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스터 초밥왕

 
요즘 이 만화를 다시 보고 있습니다. 재미있어요. 과거에도 재미있게 보았습니다. 이 만화를 보면서 제가 제일 의아하게 느끼는 것은, 이 만화가 재밌다는 것입니다.

<미스터 초밥왕>은 요리만화입니다. 또한 성장 만화이기도 합니다. 소년 쇼타가 어른으로 성장하는 과정과 어엿한 초밥요리사로 성장하는 과정은 정확히 일치되어 나타나니까요. 쇼타는 초밥을 만들며 삶의 아름다움을 느끼고, 성숙한 어른으로 살아간다는 것에 대해 배우며, 자신을 둘러싸고 있는 세계의 가치를 깨닫습니다. 예. 굉장히 아름다운 세상이지요?

이 만화는 정말이지 착해 빠졌습니다. 이 순진하기까지한 인간에 대한 신뢰는 어찌 생각해야하는걸까요. 물론 저는 이런 만화를 몇몇 알고 있습니다. <명가의 술>이나 <맛의 달인> 같은 만화요. 고도문명국가로 탈바꿈하기 이전의 일본에 대해 끊임없이 향수를 간직하는, 그런 만화들입니다. 자본주의 사회가 대량화시키고 규격화시키는 '전통'에 대해 온정적인 시선을 보내는 것이 이들의 기본적인 전략입니다. 전통적인 것은, 곧 인간적인 것이고 또한 일본적인 것입니다. 자본주의 문명이 결코 대체할 수 없는 '맛', 혹은 삶의 '본질'을 포착하고 있다는 것이 이들의 한결같은 주장이에요. 그리고 몇몇은 정말 그렇습니다. 양식 생선들은 결코 천연 생선의 맛을 따라갈 수 없고, 공장에서 만들어낸 조미료들은 결코 집에서 만든 조미료의 맛을 따라가지 못해요.
하지만 <미스터 초밥왕>이 복원한 많은 것들은, 결코 우리가 쉽게 다가갈 수 없는 것들이기도 합니다. 수작업으로 만들어낸 조미료들은 값이 비쌀 수 밖에 없으며 그것들은 충분한 자금을 가지고 있는 부르주아들의 호사스러운 취미로 흘러버리겠지요. 양식으로 기르지 않은 천연 물고기들의 가격도, 마찬가지입니다. 더 좋은 맛을 위해서는, 더 좋은 가게를. 그리고 더 많은 돈을. 이 간단한 공식을, <미스터 초밥왕>은 상당히 은폐하고 있습니다. 스스로는 은폐하고 있는지도 모르겠지만요.

이 순진하고 노골적인 옛날에 대한 향수는, 무서울 정도로 우파적인 인식입니다. 고이즈미 총리의 야스쿠니 신사참배와 <미스터 초밥왕>의 세계가 관련이 있다고 한다면, 그것은 좀 억지스러워 보이겠지요? 하지만 결코 무관하지는 않아요. 두 세계는, 일본을 회상하는 사람들이 만들어낸 작품입니다. 디테일한 부분에서 차이가 많이 나기는 하지만요.

만화 자체로 들어가면, 더욱 할 얘기가 없어집니다. 작가의 초밥에 대한 연구는 대단하지만, 그것을 가지고 승부를 이끌어나가는 방식은 조잡하며 너무 단순해요. 등장인물들의 성격도 입체적이거나 매력적인 것과는 거리가 멀구요. 문제는, 이 모든것들을 한데 뭉쳐 전시해놓으면 꽤 그림이 그럴듯하다는 것입니다. 예. <미스터 초밥왕>은 이 모든 흠집들에도 불구하고 꽤 볼 만한 만화입니다. 마치 쇼타가 부리는 마법처럼요.



덧. 저는 회나 초밥을 즐기지 않는 답니다. 그래서 이 만화가 주는 쾌감이 줄어드는 것일지도 모르겠네요. 요즘 제 식습관을 비웃는 사람들이 너무 많아요. 인생의 가장 커다란 즐거움 중 하나를 놓치고 있는거라나요(__) 너무 자주 그런 얘기를 들어서 이제 슬슬, 저도 입안에서 소용돌이 치는 생선의 맛을 느끼고 싶어졌습니다.

by 이녘 | 2006/08/15 22:17 | For comic | 트랙백 | 덧글(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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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ed by Kali at 2006/08/16 10:14
'절대미각 식탐정' 도 보세요. =) 와구와구와구와구
Commented by 海月 at 2006/08/16 10:23
저는 아빠는 요리사가 더 좋던데. 물론 초밥을 완전 사랑하긴 하지만 도란도란 살아가는 이야기도 재미있더라구요.
Commented by 이녘 at 2006/08/16 20:18
Kali님. 그런 의성어를 내어도 귀엽지 않아요.

海月님. 아빠는 요리사라. 거 어마어마하게 가정적인 제목이네요 ;;
Commented by Kali at 2006/08/16 20:36
헛, 그 만화에서 식탐정이 저런 소리를 내면서 먹습니다. 쳇.
Commented by 여관주인 at 2006/08/20 22:19
<홍차왕자>가 더 어울린다-_-
Commented by 여관주인 at 2006/08/20 22:20
생선회도 못먹는게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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