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여니라는 현상

 
 
어제 우연히 '귀여니'라는 작가에 대한 이야기가 나왔습니다. 이 사람이 대중에게 소비되는 방식은 정말 재미있는데, 저는 그녀에게서 '황우석'이나 '이효리' '박근혜' 와 같은 사람과 얼마간의 공통점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그것은 바로 찬반호오가 극명하게 갈리는 인물이라는 것이지요. 그들을 좋아하고, 싫어하는 것은 이미 이성과 논리의 차원이 아니라 감정과 믿음의 차이로 도약한지 오래입니다. 황우석을 믿는 것이 그가 한 연구가 진실이냐와는 살짝 빗겨가 있는 것처럼 귀여니에 대한 입장을 밝힌다는 것은 그녀가 쓴 글들이 얼마나 재미있냐, 혹은 얼마나 가치있냐와는 그리 상관없는 이야기이지요.

저는 귀여니가 제시하는 이야기를 삶의 모방할 만한 사례로 받아들이는 사람들을 비난할 생각은 없습니다. 하지만 이해가 가지 않는 것은 사실이에요. 하지만 저는 귀여니를 그토록 싫어할 수 있다는 것도 이해가 가지 않아요. 아니 그렇게까지 열정적으로 귀여니를 혐오하는 것은 왜일까요? 그들은, 그들이 좋아하는 작가를 위해 그렇게 열정적일 수가 있을까요? 결정적으로, 싫어하면 안보면 되는거잖아요. 왜 그들은 타인의 취향에 대해 그렇게 왈가왈부하고 싶어할까요.
물론 이 물음은 굉장히 어리석은 것입니다. 사람들은 이효리를 안보면 되는데도 욕하고, 박근혜를 지지하지 않으면 되는데 욕하며 황우석을 믿지 않으면 되는데 욕하죠. 그 혐오의 감정에는 단순히 시시비비를 가리려는 것 이상의 것이 있습니다. 그들은 각기 다른 이유로, 어느 순간엔가 하나의 신화가 되어버린것이지요.

저는 귀여니의 글을 단 한번도 읽어본적이 없습니다. 하지만 그 글이 어떤 문학적 성취나 가능성을 보여주리라고는 생각하지 않아요. 하지만 우리 문학의 미래를 망치고 있을만큼 어마어마하게 악의적인 작품일거라 생각하지도 않습니다. 그녀의 글이 영화화된것을 몇번 본 적 있기는 해요. 그것은 정말이지 온갖 클리셰로 가득한 영화였지요. 너무 노골적으로 뻔뻔하게 자신의 도식성을 광고하니 어느순간엔가 그녀의 영화는 독특한 향기를 풍기기 시작합니다. 그것은 곽재용감독의 영화들이 갖는 아우라와 비슷한 것이에요. 지나칠정도로 도식적이라는 것은, 충분히 흥미로운 현상입니다. 그것이 잘되었건 잘 되지 않았건 말이에요.

그녀의 캐릭터들은 도식적일 수 있습니다. 그녀의 이야기들도 도식적일 수 있지요. 그녀의 글 모든것이 도식적이고, 하나의 인용이며, 어떤 문화의 도가니가 될 때, 그녀는 하나의 의미를 갖게 됩니다. 그녀는 그 도식적인 세계를 가능케한 어떤 문화적 생산물들의 소비자이며 인용자이고, 생산자가 되는 것이지요. 그녀는 거의 포스트모던하기 까지 합니다.

그녀의 글이 그렇게 비난받을 것인가요? 저는 김정현의 '아버지'나 김진명의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 처럼 명백히 음험하고 역겨운 작품을 알고 있습니다. 이우혁의 '퇴마록'처럼 은근히 구린맛을 내는 작품도 알고 있지요. 귀여니의 글은 그들보다 위험할까요? 역겨울까요? 아니요. 귀여니는 그들이 지니고 있는 그 위험함에 결코 도달하지 못합니다. 그것이 그녀의 장점이자, 한계이지요. 이 시대의 특징일 수도 있겠어요. 말했듯이 그녀는 포스트모던하니까요.

정리하자면, 그녀는 굉장히 의미있는 작업을 하고 있습니다. 말했듯이 그녀는 소비자이자 인용자이자 생산자입니다. 그것은 팬픽이나 인터넷 소설들이 대체로 공유하고 있는 유통구조이지요. 저는 이러한 구조에 많은 흥미를 지니고 있는데 이러한 방식이 굉장히 새로운 것이며 어떠한 의미에서는 복고적이기 때문입니다. 그녀의 글이 소비되는 방식과 사대부들이 한시를 유통하는 방식은 유사성이 많아요. 아무튼, 그녀는 굉장히 대중적이며 개방적이고 자기폐쇄적인 어떤 구조를 만들어냈습니다. 이것은 90년대 pc통신의 탄생이 만들어낸 '대중에 의해 생산되는 문학'의 한 완성형일 수도 있습니다. pc통신, 그리고 인터넷이라는 공간이 가지는 특성이 그대로 적용된 의미심장한 형태가 되는 것이지요.

그래서, 저는 귀여니를 욕하지 않습니다. 그녀는 굉장히 흥미로워요. 하지만 그것이 그녀를 좋아한다는 뜻은 아닙니다. 저는 그녀에게서 한 문화의 완성과 미래의 한 징후를 보고 있지만 결코 호의적인 눈으로 보고 있는 것은 아닙니다. 말 그대로, 저는 그녀를 흥미롭게 보고 있는 것입니다.

by 이녘 | 2006/04/16 13:25 | For others | 트랙백 | 덧글(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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