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카페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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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영화에 대한 소개를 들은 것은, "영화의 이해"라는 참을 수 없이 지루한 수업의 한 가운데 였습니다. 강사는 무성의하게 헐리우드의 초창기 영화들에 대해 설명하고 있었고, 갱스터 무비의 몇몇 장르적 특성과 의미에 대해 지루하게 떠들어댔어요. 영화에 별다른 호감을 느끼지 못하고 있던 당시의 저로서는 무척 견디기 힘든 시간이었습니다. 강사가 설명하는 <스카페이스>는 현재에도 충분한 재미를 전하는 영화라기 보다는, 아카데믹한 주제를 떠들 수 있도록 충분히 재미 없어진 옛 유품이라는 느낌이 들었어요. 그 시간에 차라리 영화의 한토막을 보여줬었다면 훨씬 나았을텐데요. 적어도 오래된 것은 재미없는 것이라는 무성의한 편견은 가지지 않았을 것입니다.
영화사를 개괄하며 들었던, 이 영화에 대한 몇몇 뻔한 소개는 그냥 건너뛰기로 할께요. 지금 생각해보면 합당한 설명들도 있었지만, 그것이 그렇게 중요한 이야기라는 생각은 들지 않거든요.

영화 첫머리에, <스카페이스>를 만든 이유를 자막으로 설명하고 있어요. 무법에 가까운 현실과 무능한 정부를 비판하고 시민사회의 개오각성을 요구하는 문장들이죠. 지금은 거의 농담처럼 보입니다만. 누가 이 영화를 보며, 이 악한의 말로에서 경각심을 느꼈겠어요. <스카페이스>는 거의 비극적입니다. 기본적으로  보통 이상의 인간이 파멸하는 이야기이니까요. 우리는 오이디푸스의 몰락을 지켜보는 심정으로 토니의 결말을 추도하지는 않지만, 그럼에도 그의 죽음에서 안도감이나 사필귀정의 고루한 윤리의식을 느끼는 것은 아닙니다. 그의 죽음을 바라볼 때 느끼는 이 진한 아쉬움은비극의 카타르시스 그대로에요.

우리는 왜 이런 불한당들에게 끌리는 걸까요. 악한의 이야기는 늘 있어왔습니다. 피카레스크 소설이 스페인의 불한당들을 신나게 묘사하고 있을 때, 지구 반대편 조선에서는 홍길동이라는 도적이 동에 번쩍 서에 번쩍 하고 있었어요. 지금도 몰락하는 깡패들에 대한 수많은 이야기가 생산되고 있죠. 셀 수 없을 정도에요. 사람들은 늘 이러한 문화의 선정성과 비도덕성을 지적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것들은 팔립니다. 이러한 이야기에는 결코 정의할 수 없는 재미가 흐르거든요. 그것이 무엇인지에 대해서, 사람들은 반영웅이라는 용어를 개발해내고 전가의 보도처럼 휘둘러댑니다. 물론 어느정도는 맞겠지만 그게 전부는 아닐꺼에요. 하지만 그것을 밝히는 것은 제 임무가 아니고, 제 능력을 벗어난 부분일 것입니다. 으음. 무책임한 이야기를 늘어놓았네요.

개인적으로 가장 재미있게 감상한 포인트는, 토니와 체스카 사이에 흐르는 근친상간적인 긴장이었습니다. 결코 친절하지도 않고, 이해할만한 방식으로 설명되지도 않지만 이런 옛 영화에서 조금은 수줍기까지한 근친상간의 묘사를 보고 있자니 독특한 느낌이 들더라구요.



덧. 이 영화의 처음 부분을 보고, 김성모 화백은 고도의 장르농담을 하고 있는 것인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덧둘. 켄신의 십자흉터는 토니를 모방한 걸까요?

덧셋. 대체 동전 던지는 남자들은 언제부터 나오기 시작한거죠?
 

by 이녘 | 2006/09/01 18:02 | For movie | 트랙백(1) | 덧글(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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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acked from SabBatH at 2006/09/01 19:07

제목 : [스카페이스(Scarface, 1932)]
 오늘날 하워드 혹스가 연출한 고전 갱스터 영화 [스카페이스]를 보고 있노라면 한 가지 의문─1933년과 2005년의 [킹콩(King Kong)]을 떠올리게 하는─이 생긴다. 우리에게 1983년에 나온 '형님' 알 파치노의 [스카페이스(Scarface)]가 있다면, 그보다 50년 전에 나온 폴 무니의 [스카페이스]는 과연 필요한가? 그리고 이 의문에 대한 답변은, [킹콩]의 경우와 마찬가지로 그렇다, 이다. 영화를 '찍는' 게 아니라 '그......more

Commented by sabbath at 2006/09/01 19:08
영화 초반에 나오는 자막들은 지금뿐만 아니라 당시에도 농담이었다고 합니다. [공공의 적]에도 그런 자막이 나옵니다만, 아무튼 갱스터 영화를 만들 때 '친사회적인' 영화를 만들고 있다고 주장함으로써 검열을 어떻게든 피해보려는 대표적인 수법 중 하나였거든요. 영화 중반에 사회 지도자 층 인물들이 모여서 대체 이 조직 범죄를 어떻게 해야하나 논의하(다가 카메라 똑바로 보면서 설교하)는 장면도 마찬가지고… 개인적으로는 그런 우스꽝스럽고 불균질한 부분들이 고전기 할리우드 갱스터 장르 영화를 보는 큰 즐거움 중 하나라고 생각해요. 그 장르는 워낙에 검열의 핍박 아래서 자라와서 ^^;;
Commented by 이녘 at 2006/09/01 20:41
그 장면은 정말 의무방어전이라는 느낌이 팍팍 들더라구요.
Commented by Lesion at 2006/09/09 12:24
스카페이스. 당시로는 상당히 잔인한 영화라서 몇번이나 빠꾸(?) 당했다죠? 확실히 적 조직원을 일렬로 세워놓고 등지게 한 다음 기관총을 난사하는 장면은 지금 봐도 충격적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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