오스칼은 칼날이 소나무에 무뎌지는 것을 원치 않았다.
“날 그렇게 쳐다보면 이렇게 될거야.”
오스칼은 칼을 회수했고 작은 나무조각이 튀었다. 살점이다. 오스칼은 속삭였다.
“돼지처럼 울어봐.”
오스칼은 멈췄다. 무언가 소리를 들은 것 같았다. 오스칼은 칼을 엉덩이 뒤로 숨긴 채 주위를 둘러보았다. 다시 칼날을 눈높이로 들어올려 찬찬히 훑어보았다. 칼면은 여전히 매끄러웠다. 오스칼은 칼날을 거울처럼 사용해서 정글짐을 살폈다. 방금 전 까지만 해도 없었던 그곳에 누군가 서 있었다. 맑은 칼날 위로 흐릿한 형체가 보였다. 오스칼은 칼을 내리고는 그쪽을 바라보았다. 사람이 있었다. 하지만 그것은 발링바이의 살인자가 아니었다. 아이였다.
그곳은 충분히 밝았고 오스칼은 그 아이가 한 번도 본적이 없는 소녀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오스칼은 손으로 칼을 꽉 움켜잡은 채 여자아이를 찌르러 갔다. 아니, 그것은 사실이 아니다. 하지만 오스칼은 순간 그렇게 느꼈다. 그녀는 겁을 먹었을까?
오스칼은 걸음을 멈추고 칼을 칼집에 넣어 외투 속에 갈무리했다.
“안녕.”
소녀는 대답하지 않았다. 오스칼은 아주 가까이 다가갔고 그녀의 큰 눈과 작은 얼굴, 검은 머리칼을 볼 수 있었다. 그녀는 눈을 크게 뜨고 조용히 오스칼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녀의 하얀 손은 정글짐의 철대에 온순하게 놓여 있었다.
“난 안녕이라고 했어.”
“들었어.”
“왜 대답하지 않는거야?”
소녀는 어깨를 으쓱했다. 그녀의 목소리는 오스칼이 기대했던 것 만큼 높지는 않았다. 오스칼 또래의 아이같은 목소리였다.
그녀는 조금 이상했다. 어깨를 덮는 검은 머리. 동그란 얼굴과 작은 코. 헴멧 저널에 나오는 종이인형처럼 생겼다. 굉장히... 예뻤다. 하지만 그게 전부가 아니었다. 그녀는 모자를 쓰지도 않았고 외투를 입지도 않았다. 무척 추운 날씨임에도 그저 얇은 분홍색 스웨터를 입고 있을 뿐이다.
소녀는 오스칼이 찔러댄 나무 쪽을 턱으로 가리켰다.
“저기서 뭐하고 있었어?”
오스칼은 얼굴이 붉어지는 것을 느꼈다. 하지만 이 어둠 속에서 그것을 알아볼 수는 없을 것이다.
“연습”
"무슨 연습?“
"살인자를 대비하는거야.“
“어떤 살인자?”
“발링바이에서 남자아이를 죽인 살인자말야.”
소녀는 한숨을 쉬더니 달을 바라보았다. 그리고는 다시 오스칼을 바라보았다.
“무섭니?”
“아니. 하지만 살인자잖아. 스스로를 보호할 수 있으면 좋은거야. 넌 여기에 사니?”
“응.”
“어디에?”
“저기.” 소녀는 오스칼의 옆집 문을 가리켰다. “바로 네 옆 집.”
“내가 어디에 사는지 어떻게 아는거야?”
“창문으로 널 본 적이 있어.”
오스칼의 뺨이 빨개졌다. 오스칼이 무엇인가 말하려 생각하는 동안 소녀는 정글짐 꼭대기에서 오스칼 앞으로 뛰어내렸다. 거의 2 미터의 높이에서.
체조같은 것을 하나보지?
소녀는 오스칼 만큼이나 컸지만 훨씬 말랐다. 분홍색 스웨터는 그녀의 납작한 가슴 위에 착 달라붙어 있었다. 그녀의 검은 눈은 작고 하얀 얼굴 때문에 무척이나 크게 느껴졌다. 그녀는 한 손을 들어 오스칼에게 가져갔다. 그녀의 손가락은 매우 길고 나뭇가지처럼 날씬했다.
“난 네 친구가 될 수 없어. 알아두길 바라.”
오스칼은 그의 가슴 앞에 팔짱을 꼈다. 코트 밑으로 칼의 질감이 느껴졌다.
“뭐라고?”
소녀의 한쪽 입꼬리가 살짝 웃음을 지으며 올라갔다.
“이유가 필요해? 나는 그냥 사실을 말하는거야. 네가 알 수 있도록.”
“그래, 그래.”
소녀는 몸을 돌려 오스칼로부터 멀어지기 시작해 그녀의 집으로 향하기 시작했다. 소녀가 두어발자국을 걸어가고 나서 오스칼은 물었다. “왜 내가 네 친구가 되고 싶어할거라 생각해? 넌 멍청한 애 같아.”
소녀는 걸음을 멈췄다. 잠시동안 가만히 서 있었다. 그리고는 몸을 돌려 오스칼을 향해 걸어와 앞에 섰다.
“뭐라고?”
오스칼은 팔짱을 낀 팔에 더욱 힘을 주었다. 칼이 더 단단하게 느껴졌다. 오스칼은 땅을 바라보았다.
“넌 바보임에 틀림없어, 라고 말했을거야.”
“오, 그래? 내가?”
“응.”
“미안. 하지만 어쩔 수 없어.”
둘은 50센티미터 정도를 사이에 두고 가만히 서 있었다. 오스칼은 계속해서 땅을 쳐다보았다. 이상한 냄새가 소녀로부터 풍겨왔다.
약 1년 전 쯤 그의 개 바비가 발의 상처가 덧나서 안락사를 시켜야만 했다. 마지막 날 오스칼은 학교에 가지 않고 아픈 개 옆에 몇시간이고 같이 누워 안녕을 고했다. 소녀는 그 바비와 비슷한 냄새가 났다. 오스칼은 코를 찡그렸다.
“이 이상한 냄새는 너한테서 나는거야?”
“아마도.”
오스칼은 그녀를 훑어보았다. 오스칼은 그 말을 꺼냈던 것을 후회했다. 그녀는 분홍색 스웨터 때문인지 너무나 예민해보였다. 오스칼은 팔짱을 풀고 그녀를 가리켰다.
“춥지 않니?”
“아니.”
“어째서?”
소녀는 얼굴이 찌푸려지며 주름살이 생겼다. 그 한 순간 소녀는 굉장히 나이들어 보였다. 어느 노파가 울고 있는 것같이 보였다.
“추운것이 어떤것인지 잊어버린 것 같아.”
소녀는 신속하게 몸을 돌려 문을 향해 걸어갔다. 오스칼은 그 자리에 남아 소녀를 바라보았다. 소녀가 무거운 현관문 앞에 다다랐을 때, 오스칼은 그녀가 두 손으로 문을 밀어 열거라 생각했다. 하지만 소녀는 손잡이를 잡고는 한 손으로 세게 밀었다. 현관문은 벽에 부딪혀 큰 소리가 났고, 튕기고는 닫혔다.
오스칼은 주머니에 손을 찔러넣었다. 어쩐지 슬펐다. 오스칼은 아버지가 대충 만든 관에 눕혀졌던 바비를 생각했다. 목공소에서 직접 만들어 얼어붙은 땅에 박아넣었던 나무 십자가를 생각했다.
그는 아마 새 십자가 하나를 만들어야 할 것이다.
# by | 2009/02/23 14:50 | For fiction | 트랙백 | 덧글(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