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년 01월 31일
메이

<메이>는 <마스터스 오브 호러> 1시즌의 가장 훌륭했던 에피소드 중 하나인 <식 걸>의 감독인 럭키 맥키의 작품입니다. <식 걸>을 보았을 때 부터 럭키 맥키의 다른 작품이 보고 싶었어요. 특히 <메이>는 많은 호러팬들에게 회자되던 작품이라 기회만 엿보고 있었습니다.
메이는 왼쪽눈에 심한 약시를 앓고 있는 아가씨입니다. 그녀의 왼눈은 한눈에 봐도 괴상할 정도로 제 자리를 벗어나 있어요. 그래서 어렸을 때부터 안대를 차고 생활해 왔고...그 때문인지 늘 친구 없는 외로운 삶을 견뎌왔습니다. 메이의 유일한 친구는 어머니가 선물해준 '수지'라는 인형 뿐이에요. 어른이 된 메이는 약시를 교정하기 위해 콘택트렌즈를 끼게 되고...대체 어떤 원리인지는 모르겠지만 그녀의 눈은 '정상'으로 돌아오게 됩니다. 메이는 자신감을 얻고 평소에 흠모하고 있던 아담이란 남자에게 적극적으로 다가가죠. 하지만...메이가 왼눈을 되찾아 '정상'이 된 것은, 사실 메이를 진짜 악몽으로부터 지켜주던 마지막 안전장치를 풀어버린 것에 불과했습니다. 메이가 왼눈과 함께 되찾은 자신감은 그녀에게 잠깐의 행복을 맛보여주지만...곧이어 더 큰 고독과 절망을 가져오게 됩니다. 비뚤어진 눈이 아니더라도 자신은 어엿한 괴물이라는 사실을 깨닫게 되니까요.
<메이>는 여러모로 <식걸>과 비슷한 영화입니다. 우선 두 작품 모두 안젤라 베티스라는 독특한 느낌의 배우가 주연을 맡고 있어요. <식걸>의 아이다와 <메이>의 메이는 비교적 고립된 세계에서 살아가는 괴짜 아가씨입니다. 이들은 모두 다른 사람들과 쉽게 소통할 수 없는 아이덴티티를 가지고 있어서, 만성적인 외로움에 시달리고 있어요. 아이다는 자신의 곤충애호 때문에 번번히 연애에 실패하고 있으며, 메이는 결코 여과되지 않는 괴상함 때문에 상대 남자에게 거절 당합니다. 예술가연하며 자신의 기괴함을 자랑하는 아담이지만, 그건 일종의 위악일 뿐이지요. 진짜 괴상한 세계와 맞부딪혔을 때 이 평범한 남자는 도망가고 맙니다. 메이는 상처 받고요. 메이의 수난은 여기에서 그치지 않습니다. 노골적으로 메이를 유혹하던 폴리로부터 배신당하고, 선의를 가지고 참여하고 있던 봉사활동에서도 모종의 수난을 당하죠. 오랫동안 혼자서 살아왔기에 은밀한 독버섯처럼 자신의 정체성을 키워버린 메이는 말없는 인형 '수지' 빼고는 친구를 사귈 수 없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메이는 수지를 만들 듯 자신의 친구 또한 만들 계획에 착수하게 되요. 어떻게인지는...스포일링이 될 테니 그만 두도록 하겠습니다.
<식걸>과 마찬가지로 이 영화를 끌고 나가는 힘은 대부분 주인공인 안젤라 베티스에게 있습니다. 표정이 다양한 배우는 아니지만, 이 영화의 분위기와는 기가 막힐 정도로 잘 어울려요. 깡마르고 섬세하면서도 어딘지 모르게 완고해보이는 이 배우는 진짜배기 괴짜처럼 느껴집니다. 이 세상물정 모르는 아가씨가 앞 뒤 가리지 않고 자신의 감정을 수줍게 쏟아내는 장면들은 느낌이 아주 좋아요. 괴상하지만, 아주 로맨틱합니다. 그리고 이 아가씨가 느끼는 고통도 정말 끔찍하죠. 겨우 세상과 만날 준비가 된 메이는, 사실 진짜 비극 속으로 걸어가고 있는 것이니까요. <메이>는 심각한 터치를 보여주지는 않지만 그렇다고 해서 메이의 고통이 덜 끔찍하게 느껴지는 것은 아닙니다. 엔딩에 이르러 이 아가씨가 엉엉 울게 되는 대목을 맞닥뜨리게 되면 정말 마음이 무거워져요. <식 걸>의 결말이 고약한 해피엔딩이었다면 <메이>는 정말 변명의 여지가 없는 배드 엔딩입니다.
<메이>는 전체적으로 귀엽고 발랄한 호러입니다. 짓궂은 로맨스이기도 하구요. 럭키 맥키는 아무래도 이런 세계에 깊게 매료된 모양이에요. 고독한, 서투른, 섬세한, 알 수 없는, 여성의 내면에요. 럭키 맥키의 최근작인 <The Woods>는 어떤 작품일지 궁금합니다. 이거, 국내 개봉은 확실히 안 할 것 같고...DVD발매 계획은 있나요? 흐음... 안젤라 베티스는 없지만 분명 재미있는 작품일거라 기대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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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by | 2007/01/31 21:22 | For horror | 트랙백 | 덧글(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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海月님// 으음...의외로 고어는 얌전한 영화였어요. 마지막 장면은 정말 짠하죠. 안젤라 베티스라는 배우 느낌이 참 묘해요. 나이를 짐작하기 힘든 얼굴이랄까. 우는 장면도 바로 그런 마스크 때문에 느낌이 더 오는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