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년 05월 09일
강철의 연금술사

오늘에야 마지막화를 보았습니다. 꼭 세월이 지나 옛 작품을 보는 것은 제 운명이려나요.
하가렌은 동명의 코믹스를 원작으로 하는 장편 애니메이션입니다. 하지만 어느 순간 부터인가 애니메이션판 '강철'은 원작 '강철'과 갈라지기 시작했습니다. 여기에는 무엇보다도 원작의 연재 속도보다 애니메이션의 연재속도가 빨라서, 더 이상 원작의 이야기만으로 흐름을 진행시킬 수 없었다는 것이 가장 큰 이유겠지요.
그런데, 그 결과가 상당히 재미있습니다. 어느샌가 애니메이션 '강철'은 원작과는 전혀 다른 분위기와 이야기를 덮어 쓰고는 전혀 다른 <강철의 연금술사 >로 태어나기 시작했어요. 애니메이션 '강철'의 세계는 원판의 패럴랠 월드라고도 할 수 있습니다. 코믹스판의 끝은 아직 시기를 짐작할 수도 없지만, 아마 애니메이션 판과는 굉장히 거리가 있는 엔딩을 가지게 될 것입니다. 비슷하지만 전혀 다른 이야기라는 것이지요.
어떤 점이 바뀌었을까요? 우선 더욱 어두워졌습니다. 다소 산만하고, 경쾌한 코믹스의 분위기에 비해 애니메이션 판의 '강철'은 더 끈끈하며 음울하고 자기도취적이지요. 거기에는 친족상잔과 근친애같은 질척한 상징들이 끈끈한 형제애나 동료애 따위와 대책없이 얽혀 있습니다. 인간의 오만에 대한 재패니메이션 특유의 암울한 과시와 인간애에 대한소년 장르 특유의 믿음이 무질서하게 집약되어 있는거죠.
물론 '강철'은 뻔한 작품 입니다. 뻔한 이야기에 뻔한 인물들로 가득해요. 제가 이 애니메이션에서 반한 것은 캐릭터나 이야기가 아닙니다. 이 애니메이션의 캐릭터들은 굉장히 진부해요. 출세를 꿈꾸는 휴머니스트 로이 머스탱, 그의 충실한 보좌관들, 희망을 잃지 않는 속죄형제들-_-. 매드 사이언티스트 터커. 전쟁에 미친 군인들. 기타등등. 어느하나 새로운 아이디어가 보이질 않습니다. 하지만, <강철의 연금술사>는 주어진 클리셰들의 가능성을 상당히 뽑아냅니다. 캐릭터나 이야기 자체는 신선할 것이 없지만, 주어진 한계 안에서 최대한의 파토스를 뽑아내는거죠. 그래요. <강철의 연금술사>의 매력은 그 어마어마하게 자기도취적인 파토스입니다. 사람들은 언제나 죄를 짓고, 에드는 몸을 반쯤 비틀며 자신의 오토메일을 보여주곤 나직히 말하는거죠. "이것은 내 죄다. 우리는 잃어버린 모든 것을 되찾기 위해 여행하고 있다."
이런 특징들은 소년만화라는 틀 안에서 허용되는 최대치의 음울함을 뽑아내려는 시도처럼 보여집니다. 그리고 그 시도는 상당히 재밌었어요. 저는 이 애니메이션을 정말 재미있게 보았습니다. 연금술이라는 소재도 좋았고 그 소재에 도취되어 있는 각본도 좋았습니다. 끔찍한 연금술의 진실을 파헤쳐 나가는 형제애라는 설정은 뻔하긴 하지만 사실, 소년 만화를 본다는 것은 그 뻔한 감동을 즐기려는 게 아니겠어요.
# by | 2006/05/09 01:18 | For comic | 트랙백 | 덧글(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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