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들레르, <악의 꽃> 中

 
<살인자의 술>

아내가 죽었어, 난 자유야!
그러니 실컷 마실 수 있지.
전엔 한푼 없이 돌아올 때면
그년 고함에 신경이 갈기갈기 찢겼지.

이제 난 왕처럼 행복하이.
공기는 맑고, 하늘도 희한한지고
내가 년에게 반하게 된것도
그래 이런 여름철이었지

가슴을 찢는 이 지독한 갈증
그걸 풀려면 아마도
그년 무덤을 채울 만큼의
술이 필요할걸.

실은 년을 우물 속에 던졌거든
그리고 그 위에다 우물변두리
돌들을 모조리 밀어넣기까지 했것다.
- 잊을 수 있다면 잊고 싶으이!

무엇으로도 우릴 떼어놓을 수 없는
우리 애정의 맹세를 위해서,
우리 사랑의 도취의 멋진 시절처럼
다시 화해하기 위해서,

난 그날 밤, 년에게 컴컴한
길가에서 만나자고 애원했것다.
년이 왔어! -미친것이!
다소간에 우리 모두가 미쳤거든!

무척 지친 꼴이었지만 년은
아직도 예쁘더군! 그리고 난 또
너무나 년을 사랑했지! 그래서
말한거야 "이승에서 꺼져라!"고

이 내 맘을 이해할 놈 아무도 없어.
이 머저리 주정뱅이들 중 단 한놈이라도
병에 찌든 밤마다 술로 수의를 삼을
그런 생각을 한 적이 있었던가?

쇠로 만든 기계인 양
불사신의 이 불한당은
여름이건 겨울이건 일찍이
참사랑을 안 적이 없어.

그 응큼하게 흘리는 마술이며
아비규환의 다급한 불안의 연속,
그 독약의 병들이며, 그 눈물
그 쇠사슬과 해골 부딪는 소리나는 사랑을!

- 이제 난 자유롭고 외톨이구나!

오늘 밤 난 죽도록 취하리라.
그땐 두려움도 회한도 없이
땅바닥 위에 벌떡 누울 테다.

그리고 개처럼 잠들리라!
돌이며 진흙 따윌 실은
육중한 바퀴의 달구지건,
미친 듯 질주하는 화차건,

죄 많은 내 머릴 짓이기든가
한허리를 동강내도 무방하이,
그까짓 일, 난 신이나 악마나
성탁처럼 일체 개의치 않거든!


보들레르의 시를 이해할 수 있다는 것은 거짓말입니다. 당연하지요. 그는 프랑스인이에요. 저는 그의 프랑스시를 오롯이 감상할 수가 없습니다. 덕분에 이 시는 원래 시로서 가졌을거라 예상되는 거의 대부분의 것을 잃었을 것입니다. 아리스토텔레스 식으로 말하자면 '귓맛이 좋은 글'이 주는 쾌감을 모두 잃어버렸지요.

하지만 그래도, 이 시는 어떤 것을 저에게 전해줍니다.

"이제 난 자유롭고 외톨이구나!"

자유롭다는 것은 외로워진다는 것.  고독의 심연속을 이렇게 냉정하게 들여다본 문장이, 또 어디에 있을까요?

by 이녘 | 2006/04/23 12:54 | For others | 트랙백 | 덧글(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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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ed by 여관주인 at 2006/04/23 13:44
보들레르는 프랑스인이 아니라 파리인이라네 희흿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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