뻐꾸기 둥지 위로 날아간 새

 



<뻐꾸기 둥지 위로 날아간 새>는 정신병원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제가 <처음 만나는 자유>를 보기 전 이 영화를 보았다면 훨씬 할 얘기가 많았을텐데 말이지요. 이 영화가 보여주는 정신병원의 모습은 너무나 기괴하고 끔찍하며 견고한 곳이라, 저는 정말이지 정신없이 이 영화를 감상했습니다. 간만에 보는 뿌듯한 영화였어요.

교도소에 갇혀 있던 맥머피는 어느날 정신병원으로 이송당합니다. 그의 교도관들이 그를 정신질환으로 분류했기 때문인데, 그를 진찰하는 의사도, 또한 맥머피 스스로도 자신이 미쳤다고 생각하고 있지 않습니다. 맥머피는 얼마남지 않은 형기를 비교적 자유롭게 지낼 수 있다는 것에 들떠있고 교도관들은, 괴팍하고 다루기 힘든 죄수 하나를 떠넘긴 것에 만족하고 있을 거에요. 맥머피는 이 광기로 가득찬 단조로운 세상에서 단연 돋보입니다. 그는 어마어마하게 독특한 기질을 지니고 있고, 그 자유분방함은 결코 갇혀 있을 수 없어요. 그는 원칙주의자인 간호사와 헤게모니 싸움을 벌이고 자신만의 좁은 세계에 갇혀 있는 정신질환자들을 다른 세계로 이끌기 위해 노력합니다. 그리고 그는 대개 승리해요. 그의 곁에 있던 수다스런 남자들은 어떤식으로든 인간적으로 변화한 모습을 보여주게 됩니다. 네. 그들은 거의 '치료'된 것처럼 보이기까지해요. 하지만 이런식의 긍정적인 오류들은, 맥머피가 자신이 단순히 형량을 채운다고 이곳을 나갈수 없다는 것을 깨닫는 순간부터 어그러지기 시작합니다. 맥머피는 애초에 숭고한 목적으로 소동을 일으키는 사람이 아니었거든요. 그의 영혼은 자유롭기보다는 무책임하며, 비판적이기보다는 반항적입니다. 그는 재미삼아 벌이던 소동이 자신의 미래와 직결되어있음을 깨닫고는 이 병원을 탈출할 계획을 짜기 시작합니다. 예. 그리고 그는 천천히 파멸을 향해 나아가게되요.

<뻐꾸기 둥지 위로 날아간 새>가 그려내고 있는 정신병원은 정말 기막힙니다. 이곳은 환자들을 치료하기 보다는 자신의 체계를 유지하는데 더 신경을 쓰고 있는 듯 보여요. 이곳은 치료소이기보다는 감호소이고 감옥 입니다. 빌리는 섹스를 하고 자신을 극복하는데 거의 성공했었습니다. 하지만 그 다음 래치드 간호사가 벌인 짓을 보세요. 그녀는 모든 상태를 원래대로 되돌리려 했습니다. 빌리는 결국 자살하고 말아요. 래치드가 원한 것은 환자들의 치료가 아니라, 그 자신과 자신을 둘러싸고 있는 세계가 어제처럼 변화없이 유지되는 것이었습니다.

래치드 간호사의 무표정한 얼굴은, 근래 제가 본 영화의 어떤 악역보다도 더 섬뜩하고 소름끼치는 것이었습니다. 저는 그녀가 정말로 무서웠어요. 하루하루, 태엽장치와 같은 의지와 의무감으로 세계와 권력을 유지해나가는 사람들. 맥머피는 그 세계에 힘껏 부딪히지만 결국 전두엽을 절개당하고 정말로 미쳐버립니다. 예. 그는 광인을 치료하는 곳에서 미치게 되어버려요. 감호소란, 광인을 치료하는 곳이기보다는 광인을 격리하는 곳이고 광인을 통제하는 곳이기 때문입니다. 그런 곳에서 장난기 가득한 영혼은 압사당하고 맙니다. 맥머피처럼요.

<뻐꾸기 둥지 위로 날아간 새>은 시스템에 저항하는 안티히어로의 이야기입니다. 맥머피 이후로, 환자들은 어떤 식으로든 변화했어요. 스스로 감옥안에 갇혀사는 이들에게, 맥머피의 광기는 또한 신선한 것이었습니다. 꽉막힌 권위와 시스템에 맞서는 자유롭고 장난스러우며 조금은 무책임한 인물의 반항은, 정말이지 시원스러워요. 그리고 꽤 묵직한 의미를 들이밀고 있습니다. 이 영화는 거의 아나키즘적이기까지 해요. 한 판 난장을 벌이는, 정신병원의 소란스러운 축제는 얼마나 신나보였나요. 이 정신없는 카니발은 사람이 죽었는데도 스케쥴을 시작하자는 래치드 간호사의 세계와 뚜렷한 대조를 이루게 됩니다. 이 영화에는 권위와 체계에 대한 혐오가 가득 넘쳐 흐르고 있습니다.

이 영화의 두드러지는 미덕은, 좋은 배우들의 더 이상 좋을 수 없는 연기입니다. 잭 니콜슨과 루이스 플레쳐의 대결은 그야말로 기가막힙니다. 시종일관 굳은 얼굴로 딱딱하게 지시하는 루이스 플레쳐의 모습은, 사실 잭 니콜슨 만큼이나 성격이 철철 넘쳐흐르는 것이에요. 이 두 배우의 충돌은 긴장감으로 가득합니다. 하딩, 마티니, 빌리, 체스윅, 캡틴 등의 인물들도, 마찬가지로 좋았습니다. 제가 근래 본 영화 중 가장 완벽한 연기들이었어요.



덧. 캔디 역의 배우는 낯이 익더라구요. 으음. 슈퍼맨 리턴즈에 나왔던 그 배우인가요. 잘 모르겠네요.

덧둘. 포스터 속의 잭 니콜슨은 휴 잭맨과 조금 닮은 것도 같습니다. (__)
 

by 이녘 | 2006/08/16 20:16 | For movie | 트랙백 | 덧글(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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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ed by ArborDay at 2006/08/16 20:25
잭니콜슨, 그를 좋아할 수 밖에 없는 이유! two thumbs up!
Commented by 海月 at 2006/08/16 23:17
이 영화와 거의 비슷한 시기에 샤이닝을 비디오로 보는 바람에 잭니니콜슨은 그야말로 이상한 사람이고 생각해버렸던 적이 있었죠. 하핫.
Commented by 이녘 at 2006/08/18 11:25
Arborday님. 엄지손가락 두개로는 모자란 것 같아요. 으음. 정말 최고였습니다. ;ㅁ;

海月님. 샤이닝에서의 잭니콜슨도 참 좋았죠. 하긴. 이 사람이 안 좋았던 영화는 없는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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