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플이 유니를 죽였는가?

 
곰플레이어를 켜니, 하단에  "악성댓글로 목숨까지 앗아가놓고 계속할 건가요" 라는 문장이 흘러가고 있습니다. 이쯤 되면 슬슬 화가 나기 시작해요. 유니의 죽음에는 물론 유감을 표하는 바이지만, 모든 네티즌을 잠재적인 살인자로 몰아가는 이러한 태도는 옳지 않습니다. 그리고, 사실 매우 역겨운 거죠.
유니의 'slut' 이미지를 생산하고 유통시키고 조장했던게 대체 누구였죠? 유니를 향한 악플은 '유니'라는 상품을 둘러싸고 있는 수많은 관계 중 하나일 뿐이었습니다. 그것은 유니라는 상품의  유통 과정 안에 있는거였어요. 그녀는 일부러 자신의 성적 매력을 과장시켰고, 그것이 비단 긍정적인 반응만을 일으키지는 않을 것을 잘 알고 있었을 거에요. 제가 가끔 TV에서 확인했던 유니는 효과적이라고는 말할 수 없겠지만, 확고하게 자신의 컨셉을 잡고 있는 연예인이었습니다. 그녀는 데뷔 때부터 자신의 섹스어필을 분명히 인식하고 있었고 그것을 숨긴 적이 없어요. 그녀를 향한 악플은 매우 지저분한 것이었습니다만, 그것이 유니의 인기의 한 부분이었음을 부정할 수는 없습니다. 기획사도, 유니 자신도, 심지어는 악플러들도 그 점을 잘 알고 있었을거에요.

그런데, 대체 지금 일어나고 있는 이 현상은 무엇이란 말이죠? 유니의 죽음에 있어서 밝혀진 유일한 것은 그녀가 우울증 증세에 시달렸을 수도 있다는 추측 뿐입니다. 그런데 언론은 어느새 유니가 우울증에 시달리고 있었고, 그것은 바로 네티즌들의 무분별한 악플 때문이라고 소리 높이고 있습니다.
물론 저는 악플러들을 옹호하고 싶은것이 아닙니다. 그들은 비열하고 지저분해요. 하지만 저는 이들의 악플이 한 인간의 죽음에 직접적인 이유가 되었으리라 생각하지는 않습니다. 물론 영향을 주었을수도 있지요. 우울증에 걸린 사람에게 악의라는 것은 정말 치명적인 독이니까요. 하지만 그럼에도 악플러들이 모든 십자가를 지어야할 이유는 어디에도 없습니다. 우울증은 모든 현대인의 멍에와 같은 것이에요. 인간은 누구나 외롭고, 유니도 어떤 이유로 힘들었을 것입니다. 그것은 경제적인 이유일수도 있고, 어느 냉혹한 남자 때문일 수도 있으며, 연예계의 가혹한 경쟁 때문일수도 있고, 현대인다운 자기혐오의 결과일수도 있습니다. 그런데 왜 언론은 하필 '악플'만을 걸고 넘어지는 걸까요?

이러한 성급한 결론은, 언론 자신의 죄를 전가하는 방식에 지나지 않습니다. 유니를 적극적으로 이용하고, 나아가 유니의 악플을 조장한 것은 바로 언론입니다. 유니에 대한 수많은 논란 기사는 누가 냈으며, 그녀의 섹스어필을 호들갑스럽게 보도한 건 누구였죠? 악플을 부를 수 밖에 없는 유니의 이미지를 만들어낸것은 누구이며, 그것을 유통시킨 것은 누구에요? 바로 그들 자신 아닌가요? 아무것도 밝혀진 것이 없는데 한 목소리로 범인을 만들어내는 이러한 목소리들은 석연치 않은 구석이 많습니다. 그것은 서둘러 꼬리를 끊어버린 도마뱀과 같습니다. 엄연히 자기 일부였던 것을 뚝 끊고서 도망간 거에요. 그리고 비난하는거죠. 마치 제 몸뚱이가 아니었다는 것처럼 말이에요.

이것은 청소년 범죄가 일어날 때마다 온라인 게임을 탓하는 언론의 습성과도 관련이 있습니다. 진짜 이유는 찾지 않은 채, 가까운 데에서 끌어다쓰기 편한 단서를 찾는거에요. 왜냐하면 진짜 이유는 직시하기 고통스러우니까요. 그것은 우리 사회의 병폐 그 자체가 될테니까요. 유니의 죽음이 자신을 비롯하여, 엔터테인먼트 산업, 나아가 이 소비자본주의 사회 자체, 대한민국 사회 자체가 되리라는 진단을 내리고 싶지 않은 것입니다. 유니에 관한 커다란, 그리고 성급한 성토들은 바로 이런 사정 위에 서 있습니다. 그러다보니 기사가 중구난방이 되고, 점점 아스트랄한 세계로 빠지는게 당연하죠. 심지어 저는 "유니는 섹시 이미지에서 벗어나려 했다"는 기획사의 인터뷰 내용도 보았는데... 정말 깜짝 놀랐습니다. 이건 정말 네티즌을 막달라 마리아에게 돌을 던졌던 유대인으로 몰아가는 식이란 말이에요. 은연중에 유니의 자살을 방탕한 여성에 대한 단죄로 몰고가려는 시선까지 보입니다. 아주 더럽고 무지해요. 거기에 몇몇 철없는 팬들의 몰지각한 행위는 준엄하게 꾸짖으면서도 유니의 죽음과는 상관없이 앨범을 팔아치우는 상혼에는 왜 아무런 말도 하지 않는거죠? 그것이 장례식장을 어지럽힌 것보다 딱히 고인에게 덜 모욕적이란 건가요?

어지러운 글이 되어버렸네요. 요약해보자면, 저는 언론에게 화가 납니다. 기사를 쉽게 쓰기 위한 것인지 몰라도, 한 사람의 죽음을 너무 간단히 요약해버리는 태도도 화가 나고, 그들이 비난하고 있는 악플을 과연 누가 만든 것인지 시치미를 떼고 있는 것도 화가나요. 자신이 비난하고 있는 모든 것들을 자신들이 만든 것이라는 것을 모르는 것도 화가 나고 그 와중에도 자신들의 더러운 생각을 숨기지 않는 것도 화가 납니다. 아. 화가 나요. 전 유니라는 사람을 몰랐기에, 딱히 그녀를 애도하고 있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그녀의 죽음을 이용하는 사람들에게는 화가 납니다. 후우.

 

by 이녘 | 2007/01/24 19:59 | For society | 트랙백(1) | 덧글(5)

트랙백 주소 : http://damul83.egloos.com/tb/3017398
☞ 내 이글루에 이 글과 관련된 글 쓰기 (트랙백 보내기) [도움말]
Tracked from 달밤에 산들바람 at 2007/01/25 10:05

제목 : 네이버, 악플
악플이 유니를 죽였는가? - 이녘 얼마 전 인터넷 신문 데일리안의 김영덕 기자가 “네이버, 온라인 북 시장 점령(?)”란 제목으로 네이버의 새로운 기능에 대한 기사를 쓴 적이 있습니다. 어째서인지 저 글은 네이버에서 검색해도 나오지 않아서 다음에서 링크했는데, 뭐, 그건 아무래도 상관없으니 넘어가고. 문제가 된 부분은 가장 마지막 문단인 하지만, 북 마크 검색 강화로 오프라인 서점들이 점점 그 설 자리를 잃어가고 있다는 우려의 목......more

Commented by ArborDay at 2007/01/24 22:06
탁월하신 말씀. 정말 100% 공감합니다.
Commented by 카스가아유무 at 2007/01/24 22:59
저도 그냥 유니의 자살은 그냥 악플러때문이라고 그냥 막연하게 생각하고 있었는데
이걸 읽으니 언론에 길들어진 제가 부끄러워지는군요...
Commented by 레인 at 2007/01/25 02:51
연예란이란건 태생이 말초신경 자극제였던 탓이 아닐까나.

칼럼에서 제대로 다뤄주는 지식인이 나와 주는게 아니라면 그런 원론적인 문제점이 제대로 다뤄지리라고는 도저히 기대할수가 없구만.

다른나라야 어쨌던간에, 우리나라 언론의 배째라식 보도행태와 박정희 시대에나 쓰이던 언론탄압 핑계로 막나가기를 보고 있으면, 나는 항상 기사가 다루는 내용을 떠나서 과연 사실의 함유량이 몇%인가를 생각하게 될 뿐이니까(..)
Commented by surua at 2007/01/25 16:13
이번일을 꼬투리잡아 악플러들에게 언어의 자제력을 길러주자.

지금 네티즌들에겐 고유니의 죽음 그 이유보단 저런 생각이 더 강하게 작용하고 있는듯.

지나가다 들렀네요.

동감입니다.
Commented by 이녘 at 2007/01/25 17:04
불쌍한 건 고인 뿐이지요. 죽어서도 세상 사람들에게 쪽쪽 빨아먹히고 있으니 원.-_-

:         :

:

비공개 덧글


◀ 이전 페이지          다음 페이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