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로윈

 



존 카펜터의 영화는 이번이 세번째입니다. 저에게는 지루함을 선사한 흔치않은 호러영화였던 <프린스 오브 다크니스>이후에 처음 본 카펜터의 극장용 영화인거죠. <프린스 오브 다크니스>의 기억이 워낙 좋지 않아, <마스터스 오브 호러>의 <담배자국> 에피소드가 아니었다면 이 감독의 영화를 찾아볼 생각같은 것은 하지 않았을 것입니다.

이제와 얘기하기에 <할로윈>은 참으로 낡은 영화입니다. 정신병원을 탈출한 악마가 할로윈을 맞이해서 이유를 알 수 없는 살인을 하고 돌아가는 이야기이니까요. <할로윈>이 보여주는 자극과 서스펜스는 지금의 기준으로 보기엔 너무 소박한 감이 있습니다. 어쩔 수 없지요. 시간이 흐르고, 영화도 진보해온걸요.

하지만 <텍사스 전기톱 살인마>와 같은 작품은 지금 보아도 불쾌한 기운을 풍깁니다. 영화의 테크닉은 이제와 보기엔 거칠고 보잘것 없지만 그 엇박자는 충분히 먹히죠.  로메로의 <시체들의 새벽>이나 필립 카우프만의 <신체강탈자의 습격>도 충분히 독특해 보입니다. 단순히 나이탓만 할 수는 없는거죠.
어쩌면 <할로윈>이 시작한 문법들이 너무 정형화되어 굳어버렸기 때문인지도 모르겠어요. <텍사스 전기톱 살인마>는 슬래셔의 공식을 만들기는 했지만, 온전히 모방하기에는 지나치게 유니크한 특징들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관습화 되어버리기엔 지나치게 개성이 강했어요. 하지만 <할로윈>은 다르죠. <할로윈>과 다른 슬래셔 장르들의 관계는, <텍사스 전기톱 살인마>와 그 속편의 관계보다도 훨씬 가깝습니다. <할로윈>에는 거의 모든게 다 들어있어요. <할로윈>보다 세련된 후배들을 보고자란 저로서는, 이 영화가 심심해질 수 밖에 없습니다. <할로윈>의 잘못은, 모방하기 쉬운 스타일을 마련해주었다는 점에 있을거에요.

물론 이것은 존 카펜터의 잘못이 아닙니다. 아직 그의 <괴물>을 보지 않은 상태에서, 존 카펜터에 대한 기대를 접어버리는 것은 지나치게 빠른 포기이겠지요? 하지만 저는, 뒤늦게 감독에 대한 호감을 수정하는 경우가 드물어서 말이에요. 흐음.

 

by 이녘 | 2006/09/25 00:21 | For horror | 트랙백(1) | 덧글(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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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acked from 공포영화를 좋아하는 블로그 at 2006/09/25 07:34

제목 : John Carpenter's Halloween(1..
"15년전에 그 소년을 만났어요. 그에게는 판단력, 이해심 등이 존재하지 않았어요. 삶과 죽음, 심지어 선과 악에 대한 최소한의 인식도 가지고 있지 않았죠. 그 여섯살 난 아이의 얼굴은 창백했고, 무표정이었어요. 그는 매우 검은 눈을 가지고 있었죠. 마치 악마의 눈처럼. 나는 그의 마음에 닿기 위해 8년간 노력했고, 그 후 7년간 그를 격리했습니다. 그의 이면에는 진정한 악이 있다고 믿게 되었기 때문이죠." - 극중 Dr.Loomis(Do......more

Commented by ArborDay at 2006/09/25 07:37
서스페리아에 이어 할로윈까지. ㅠㅠ
Commented by 戮屍 at 2006/09/25 14:18
괴물 한번 보시길 권해드립니다. 확실히 구닥다리 센스긴 하지만 꽤 좋은 작품이라고 생각합니다.
Commented by 海月 at 2006/09/25 19:56
정말 수작과 졸작을 왔다갔다 하는 감독.ㅎㅎㅎ 괴물 꼭 보세요. 존 카펜터의 최고 수작이라고 할만 합니다. 볼 때마다 긴장하게 만드는 그런 느낌이 좋아요.
그 다음으론 '빅 트러블'하하핫. 둘 다 커트 러셀이 주인공이군요.
Commented by 戮屍 at 2006/09/25 22:54
아,그러고보니 존카펜터 영화 중에 '매드니스'도 있군요. 어렸을때부터 죽 좋아하는 영화입니다.
Commented by 이녘 at 2006/09/26 16:02
ArborDay님. 두 사람 모두 <마스터스 오브 호러>에서는 참 좋았는데 말예요. 역시 영화가 나이를 먹어서 그런가봅니다. 움훔. 혹시 <비욘드> 감상이라도 미적지근하게 나오면 정말 우시겠어요 [...]

戮屍님. 꼭 재미있었으면 하네요. 이른바 '호러의 고전'에서 별 감흥을 못받았다는 것을 고백할 때마다, 제 피속에 흐르는 호러의 유전자를 부정당하는 기분이에요(__)

海月님. <빅 트러블>이라면 오래전에 본 기억이 있네요. 참 유쾌한 액션영화였는데요. ㅋㅋ
Commented by ArborDay at 2006/09/26 17:25
울기는요. ^^;;
취향이 다르고, 생각하는게 다른데요.
게다가 풀치의 경우는 카펜터나 알젠토에 비해서는 훨씬 많이 겪어봐서요.

이야기가 길어질 것 같아서(사실 정리도 잘 안되어서) 그냥 넘어갔었는데, 제 경우에는 할로윈의 장점의 대부분은 카메라와 미장센에 있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할로윈의 잘못이 스타일의 낡음이라는 멘트에는 공감을 못하고 있죠. 사실 할로윈의 스타일도 마리오바바의 '범죄의 생태학' 등의 지알로 무비에 빚진바 많고, 할로윈 이전에도 거의 유사한 스타일의 영화가 있었고. 예를 들어 '블랙크리스마스' 같은 영화.
게다가 '할로윈'과 더 다른건 '텍사스살인마'에 대한 부분일 것 같다란 느낌도 들어요. 이건 나중에 정리가 되면 긴 글로 이야기하죠. 확실히 넷상에서 이야기하면 감질맛만 난답니다.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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