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

 


영화가 끝났을 때, 사람들은 많이 당황해 하는 눈치였습니다. 사실 그 엔딩이란 예상치 못한 순간에 사각에서 날아온 총알과도 같았죠. 코엔 영화에 익숙한 제 동행은 올 것이 왔다는 표정이었지만 저에게 코엔 형제는 낯선 이름이기 때문에...

영화 이야기를 할까요? 베트남 참전 군인이자 전직 용접공인 르웰린 모스는 사냥을 하던 와중에 일련의 시체들을 발견합니다. 마약 거래중에 서로를 죽이고 또한 죽어버린 거죠. 르웰린은 그들의 돈가방을 챙기고, 그 돈가방을 회수하기 위해 기묘한 헤어스타일의 사이코패스 킬러인 안톤 시거가 나섭니다. 여기에는 안톤의 살인과 모스의 행방을 쫓고 있는 보안관 에드도 있어요.

영화는 무척이나 괴이하면서도 집중을 요구합니다. 배경음악이 조금도 없지만 그 침묵은 긴장으로 꽉 차 있어요. 안톤 시거가 심드렁한 표정으로 죽음의 문답을 하는 장면은 정말이지 활시위처럼 긴장이 팽팽하게 당겨져 있지요. 사냥꾼의 법칙을 잘 알고 있는 르웰린의 도주는 무척이나 능숙하지만, 그만큼이나 능숙하고 또한 강력한 추적자와의 게임은 쉽지 않습니다.

이 영화의 인물, 사건, 이야기는 어딘지 모르게 기이하지만 정말이지 꽉 통제되어 있습니다. 가장 예측할 수 없는 사이코패스인 안톤은 불가해하지만 확실한 원칙 아래 움직이는 사내에요. 그는 단호하고 예외를 용납하지 않으며 그로인해 생기는 모든 불편함을 감수하는 사내입니다. 그것은 르웰린도 마찬가지이지요. 코엔형제는 르웰린의 아내의 입을 빌어 그들의 유사함을 지적합니다. "내 남편도 포기를 모르는 사람이에요."

에드의 경우에는 노회한 전문가의 모습입니다. 대를 이어오는 보안관인 에드는, 마찬가지로 자신의 원칙과 직업의식을 가진 사내입니다. 하지만 그는 세상이 자신의 원칙으로 재단할 수 없을 정도로 변하고 있다는 사실을 느끼고 있어요. 그는 혼란하고, 또한 피로합니다. 이리저리 뛰어다니면서도 결국 르웰린을 죽음으로 부터 도피시키지 못하자, 그는 불현듯 은퇴를 결심합니다. 그리고, 영화는 그만큼이나 불현듯 끝나버립니다.

영화의 메시지는 그 꽉 짜인 형식이나 인물과는 달리 묘하게 단조롭습니다. 세상은 변하고, 이제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는 것. 세상은, 이제 노인이 감당하기엔 너무 빨리 혹독하게 변해간다는 것. <다이하드 4.0>에서 존 맥클래인은 자신의 구식 액션으로 시대의 흐름을 정면으로 횡단했지요. 하지만 에드는 바로 그 자리에서 멈춰서고 물러섭니다.

이 영화의 결말이 그렇게나 갑작스러웠던 것은 여러모로 현명한 결정입니다. 적당히 장르의 공식을 비트는 결말이기도 하고... 아마 원작 소설 속의 결말은 그렇게 까지 느닷없지는 않았을 거에요. 하지만 스크린 위에서 조금은 과격한 편집으로 결말이 주어지자 그 맛이 굉장히 좋습니다. 사실 이야기를 늘이거나 조금이라도 더 감상적이 되었다면 굉장히 지루한 변명처럼 보일 수도 있을 거에요.

by 이녘 | 2008/03/03 16:13 | For movie | 트랙백 | 덧글(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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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ed by 여관주인 at 2008/03/17 01:47
<복학생을 위한 학교는 없다>.
포스터 패러디 해봐라ㅋㅋ. 국문환상곡 2탄이 나올 때가 되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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