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윈 픽스 Season 1 (1990)

 



지극히 평화로운 미국 북부의 산골마을인 '트윈 픽스'에 어느날 끔찍한 사건이 터집니다. 이제 열일곱살인 여고생 로라가 비닐에 쌓인 채 시체로 발견된거에요. 트윈 픽스는 순식간에 경악에 휩쌓이고, FBI 특별 수사관인 쿠퍼가 파견되요. 쿠퍼는 로라를 둘러싸고 있는 비밀을 파해치기 시작하고, 트윈 픽스가 사실 조용하고 평화롭기만 했던 마을이 아니라는 사실이 점점 밝혀집니다. 심지어 선량한 희생자처럼 보였던 로라 자신이야말로 가장 끔찍한 비밀의 소유자라는 사실이 드러나게 되지요. <트윈 픽스>는 서서히 데이빗 린치의 세계로 움직이기 시작합니다. 이상할 정도로 선하고 아름다운 순간과, 끔찍한 악몽의 세계가 복잡하게 교차하는 바로 그런 세계 말이에요.

어느 순간부터 <트윈 픽스>는 로라를 죽인 범인이 누구인지를 찾는 것이 아니라, 대체 로라가 누구였는지를 밝혀가기 시작합니다. 더불어 '트윈 픽스'에 살고 있는 사람들이 사실은 모두 가면을 쓰고 있으며, 그 이면에는 끔찍한 비밀이 자리잡고 있다는 사실을 드러내요. 각자의 몫으로 할당된 기이한 운명을 추적하고 있다보면, 어느새 '형사물'로서의 본연의 역할은 잊혀집니다. <트윈 픽스>는 전형적인 형사물이 아닙니다. <트윈 픽스>는 시간이 흐르면 흐를 수록 미스테리를 풀어가는 시리즈가 아니라, 오히려 시간이 흐를수록 미스테리가 쌓여가는 시리즈에요. 그의 후배인 <엑스파일>이 그러했던 것 처럼요.

<트윈 픽스>는 딱히 다음 편이 궁금해지는 드라마는 아닙니다. 데이빗 린치의 작품에서 다음 순간을 추측한다는 것은 무의미에 가까우니까요. 다른 모든 데이빗 린치의 작품이 그러하듯, <트윈 픽스>는 언제나 순간적이고 즉각적인 즐김을 제공합니다. 고정되어있는 것처럼 보였던 모든 세계가 깨어져 나가고, 기이한 악몽이 현실을 향해 기어나오는 바로 그런 힘들이야말로 린치가 제공하는 즐거움이지요. 이러한 힘은 사건의 해결을 계속 미래로 유보시키지만 서스펜스를 유지하는 것은 아닙니다. 그래서 저는 못 견딜 정도로 <트윈 픽스>의 시즌 2가 보고 싶지는 않아요. 적어도 중단된 이야기를 지속시키고자 하는 그러한 안타까움은 없어요.

그렇다고 해서 제가 <트윈 픽스>의 두번째 시즌을 기다리지 않는다는 말은 아닙니다. 언제쯤 발매될 지 짐작조차 할 수 없지만... 뭐 별 수 있나요. 기다리는 수 밖에요. 일단  쉽게 구할 수 있는 <Twin peaks: Fire walk with me>부터 보아야 겠습니다. 극장판은 TV 시리즈의 프리퀄이라고 하니, 스포일링이 될 리는 없겠지요. 하긴. 데이빗 린치의 작품에서 스포일링이라는게 얼마나 의미가 있겠어요? ^^


ps. 지금 OST를 듣는 중입니다. 데이빗 린치의 미덕 중 하나는 바로 OST 같아요. '나이팅 게일'과 'Falling'이 특히 마음에 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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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녘 | 2007/01/27 13:36 | For others | 트랙백 | 덧글(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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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ed by RESISTANCE at 2007/01/27 23:23
트윈 픽스 OST 정말 좋죠.
Commented by 海月 at 2007/01/28 11:29
X파일의 마크 스노와 더불어 정말 멋진 음악을 보여줬죠. 이름이 뭐였더라...암튼 데이빗 린치와 작업을 많이 한 듯 싶네요. 멀홀랜드 드라이버에서도 같이 했었죠. 정말 영화 속에 잘 녹여드는 듯해요.
Commented by 이녘 at 2007/01/28 13:16
데이빗 린치가 쓰는 음악은... 가끔 너무 이질감이 느껴져서 좋아해요. 방금 전까지 끔찍한 악몽 속을 거닐고 있었는데, 시치미를 뚝 떼고 잔잔하고 몽환적인 분위기를 안겨주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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