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년 05월 08일
시체들의 낮 Day of the Dead
우선 이 영화는, 정말이지 끔찍한 화면으로 가득합니다. 하드고어에 꽤 익숙해져 있다고 생각했던 제가, 고개를 휙휙 돌려댈 만큼 이 영화는 마음먹고 촬영한 고어들이 굉장히 많아요. 비교적 최근에 나왔던 <28일후>나 <새벽의 저주>같은 영화들은 굉장히 얌전하게 느껴질 정도에요.
맛이 강한 양념같은 고어장면을 걷어내고 나면, 이 영화에서 느껴지는 것은 정치적인 분노와 야유입니다. 잠깐 <시체들의 낮>의 배경을 설명해보자면, 바야흐로 좀비들이 이 세상을 점령하게 된 어느날인가의 미국입니다. 원인을 알 수 없는 어떤 혼돈이, 시체들을 일으켜 세우고 그들에게 죽은 사람들도 좀비로 만들기 시작한거죠. 주인공들은 이러한 혼돈의 원인과 대책을 세우고자 정부가 만든 연구기관의 사람입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며 세상은 점점 점령되어가고 그들은, 점점 더 고립되지요. 오래전에, 무선은 끊기고 그들은 세상에 살아남은 '인간'은 자신들 뿐이라는 절망에 빠져가고 있습니다.
로메로 영화의 특징은, 분노가 인간을 향한다는 점입니다. 물론 '좀비'는 끔찍한 괴물이지만, 그것은 세계가 그들에게 준 우연한 시련일뿐, 진짜 절망의 주체는 아닙니다. 진짜 절망은, 이러한 시련 속에서 만들어지는 무정부적인 반목과 그 반목을 통제하려고 하는 광기어린 지배의지에서 생겨납니다.

원래 과학자들을 조력하기 위해 파견되었던 군인들은 점점 그들을 지배하고 통제하려 합니다. 왜냐하면, 과학자들이 내놓는 연구라는 것은 하나같이 쓸모없고 그 성과가 끝없이 유보되며 기껏 만들어진 성과라는 것은 미치광이의 광기 그 자체이거든요. 그러는 사이 사람들은 죽어가고 있으며, 그들은 고립되고 또 가치없이 죽어가지요. 살아남은 인간과 좀비의 비율이 1:40만 이라잖아요.
하지만 로메로는 단순히 '군인'들만을 원망하는 것은 아닙니다. 물론 그들은 로메로의 분노에 희생되는 직접적인 제물이지만 로메로가 보여주는 절망의 폭은 훨씬 넓어요. 그것은 상황을 개선하기 위한 인간의 노력이라는 것이, 결국 상황을 얼마나 더 악화시키는지에 대한 통찰입니다. 과학자들의 연구와 생산물들도 상황을 개선시키고 희망을 주기보다는 더 막막한 절망과 광기속으로 침잠하는 것 뿐이니까요. 프랑켄슈타인의 명백한 패러디인 로건박사의 괴물, 법은 로메로가 던지는 야유의 결정판이에요.

로건 박사는 좀비들을 길들이는 것이 가능하다고 믿습니다. 그것은 적절한 '보상'에 의해 이루어진다고 해요. 로메로는 로건과 법에게 비뚤어진 부자관계에 대한 상징을 잔뜩 깔아놓았습니다. 우리는 법의 변화를 결코 편한 심정으로 지켜보지 못하는데, 그 이유는 로건의 교육의 결과는 '바른 심성'이 아니라 또 다른 '광기' 이기 때문입니다. 그것은 통제되는 괴물일지 몰라도 괴물이 아닌것은 아녜요. 그 괴물이, 또 다른 괴물인 로즈 대령을 죽이는 장면은 정말이지 의미심장합니다.

결국 로메로는 경건하게 신에게 귀의하는 끔찍한 90분짜리 기도를 완성해냅니다. 시련을 극복해내려는 인간의 모든 의지는 더욱 거대한 카오스를 불러오지요. 모든 것을 포기한 채 시련의 한가운데로 몸을 던지는 마지막 결말은 그러한 절망의 당연한 귀결이라 할 수 있겠어요. 로메로의 영화는, 그런 캄캄한 회색빛의 비전으로 가득합니다.
그 결과는 정말 좋습니다. 이 시니컬하고 냉소적인 문법은, 화려하기까지한 고어장면과는 별도로 거대한 공포를 만들어내요. 이 출구없는 혼란은, 정말 끔찍합니다. 인간들은 모두 미쳐가고, 미치지 않은 사람은 완전히 체념해 버렸고, 절망을 인정하고 싶어하지 않는 사람들은 더욱 열심히 미쳐서 모두에게 피를 뿌립니다. 로메로가 보았던 1980년의 미국은 아마 이런 모습이었나봐요.
이 영화는 묵시록적입니다. 종말의 혼란, 다가오는 파국을 기다리는 사람들, 그들의 절망, 광기. 이런 대책없는 음울함은 사람들을 정말 불편하게 만들어요. 그리고 저는 그 불편함이 상당히 마음에 들었습니다.
이글루스 가든 - 내맘대로 영화해석
# by | 2006/05/08 15:04 | For horror | 트랙백 | 덧글(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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굉장히 오래된 영화아닌가요? 찾을래야 찾을 수 없었던 영화 중 하나. 공유해요 징징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