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성복, <남해 금산> 중에서

 
세월의 습곡이여, 기억의 단층이여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날들이 흘러갔다
강이 하늘로 흐를 때,
명절 떡쌀에 햇살이 부서질 때
우리가 아픈 것은 삶이 우리를
사랑하기 때문이다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날들이 흘러갔다
흐르는 안개가 아마포처럼 몸에 감길 때,
짐 실은 말 뒷다리가 사람 다리보다 아름다울 때
삶이 가엾다면 우린 거기
묶일 수밖에 없다


저는 문학이 삶에 힘을 실어줄 수 있다는 주장을 믿지 않습니다.

하지만, 어느 구절엔가, 저의 가슴을 울리는 어떤 대목을 만날 때마다

이론의 언어가 가져가지 못한 무언가가 있다는 것을 느끼게 됩니다.

by 이녘 | 2006/04/24 14:54 | For others | 트랙백 | 덧글(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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