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년 07월 01일
슈퍼맨 리턴즈

(사진출처 nkino.com)
막 보고 왔습니다. 거의 맨 앞자리에서 봤더니 아직도 고개가 알알하네요.
그러고보면, 저는 슈퍼맨 시리즈를 모두 보았습니다. 설이던가, 추석이던가, 하여튼 그 많은 명절 중 한 때 였을거에요. 퍽 설레는 마음으로 보았었다는 고백을 하고 싶네요. 뒤에 빨간 보자기를 매고 가구 위에서 뛰어내리는 놀이 한번 안해본 아이가 어디있겠냐마는...
극중의 로이스는 "왜 슈퍼맨이 필요없는가?" 라는 주제로 퓰리처상을 타고, 마지막에는 "왜 슈퍼맨이 필요한가?"라는 제목의 기사를 쓰기 시작합니다. 글쎄요. 제가 생각하기에는 미국정부가 치안에 들어가는 비용을 줄이기 위해서라도 필요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만...
렉스 루터의, 마찬가지로 만화적인 상상력의 범죄가 아니면, 슈퍼맨이 해결하는 문제들은 대개 도시의 범죄나 일상적인 사고와 같은 차원의 것들입니다. 그것들은 국가 공권력이 행하는 부분들이지요. 슈퍼맨은 인간적인 한계에 부딪힌 공권력 앞에 나타난 기계장치신 같은 존재입니다. 누구든지 "썸바디 헬프 미!" 를 외치면 짜잔! 하고 나타나서 그 초인적인 능력으로 모든 것을 해결하죠. 하지만 슈퍼맨은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의 분쟁이라든가, 중국의 소수민족 정책, 내전이 벌어진 아프리카의 기아문제 같은 것에 대해서는, 생각조차 할 수 없습니다. 슈퍼맨에게는, 상상력이 부족해요.
오히려 활기찬 상상력은 렉스 쪽이 가져갑니다. 신대륙을 만들어낼 발상을 대체 누가하겠어요? 세계의 변수를 없애는 슈퍼맨과는 다르게, 렉스는 세계의 변수가 되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렉스와 슈퍼맨의 관계에서, 언제나 슈퍼맨이 수동적이 되는 이유는 그에게 능력이 없어서가 아니라, 야심과 상상력이 부족해서입니다. 슈퍼맨은 세계평화를 지키고 싶다는 소망 안에서도, 정말 상상력이라고는 보이지 않는 멍청한 남자니까요. 결국 <슈퍼맨 리턴즈>는 무능하지만 전능한 신에게 도전하는, 유능하지만 한계가 그어진 인간의 이야기입니다. 렉스는 프로메테우스를 인용하고 있는데, 이에 대한 사유가 조금만 더 깊었더라면 정말 재미있는 드라마가 만들어졌을거에요. 아쉽게도 브라이언 싱어는 렉스 캐릭터를 필요 이상으로 발전시킬 생각은 하지 않고 있는 것 같지만요.
로이스와의 로맨스는 어떨까요? 아주 재미없습니다. <스파이더맨 2>의 몇몇 설정들이 곧바로 떠오르더군요. 결과는 <스파이더맨> 보다도 좋지 않았지만요. 현실의 세계에 처해진 슈퍼영웅의 고난이라는 점에서, 두 영화는 매우 비슷합니다. 하지만 클라크와 로이스는 <스파이더맨>의 캐릭터보다 훨씬 심심하고 재미없습니다. 클라크의 캐릭터는 브랜든 루스의 얼굴 그대로입니다. 선이 굵고, 선해보이는, 멍청한 남자에요. 로이스라는 캐릭터도 필요 이상으로 가벼워요. 퓰리처 상을 탈 정도의 기자가, 단순히 실연당한 상심으로 기사를 썼다니. 이건 언론에 대한 야유일까요, 아니면 여성에 대한 편견인걸까요? 이렇게 캐릭터 자체가 심심한데다 그들에게 로맨스가 가능한 상황이 얼마 마련되지도 않았지요. 위기에 빠진것을 구해주면 사랑이 다시 시작한다는 무책임한 클리셰만 남겨놓았어요.거기에 슈퍼맨의 로맨스에 치중하느라 클라크의 로맨스 쪽은 너무 무시된 기분이 듭니다. 영화지 쪽에서는 '로맨스의 귀환'이니 어쩌니 떠들고 있지만 이 영화의 로맨스가 잘 짜여졌다는 말은 차마 못하겠어요.
이 영화는 흥미로운 몇몇 가능성을 놓치고 있습니다. 로이스가 정말로 슈퍼맨이 필요없는 세상을 그리는 언론가였다면, 로맨스도 더 풍부해지고 영화의 폭 자체도 굉장히 넓어졌을 것입니다. 렉스의 이야기에 조금만 더 신경을 써주었더라면, 이 영화의 대결은 더 흥미진진해지고, 복잡해졌겠죠. 하지만 두시간이 넘는 영화의 러닝타임에도 불구하고 <슈퍼맨 리턴즈>는 너무 밋밋합니다. 어느 영웅의 힘자랑을 감흥없이 구경하는 기분이에요. 하지만 그 긴 러닝타임이 결코 길게 느껴지지는 않았다는 것을 고백해야겠습니다. 이 노련한 감독은, 그럼에도 즐길만한 오락영화 하나를 제게 주었어요.
덧. 진짜 크립톤 행성 과학의 총아는 슈퍼맨의 의상이 아닐까요? 총탄에도 불길에도 끄떡없는 옷이라니.
덧둘. 왜 슈퍼맨이 하강할때도 망또는 아래로 펄럭일까요.
덧셋. 대체 왜 안경만 벗은 슈퍼맨을, 대체 왜 못알아보는걸까요!! 언젠가 충분히 긴 시간이 지나면, 영화연구자들은 이 점을 궁금하게 여길지도 모르겠어요.
# by | 2006/07/01 22:03 | For movie | 트랙백(1) | 덧글(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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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 슈퍼맨 리턴즈 ~돌아온 켄트씨의 파란만장 분투기~
★촬영지: 1호선 종각역★ -오프닝 크레딧은 그야말로 1978년작 슈퍼맨 제1탄의 완벽한 업그레이드 이식판. 슈웅 날아오는 폰트들 하며, 멋드러지게 편곡된 존윌리엄스 작곡의 테마음악 하며, 그때를 아는 사람이라면 감동할 수밖에 없는 요소들이 가득하다. 게다가 스쳐지나가는 우주의 풍경도 오리지널에선 그냥 어두컴컴한 우주공간 스윽 스쳐지나가는 정도인데 여기선 CG처리된 행성과 유성들이 빙빙 돌고 퓽퓽 지나가고 하는 대 스펙터클로 처리되어 있......more
덧. 에 대해선 이런 얘기도 있죠. 슈퍼맨의 초능력이 그의 신체 주위를 둘러싸고 있기에 그의 의상에는 흠집이 나지 않는다나. 생각해보면 크립토나이트 단검에는 쉽게 뚫리잖아요.
덧둘. 모르겠고. -.-
덧셋. 그게 슈퍼맨의 가장 강력한 초능력...;
에...슈퍼맨이 상상력이 부족하다고 하셨는데, 그렇기도 하지만 사실 열거하신 문제들은 개인의 힘이 아무리 강력하다고 해도 어떻게 해결할 수 있는 문제로는 보이지 않습니다. 정치적인 문제, 구조적인 문제들을 강한 근력, 총알도 막아내는 내구력, 비행능력, 눈에서 빔이 나오는 등의 능력으로 해결할 수는 없겠지요. 결국 개인의 힘에는 한계가 있는법이니까요.
사실 슈퍼맨이 상상력이 풍부한 사람이었다면 스스로 내가 정말 이 세상에 필요한 사람인걸까 라고 우울해하지 않을까요?
너무 슈퍼맨 자신에만 초점을 맞추다보니 엑스맨에 비해 훨씬 긴 러닝타임과 적은 등장인물을 가지고서도 좀 균형이 깨진 듯한 인상을 주어서 안타까웠습니다. 보는 재미는 있었지만 말이죠.
스카이워커님. 시험 끝났다니 축하드립니다. 저도 아직 엑스맨을 못보았네요. ㅠㅜ 내려가기전에 얼른 보아야겠습니다.
여관주인// 난 배트맨이 아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