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년 05월 24일
얼굴없는 미녀

뭐, 하지만 거기까지입니다. <얼굴없는 미녀>가 로메로에게서 아이디어를 얻었을 가능성은 거의 없어요. 좀비영화의 변종이었던 <발데마르씨에게 생긴 일>과는 다르게 <얼굴없는 미녀>는 호러영화로 볼 만한 요소가 거의 없습니다.
이 영화는 대체로 로맨스 영화입니다. 아주 병적인 로맨스 영화이지요. 정신과 의사와 경계성 성격장애 환자라는 남녀설정부터 너무 노골적이지 않나요? 이 영화는 어느 순간부터인가 역전이를 시작한 정신과 의사의 몰락을 그립니다. 정신과 의사에게 해당되는 모든 충고 -"사적으로 환자와 만나지 말라"를 어긴데 대한 징벌인 셈이지요. 이 구도는 거의 비극적이기 까지 합니다.
이 영화는 많은 아이디어와 가능성을 품고 있습니다. 정신분석의 과정은 환자와 의사 사이에 이루어지는 일종의 파워게임이지요. 적합한 예는 아니지만 <양들의 침묵>에서 안소니 홉킨스와 조디 포스터 사이에 흐르던 긴장은 얼마나 짜릿했나요. 하지만 아이디어에서 충분한 쾌감을 뽑아내기에, 이 영화는 너무 산만합니다. 시나리오도 너무 굴곡이 없고 인물들은 심심하지요.
김태우는 늘 그래왔듯 내성적이고 상처받기 쉬워보이는 남자의 모습을 연기하고 있어요. 그 때문인지 그가 환자를 치료하는 모습들은, 정말 대책없어 보입니다. 아무런 비전없이 그냥 툭툭 말만 받아주는 느낌이에요. 전문가라는 느낌이 안살죠. 실제로 각본도 좋지 않습니다. 정신과 의사가 그 따위 얘기나 하고 있다니. 돈은 060 서비스 못지 않게 받으면서 말이에요!
김혜수의 연기는. 글쎄요. 헤어스타일은 제법 어울렸지만, 감정을 폭발시키는 장면들은 영 어색했습니다. "저 감정연기를 하고 있어요!" 하고 외치는 듯 했어요. 또박또박 씹어내듯 대사를 내뱉는 밀회장면도 어색하긴 마찬가지였죠.
한가지 악담을 허용하자면, 이 영화에서 김혜수의 몫이라는 것은 억지스러운 섹스를 하며 그동안 꼭꼭 가려온 가슴을 노출시키는 거였습니다. 듣던대로 그녀의 가슴은 아름다웠지만, 그녀의 가슴을 보려고 영화를 보는 건 아니잖아요? 게다가 그 베드신들은 그렇게 예쁜 편도 아니었단 말예요.
그래도, 마지막 지수가 반쪽의 얼굴로 찾아오는 장면이나, 소리나는 계단의 트릭은 좋았습니다. 첫 장면에서 떠오르는 물건들 가운데 앉아있는 지수의 모습도 괜찮았구요.
# by | 2006/05/24 21:14 | For horror | 트랙백(1) | 덧글(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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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 얼굴없는 미녀
얼굴없는 미녀. 과연 이 제목이 무엇을 뜻하는 것일까? 굉장히 오래동안 생각을 하며 영화를 봤다. 실체없는 존재. 그리고 인간의 덧없을 욕망을 형상화한 것. 이 영화는 무척이나 도회적이다. 나는 이런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다. "시골에서 돈이 없으면 더 비참해. 서울에선 옆집 누군가가 굶어죽어도 모르지. 그런데 시골에서는 어느 놈이 얼마나 가지고 있는지 다 알거든. 그래서 말이지. 없는 놈은 더 무시 받는다고."......more
몇몇 장점도 눈에 띄지만, 많이 아쉬운 영화였어요.
tomsrtrong님//음음. 이제야 기사들을 뒤져서 보았습니다. 솔깃한걸요. 지금은 자료가 소실되었다는데, 아쉽네요 ㅠㅜ
Arborday님// 저는 <신라의 달밤>에 나왔던 새침하면서도 당찬 이미지를 좋아하는 편이에요. 최근 김혜수의 페르조나는 아무래도 호러퀸을 염두에 두고 있는 것 같은데, 어울리는 지는 잘 모르겠네요. 그리고, 확실히 아쉬움이 많이 남는 영화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