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가 돌아온다.

 

영구의 귀환인가요. 심형래는 그 자신이 감독하고 주연하는 <라스트 갓파더>로 다시 돌아온다고 합니다. 한국수출보험공사의 보험대상 1호로 지정되어서요. 기사에 따르면 <라스트 갓파더>는 비록 수익분기점을 넘지 못하더라도 투자금의 70퍼센트를 보험으로 복구할 수 있다고 합니다. 굉장하죠?

심형래는 나름 용단을 내린 것 같습니다. 그는 영화감독으로 전향한 이래 크고 화려한 영화에 집착해왔습니다. 영화에서 개그의 채도를 점점 낮추고 헐리웃처럼 보이는 모양새를 획득하는 것이 그 목표였죠. <D-WAR>는 그 정점에 서 있습니다. 하지만 그의 필모그래피의 정점에 있는 <영구와 땡칠이>나 <우뢰매>가 어디 모양새가 그럴싸해서 인기를 끌었던 것은 아닙니다. 영구라는 걸출한 캐릭터가 있었고 심형래의 단련된 슬랩스틱 연기가 있었기에 가능한 결과였죠. 그 눈에 띠게 엉성한 연출은 구수한 키치냄새를 팍팍 풍겼습니다. 무엇보다, 어린이들이 참 좋아했지요.

대충 얘기를 들어보니 <라스트 갓파더>는 '영구, 미국에 가다'쯤 되는 모양입니다. 심형래가 롤모델로 삼고 있는 작품은 바로 '미스터 빈', 나쁠 것 없습니다. 물론 '미스터 빈'은 영어문화권의 영국에서 크게 성공한 캐릭터였고 애초에 굉장히 친숙한 문화경험이며, 또한 그러한 모델이 계속 나와 생산되고 있는 것도 아니고 심형래의 영어연기 또한 굉장한 리스크이지만... 뭐 이거야 아무도 확신을 할 수 없는 부분이니까요. 걱정은 되지만 응원을 할 수도 있는 부분입니다.

제가 가장 아리송한 부분은 컴퓨터 그래픽으로 되살린 말론 브란도입니다. 아니. 미스터빈 식 영화에 컴퓨터 그래픽 말론 브란도가 나와야 하는 이유가 뭡니까. <누가 로저 래빗을 모함했나>라도 만들고 싶은건가요. 영구식 영화들, <미스터 빈> 시리즈가 재미있는 것은 그들의 영화가 기술적으로 세련되고 어마어마한 컴퓨터 그래픽을 과시해서가 아닙니다. 독특한 캐릭터에 기반하여 일상의 사건들을 종횡무진 가로지르는 그 뻔뻔한 일탈에 있죠. 사실 저런 영화에는 정말 대단한 배우가 참가하는 것이 좋은 일만도 아닙니다. 아릿한 싸구려향, 키치적인 분위기가 제거되는 순간 영화는 힘을 잃고 말 거에요.

심형래가 굳이 '컴퓨터 그래픽 말론 브란도'를 만들어야 하는 이유는... 사실 영화 외적인 이야기입니다. 그의 '영구아트무비'는 헐리웃 수준의 특수효과를 만들어 내기 위해 만들어진 곳입니다. 그에게는 '영구아트무비'의 기술력을 계속해서 사용해야하는 사업가적 책임이 있지요. 그런 이유로, 심형래는 자신의 영화에 맞건 맞지 않건 CG작업을 통해 돈을 쏟아붇고 회수할 아이템을 만들어내야 한다는 이야기입니다. 이건 무척 기형적이에요. 그가 기획하는 영화는 로맨스건 코미디건, 다큐멘터리건 일단 컴퓨터 그래픽이 들어가야 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영구아트무비'라는 수백억원이 투자된 인력집단이 놀게 되거든요.

심형래도 바보가 아닌 이상 지난 <D-WAR>의 실패로 무엇인가를 깨달았을 것입니다. 제 생각에 그가 내릴 수 있는 최선의 선택이란 영구아트무비를 외주를 받는 회사로 바꾸어 그 대단한 컴퓨터 그래픽이 필요한 곳과 같이 일하는 것이고 그는 그가 만들 수 있는 영화를 만드는 것이겠습니다만... 스스로 왕따를 자처하고 언론플레이를 통해 충무로와의 사이를 일부러 더욱 벌려놓은 그는 어찌되었든 영구아트무비를 자급자족적인 영화기계로 만들어야 하는 거에요. <라스트 갓파더>는 그 딜레마가 모두 모여 전시되는 기획입니다.

뭐, 심형래도 바보가 아닌 이상(2) 이 영화를 컴퓨터 그래픽으로 도배할 생각은 없을 것입니다. 애초에 그럴 수 있는 기획도 아니구요. 하지만 그가 바보가 아닌 이상 그 우스꽝스럽고 불필요한  '컴퓨터 그래픽 말론 브란도'를 넣지 않을 수도 없을 거에요. 이건 생각보다 훨씬 복잡한 문제입니다. 심형래의 입장에서는요.

by 이녘 | 2008/03/15 11:05 | For movie | 트랙백 | 덧글(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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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ed by DAIN at 2008/03/16 01:51
[용가리 원정대], [이무기의 탑], [영구의 귀환] 3부작으로 끝나는 게 맞겠죠. 맞을 겁니다.
Commented by 이녘 at 2008/03/16 12:19
그거 그럴싸 한걸요. 영구 트릴로지가 되어버리면 대략 난감.
Commented by 여관주인 at 2008/03/17 01:45
네티즌, 블로거들의 이런 관심 자체가 소위 말하는 '심형래 담론'을 끊임없이 재생산해내는 거라구!
'괄호를 치고' 보면 B-급의 어린이용(또는 가족용) 오락영화일 뿐인데 말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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