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년 08월 06일
구타유발자들

곧 서울아트시네마에서 <구타유발자들>을 상영합니다. 아무래도 제가 가려는 날과 맞지 않아, 비디오로 감상해버렸습니다. 안타깝네요.
<구타유발자들>은 폭력에 관한 영화입니다. 영화는 어느 시골마을의 깊숙한 개울가에서 뮤지컬 심사에서 만난 옛 제자인 인정을, 성악가인 영선이 성폭행하는 것에서 시작해요. 인정은 가까스로 도망치고, 영선만 남은 이 개울가에는 계속 범상치 않은 동네 청년들이 몰려들기 시작합니다. 인정도 사람좋아 보이지만, 사실은 이 양아치들의 대장격인 봉연과 마주치고 다시 돌아오게 되지요. 이제부터 영화는 불쾌하고 끔찍한 폭력의 소용돌이 속으로 빠져듭니다.
영화는 제법 재미있는 세계를 들이밉니다. 말했다시피 그것은 바로 폭력의 세계이지요. <구타유발자들> 폭력이 어떻게 일상적인 권력의 구조에 스며드는지에 대해, 굳이 혐오감을 감추지 않은 채 떠들어대는 보고서에요. <구타유발자들>의 세계를 유지하고 있는 것은 다름아닌 폭력입니다. 권위의 체계는 누가 더 강한 폭력을 소유했느냐에 의해 규정됩니다. 그리고 그 폭력은 세습되지요. 희생자는 새로운 희생자를 찾아 폭력을 되물림하고, 처음의 가해자는 공권력을 휘두르며 새로운 폭력을 가합니다. 모두가 가해자인 동시에 어느정도는 피해자에요. 이 상황에서는 애초에 용서라는 것이 존재할 수가 없습니다. 대체 누가 잘못을 뉘우치고 누가 용서를 해야하는 거에요?
그래서 계속하여 그만둘 것을 얘기하는 인정은, 딱하고도 답답해보입니다. 대체 이 끔찍한 폭력의 사슬을 어떻게 끊을 수 있을까요? 문재는 죽음을 당하지만, 다음날 상황이 어떤식으로라도 나아지리라는 생각은 할 수 없어요. 폭력의 사슬구조가 조금 변화하리라는 짐작은 할 수 있지만요. 이 영화는 모든 출구를 막아버리고 끊임없이 주인공들을 내쫓습니다. 하지만 영화의 막바지까지 내쫓겨도, 어디에도 출구는 보이지 않아요. 해결되지 않고 꼬여만 가는 이 갈등은, 정말 풀 도리가 없습니다. 현재의 복수가, 어떤 카타르시스도 주지 못하는 것은 바로 그런 이유이지요. 폭력은 폭력을 부르고, 폭력의 종결은 곧 자신의 파멸입니다.
이러한 폭력에 대한 혐오 가득한 시선은, 도식적이지만 뻔뻔스러울만큼 솔직합니다. 그래서 영화는 어떤 힘을 획득하게 되요. 배우들도 아주 좋습니다. 이문식을 필두로한 동네 양아치들의 집합은 정말이지 우스꽝스럽고 무시무시합니다. 특히 이문식의 캐스팅은 기가 막힙니다. 마지막 문재에게 얻어맞으며 울부짖는 이문식의 캐릭터는 가학과 피학, 폭력과 희생의 두 얼굴이 하나로 녹아들며 강렬한 에너지를 내뿜어요. 한석규의 야비해보이는 마스크도 좋구요. 차예련도 주어진 역에 비하면 잘 했습니다.
차예련에 대해서는 조금 더 덧붙이고 싶은데, 결국 <구타유발자들>은 끔찍한 남성들의 세계에서 고생하는 바르고 순진한 여성의 이야기가 되어버립니다. 하지만 이 대조법은 그렇게 흥미진진하지도, 의미있지도 않은 것 같아요. 이 끔찍하고 기괴한 세계의 주민치고는 너무 순진하고 결백합니다. 그렇다고 그녀가 맞닥뜨리는 혼란이 비중있게 표현되고 있는 것도 아니구요. 차라리 이 아가씨에게 폭력의 한 축을 맡겨주었다면 더 재미있는 캐릭터가 나왔을 거에요. 영화도 더 풍성해지구요. 더 불쾌해졌겠지요.
# by | 2006/08/06 19:38 | For movie | 트랙백(2) | 덧글(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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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 구타유발자들 ★★★★
*2006년-한국 *감독: 원신연 *출연: 한석규(문재), 이문식(봉연), 오달수(오근), 차예련(인정) *각본: 원신연 *촬영: 김동은 *제작: 이서열 *음악: 김준성 폭력이라는 것은, 인간의 원초적인 감정의 소산이면서 인간의 삐뚤어진 감정의 상징이다. 즉, 폭력은 감정을 가진 인간이라면 누구나 행할 수 있는 행동이지만 그 행위 자체가 정당화될 수는 없다. 구타는 일방적 폭력이다. 서로 맞짱뜨지 않고 한 사......more
제목 : 상처입은 사람은 위험해 [구타유발자들]
감독/ (가발'을 만들었던) 원신연 출연/ 이문식, 오달수, 정경호, 신현탁(이상, 패거리들) 한석규(짭새), 이병준(교수), 차예련(음대생), 김시후(왕따) ※ 스포일러 있음. 1. [영원의 아이] 글에도 썼듯이, 상처입은 사람은 위험하다. 그들이 입은 상처가 자신의 잘못이 아닐 때, 그래서 자신이 도덕적 우위에 있다고 생각할 때 더 그렇다. 사람이 화가날 때 얼마나 폭력적으로 대처하는지, 어디까지 잔인해질 수 있는지......mo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