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귀야행, 이마 이치코

 
저는 이런 류의 이야기를 굉장히 좋아해요. 영감을 가진 사람과, 그 사람을 둘러싸고 있는 신이한 세계에 관한 이야기. 그러니까 바로 이 <백귀야행>이나, <세상이 가르쳐준 비밀>, <펫샵 오브 호러즈>와 같은 것들이요. 음양사 세이메이에 관한 이야기들도 여기에 포함되겠지요?

<백귀야행>은 기본적으로 멜로드라마입니다. 이것은 <백귀야행>과 같은 이야기들이 그 뿌리를 박고 있는 먼 전통에서 부터 시작하는 것인데, 주로 귀신과 인간의 사랑을 다루었던 전기소설이 바로 그것입니다. 전기소설 속의 사랑은 늘 운명적이고, 다소 거창하며, 또한 애절합니다. 그도 그럴것이 이미 죽은 사람과의 사랑이니까요! 만나는 것도 힘들고 이루어지기는 더더욱 힘든 인연이니 거창하고 애절해질 수 밖에 없습니다. 사랑을 고조시키며 읊어대는 서정시들은, 로맨스 영화에 삽입되는 노랫말들과 얼마나 비슷한가요?

<백귀야행>속에서 리쓰가 접하고 사는 세계는 인간과 요괴가 살과 마음을 섞고 서로를 잊지 못해 두 세계를 넘나드는 곳입니다.  그 사랑들은 세월을 초월하고 인간의 운명을 넘어서기 때문에 한층 절실해보이고, 낭만적이며, 또한 신비하지요. 현실에 묶여있는 사람들이 현실을 초월한 이야기에 매료되는 것은 당연한 것이 아닐까요? 현실을 초월한 사랑이 더 아름답게 보이는 것도 당연하구요. 그래서 <백귀야행>의 이야기가, 그토록 아름다워보이는 것 아니겠어요.

<백귀야행>의 미덕은 거의 <전설의 고향>처럼 낡은 이야기들을 세련되게 풀어놓았다는 것에 있습니다. 원한을 지녀 이승에서 떠나지 못하는 사람들, 그들이 가지고 있는 집착, 신이한 세계와의 교류, 스스로 죽음을 알고 있지 못하는 사람들과 같은 흔하디 흔한 괴담의 테마를, 이마 이치코는 아주 솜씨있게 봉합하고 있어요. 그녀 특유의 이야기 버릇- 과거와 현재의 이야기를 의도적으로 섞어버리는-을 통해 이 소재들은 더 몽환적이고, 신비하게 포장됩니다. 요즘에는 너무 과용하는 느낌이 없지 않지만요.

 

by 이녘 | 2006/07/12 02:46 | For comic | 트랙백 | 덧글(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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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ed by 스카이워커 at 2006/07/12 14:10
이마 이치코는 제대로 그릴 땐 훌륭하기 그지없으나 때때로 대체 이야기를 어떻게 끌어나가는거야! 버럭했는데 <문조님과 나>를 읽고서는 '문조님 시중드느라 그랬군'하고 납득했다죠..--; 저는 오구로 오지로가 젤 좋아요!
Commented by 픽션들 at 2006/07/12 15:43
이마 이치코는 왠지 따뜻한 구석이 있어서 좋아요. 음양사도 읽어 보셨나요? 얼마 전에 11권을 샀는데, 이렇게 어려운 만화책은 처음 읽어 봅니다.
Commented by 정세영 at 2007/12/23 11:10
스카이워커님도 저랑 동값이네여 나도 오구로 오지로가 젤 좋은뎅ㅇㅅㅇ^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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