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저 스냅

 



저는 지난 일요일에 세장의 디비디와 한 편의 비디오를 구입했습니다.  왜 한편은 비디오 테이프냐 하면, 진저스냅 시리즈는 3편만이 DVD가 출시되어있기 때문입니다. 차례차례 보려고 일단 2편부터 구입하긴 했는데 3편은 1,2편과는 완전히 독립된 프리퀄이라고 하네요.

<진저 스냅>은 늑대인간이 되어가는 십대소녀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늑대인간의 거친 이미지를 생각한다면 이 결합은 상당히 뜻밖입니다. <언더 월드>같은 영화를 보세요. 거기에, 여자 늑대인간은 단 한마리도 나오지 않았었습니다. 털이 숭숭 솟아나고 거센 완력을 지녔으며 끔찍한 흉상의 늑대인간은, 아무래도 여자에게 어울리지 않는다고 생각했던거지요. 확실히 늑대인간은 예쁜 소녀들의 비쥬얼로는 어울리지 않습니다.

이 영화에서 늑대인간은 매우 독특하게 차용되고 있습니다. 이 영화의 주인공인 브리짓과 진저는 세상을 단 둘이서 살아가는 자매입니다. 이상할 정도로 죽음의 이미지에 집착하고, 심지어는 같이 죽고 싶어하죠. 둘의 관계는 일반적인 자매애를 넘어서, 일종의 근친상간적 긴장마저 일으킵니다. 둘의 관계는 거의 강박적이기까지한데, 결국 서로에게 서로가 충족이 될 수 없다는 점에서 더욱 그렇습니다.

이 절친한 자매의 비극은 언니인 진저의 초경으로부터 시작됩니다. 그러니까, 언니혼자 어른이 되어버린거에요. 그리고 언니는 동시에 늑대인간이 되어버립니다. 공교롭게도 바로 그날 늑대인간으로부터 습격을 받은거죠.

여기서부터 영화는 매우 흥미로워집니다. 진저가 초경을 겪고 나타나는 변화와, 진저가 늑대인간이 되어가는 과정이 정확히 병행하여 나타나기 시작합니다. 몸에는 털이 자라나고, 전에 없던 기관이 생기며 욕정이 일어납니다. 그 욕정은 물론 성욕과 식욕이 뒤섞인 것이지요. 진저는 남자와 자며, 그 남자를 뜯어먹고 싶어합니다. 이것은 엄밀히 자연계의 욕망은 아니지만, 진저의 초경과 늑대인간의 전설이 섞이며 매우 그럴듯해져버렸어요.

진저는 늑대인간이 되어가며, 정말 예뻐집니다. 엉덩이에는 꼬리가 자라고, 송곳니는 날카로워지며, 귀는 뾰족해지지만 묘한 야성같은 것이 몸에 덧입혀지며 아름다워집니다. 그리고, 그렇게 홀로 변해가는 진저를 보며, 브리짓은 소외감을 느끼고 또 괴로워하게되죠.

결국 이 영화는, 십대소녀의 성장을 공포증적으로 바라본 작품입니다. 마치 어마어마하게 고딕풍으로 묘사한 성교육테이프 같은 느낌이에요. 성장과 섹스에 대한 공포증적인 매혹은, 매우 기괴한 아우라를 풍깁니다.

<진저스냅2>는 어떨까요? 우선 눈에 들어오는 것은 브리짓의 변화입니다. 정말 늑대인간이 되면 예뻐지는 걸까요? 브리짓은 정말 예뻐졌습니다. 늘 헐렁한 옷을 입고 다니는, 나이에 비해 다소 미숙하고 매우 음침한 여자아이- 정도가 1편에서의 브리짓이었지요. 2편에서는요? 그녀는 여전히 음침합니다. 하지만 더 날씬해졌고 훨씬 성숙해보이며, 더 강인해보입니다.

물론 <진저스냅>을 찍을 때 부터 에밀리 퍼킨스는 진저 역의 캐서린 이자벨보다 언니였어요. 거기에 두 영화 사이에는 4년의 시간차가 있구요. 하지만 브리짓은 정말, 많이도 변해버렸습니다. 더 이상은 십대처럼 안보이는걸요.

단순히 브리짓만이 변한걸까요? 아뇨. 이 영화는 많은 부분 <진저스냅>과는 방향을 달리하는 영화입니다. 우선 이 영화의 진정한 주체는 늑대인간이 아닙니다. 오히려 포스터에는 나와있지도 않은 '고스트'라는 소녀이지요. 실로 이 깜찍한 꼬마아이는 늑대인간보다 훨씬 무서운 괴물입니다. 그것은 거스를 수 없는 실수 때문에, 본인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괴물이 되어가는 브리짓과는 전혀 달라요. 브리짓은 동정받고 이해받을 여지가 있습니다. 그녀에게 닥친 모든 비극은 그녀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이루어진 것이니까요. 하지만 고스트는  이해 할 수 없으며 예측 할 수 없는 악마에 가깝습니다. 그녀는 자신의 욕망과 악의와 힘을 정확하게 이해하고, 그것을 구사하고 있어요.

이 불가해하고 기괴한 아이 때문에, 영화는 전체적으로 불가해하고 기괴해졌습니다. 가끔씩 순수하게 불쾌하고, 절박하며, 두려운 이 영화는 1편과는 전혀 다른 맛을 느끼게 해줍니다. 비록 1편만큼 노골적인 영화는 아니지만, 이 영화엔 다양하고 맛이 강한 앙념들로 가득합니다. 각각의 인물들이 풍겨대는 호러적인 악취도 상당해요.

결론적으로, <진저스냅>시리즈는 재미있는 호러영화입니다. 늑대인간의 생김새는 거의 우리 옛 영화 '구미호' 수준이지만 그 투박해보이는 외양은 오히려 독특한 맛을 느끼게 해줍니다. 생각해보면, 정말 늑대인간이 등장하는 장면은 아주 적은 영화에요. 진짜로 이 영화에서 무서운 것은, 늑대인간으로 변해가는 것, 그 자체이지요. 인간성을 지키려는 브리짓의 싸움은 너무 절박하지만, 또한 절망적이어서, 너무 잔인합니다.

저는 그 지하실에서, 브리짓이 인육을 뜯어먹고 있을지 정말 궁금합니다. 고스트도 아마 그랬겠죠? 정말이지 고약한 아이에요. 또 고약한 엔딩이구요.

by 이녘 | 2006/04/06 14:24 | For horror | 트랙백 | 덧글(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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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ed by ArborDay at 2006/04/07 02:57
진저스냅은 확실히 '늑대인간'류의 변주 중에서는 눈에 띄는 작품입니다.
말씀하신대로 성장영화구요.
진저스냅의 진저는 프레디vs제이슨에서도 나오더군요.^^
Commented by 191970 at 2006/04/07 11:29
이 영화 보고 싶어졌어요.
Commented by 이녘 at 2006/04/07 12:06
ArborDays님. 아, 진저가 거기에 나왔군요. 1편에서의 진저는 무척 예뻐서 꼭 다시 한번 보고 싶습니다. 브리짓은 엑스파일에 나왔다고 해서 찾아보고 있어요. 191970님. 이 영화는 형제자매끼리 보면 더 재미있을것 같아요(__)
Commented by DAIN at 2006/05/03 15:42
Commented by 이녘 at 2006/05/03 18:48
이 영화가 단성사에서 개봉한지는 또 몰랐었네요. 트랙백 보냈습니다.
Commented by 1234 at 2008/07/30 20:32
정말로 부럽네요 저도 진저스냅 시리즈 전부 소장하고 싶은데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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