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년 04월 21일
어슐러 르 귄, 바람의 열두 방향
저는 르귄의 어스시 시리즈를 별로 좋아하지 않습니다. 그녀 특유의 낭만적이고 영지적인 분위기 속으로 너무 함몰된다고 생각했기 때문이지요. SF를 쓸 때의 그녀에게선, SF라는 장르가 가지는 어떤 미래에 대한 비전과 함께 아득한 과거와 원형, 신화속으로 회귀하는 모호한 아우라같은 것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어스시 시리즈에 이르면 완전히 르귄이 만들어놓은 꿈 속으로 들어가는 것만 같았어요. 이 책 안에서도 저는 <이름의 법칙> 이나 <해제의 주문>과 같은 어스시 시리즈의 연장선에 있는 단편들에 별 호감을 느끼지 못합니다. <어둠 상자>나 <오멜라스를 떠나는 사람들>같은 경우엔 꽤 만족하는데 말이지요. 그런것을 보면 단순히 처음 얘기한 그것 때문만은 아닌 것 같아요. 제가 르귄의 어스시 시리즈를 싫어하는 데는 더 복잡하고 설명 불가능한 어떤 이유가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그게 무엇인지는 잘 모르겠네요.
여기에서도 제 눈을 끄는 단편들은 <명인들>이나 <샘레이의 목걸이> <아홉생명>과 같은 작품들입니다. 아홉생명을 제외하면 노골적으로 환상적인 분위기와 SF가 섞여드는 것들이에요. 제 취향은 아무래도 그런 것인 모양입니다.
# by | 2006/04/21 13:31 | For fiction | 트랙백 | 덧글(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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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름 즐기기는 하지만 르귄의 '사변소설'들은 제자신이 논리보다는 직관에 많이 의존을 하고 디테일한 설정에 기반을둔 비젼을 이해할만한 지적수준도 치밀함도 부족한지라 내면으로 침잠하는 성향이 강한 어스시 시리즈 쪽이 더 감성적으로 와닿더라고요.
특히 '이름의 법칙' 같은 경우는 이 아줌마의 여타의 작품에서는 찾아보긴 힘든 잰척하는 유머가 재미있잖아요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