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도청 파업, 그 후.

 



KTX 여승무원들의 투쟁은 아직도 계속되고 있답니다. 일간지에서는 찾아보기도 힘들어진 그녀들. 가끔 FTA시위 옆에서, 혹은 다음미디어의 구석 한켠에서 여전히 모습을 드러내고 있습니다.

철도청 노조는 파업으로 상당히 많은 것을 끌어내었습니다. 그들이 원하던 것을 모두 가져가지는 못했지만, 사실 협상이라는 것은 대개 그런식이잖아요. 받아낼 수 있는 것 이상을 요구한 다음, 하나씩 하나씩 타협해가는 것이죠. 하지만 그들이 받아내고 싶어한 것 중, KTX 여승무원들의 비정규계약에 관한 안건은 없었나봅니다. 노조는 빠르게 직장으로 복귀했고 그녀들은 남았지요. 그리고, 현재 철도청으로부터 강제퇴사 당한 지금도, 그녀들의 시위는 계속되고 있습니다.

그녀들이 주장하고 있는 바가 얼마나 진실된 것인지와는 상관없이, 철도 노조의 무관심은 야속한 것입니다. 어제까지 옆에서 싸우던 동지를 그렇게 내팽개치다니요-_-  또 다시 보이콧이 필요해질 때, 많은 사람들은 기억할 것입니다. 자기 밥그릇 문제가 해결되면 사람이 얼마나 냉정해지는가를요.


자자. 그럼 본론입니다. 오늘 다음뉴스를 뒤지는데, 이런 답글이 달려있었습니다.
클릭

ktx승무원들 월급도 그리 작지도 않더만~~

 배때기가 불렀어~

그냥 다시 뽑아라 그자리 그월급에도 하겠다는 사람들 널렸으니까~

요즘 얼마나 취업이 안되는데 그런소릴하는지~

거기보다 돈도 적게 받는사람들도 다 나가서 농성해야겠네~

이런식으로 하니까 우리나라가 발전이 없는겨~~

제발 나이들도 먹었으니까 철좀들자~~




저는 KTX여승무원들의 연봉이 어느정도나 되는지. 그들이 얼마나 부당한 대우를 받고 있는지. 혹은 그냥 배가 부른 것인지에 대해서 정확히 아는 바가 없습니다. 그런건 협상 당사자들도 정확히 알지 못하는 것들이에요. 하지만 이런식의 리플은 안됩니다. 예. 이것은 어리석은 행위입니다.

이 사람의 비정규계약직의 불안한 고용현실에 대한 몰이해와 상관 없이, 노동의 정당한 대가를 요구하는 것의 중요함에 대한 무지와는 상관없이. 가장 불쾌한 것은 저 대목이에요. "이런식으로 하니까 우리나라가 발전이 없는겨~~" 라니!
불만없이, 그저 주는대로 받으면서 열심히 일하면 나라도 부강해지고 우리도 잘 살게 되나요? 1970년대 우리 섬유산업은 노동자의 착취를 기반으로 성장했습니다. 하지만 부강해진 것은 나라도 아니고 노동자도 아니었으며, 그저 몇몇 자본가일 뿐이었지요. 그리고, 그 사람들도 그 때 말했을 것입니다. 이기적인 마음을 버려야 나라가 부강해진다구요. 혹은 "그 자리 그 월급에 하겠다는 사람 널렸어!" 는 어때요? 금방이라도 전태일 평전의 한 구석에서 뽑혀나올 것 같은 문장이로군요-_-

그리고 이 논리는 생각보다 훨씬 흉악합니다. 청년실업의 증대와 함께, 시장의 구조는 점점 더 적은 돈으로 좋은 인력을 구할 수 있게 되어가고 있어요. KTX 여승무원과 같이 전문적인 기술이 필요없는 직업의 경우는 더욱 그러하구요. 우리는 처우개선을 요구하기보다는, 그 부당한 처우 속으로 들어가는 것이 더 간절한 것이 되어버리지요. 저 주장은 그 부당한 처우속에서 안전하고 싶은 사람의 논리입니다. 슬프지만, 이해할 수 있어요. 하지만 그 흉악함이 사라지지는 않지요.

그래서, 결론 입니다. 저는 이 여승무원들을 지지하는 것은 아닙니다. 그녀들을 지지하기에, 저에겐 그녀들의 노동조건에 관한 정보가 너무 모자라요. 굳이 그것을 알아가면서까지 지지해야할 필요성도 느끼지 못하구요. 당연하지요. 세상 모든 보이콧과 마찬가지로, 이것도 밥그릇 싸움입니다. 남의 밥그릇 싸움에 열을 올릴 필요는 없어요. 하지만 남의 밥그릇 싸움을 비난할 것도 아니죠. 우리는 불만에 관용스러워질 필요가 있습니다. 불만없는 세상이란 멋진 신세계가 아니잖아요. 우리는 지금까지 많은 사람들이 쌓아놓은 불만과 투쟁 위에서, 현재 이만큼이라도 나아진 세상을 살고 있는 것입니다.

by 이녘 | 2006/07/22 11:43 | For society | 트랙백 | 덧글(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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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ed by 戮屍 at 2006/07/23 15:27
뉴스게시판에 저렇게 별 생각없이 툭툭 내던지는 댓글들이, 우리사회의 통념을 대변한다고 생각하면 좀 무섭네요.
Commented by 여관주인 at 2006/07/23 23:34
다음 쓰레기게시판에 뭘 바란거냐-_-
<KTX 여승무원 노조 얼짱 노조원 등장해 화제> 뭐 이딴 기사가 안올라온게 다행이구만,
Commented by 이녘 at 2006/07/24 00:14
戮屍님. 우리사회의 통념은 아니라고 믿고 싶네요. 플러스 사고에요. 플러스 사고!

여관주인. 그럴듯한데. 모르긴 몰라도 관심도 많이 오를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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