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타의 매

 

사립탐정인 샘 스페이드는 동료인 마일스 아쳐와 함께 사립탐정 사무실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시작과 함께 브리짓이라는 여자가 그의 사무실을 찾아오고, 그녀는 서스비 라는 사내와 함께 사라진 자신의 동생을 찾아달라는 의뢰를 합니다. 그 날 서스비의 미행에 나선 마일스는 총격을 당해 사망하고, 그가 미행하던 서스비도 사망합니다. 경찰들은 샘 스페이드가 마일스의 아내인 이바와 내연의 관계였다는 제보를 받고는 그를 의심하기 시작합니다.

자, 이렇게 <말타의 매>는 시작합니다. <말타의 매>는 누아르 영화의 거의 모든 것을 갖추고 있습니다. 쿨하고 시니컬한 주인공, 팜므 파탈, 무능한 경찰, 속임수, 돈. 이 모든 클리셰들을 갖추고 있으면서도 <말타의 매>는 굉장히 생생하고 힘있는 영화가 됩니다. 저는 이 점을 샘 스페이드를 연기한 험프리 보가트에게 돌리고 싶어요. 그의 샘은 정말이지 기가 막힙니다. 그는 저 모든 약호들을 홀로 가로지릅니다. 그는 동료의 죽음에 슬퍼하지도 않으며 경찰을 무작정 혐오하지도 않고 돈을 밝히면서도 집착하지 않습니다. 홀연히 사랑에 빠졌다가도 냉담하게 발을 뺍니다. 그는 어떠한 순간에도 자신의 속내를 열어보이지 않아요. 브리짓이나 캐스퍼 거트먼의 입을 빌려 말하자면 '예측할 수 없는' 사람이라고 합니다. 이것은 그가 발 담구고 있는 속고 속이는 장르 세계에서 크나큰 장점입니다. 샘 스페이드는 모두가 모두를 속이는 이 세계에서 단연 빛나고 있습니다. 그는 굉장히 능숙한 전문가입니다. 쉴 새 없이 지껄이고 연기하고 사람들을 속여서 자신이 원하는 것을 얻는 이 자는 언뜻 이 뻔해보이는 이야기에 생생한 힘을 불어넣어요. 그는 쓸데없이 정의감에 넘치지도 않고 순진하지도 않으며 그렇다고 완전히 속이 닳은 것도 아닌 인물입니다. 재미있어요.

조연들의 연기도 재미있습니다. 브리짓과 카이로, 거트맨 등의 악당들은 적당히 스테레오타입입니다만, 굉장히 능숙하고 천연덕스럽게 연기되고 있습니다. 특히 카이로의 장난스럽고 거트맨의 거창한 몸짓들은 영화를 보는 내내 계속 웃음을 실어줍니다. 카이로의 게이농담 같은 경우엔... 이 시기에도 이런 종류의 농담이 자연스러운 것이었나요? 너무 천연덕스럽게 나와서 오히려 어리둥절 했어요.

하여튼 1941년도에 만들어진 이 작품은 놀랄만큼 능숙하고 장르적으로 세련되어 있습니다. 이러니 거장이요, 명작인 것이겠지요. 이 영화는 존 휴스턴 특별전이 하고 있는 서울 아트시네마에서 보았습니다. 앞으로도 몇몇 영화를 더 보러가야겠어요. 비교적 초기작인 이 영화의 수준이 이 정도이니 작가로서 완성되어가는 시기의 영화를 한 번 보고 싶습니다.

by 이녘 | 2008/03/16 12:08 | For movie | 트랙백 | 덧글(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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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ed by 카방글 at 2008/03/16 13:44
열린책들에서 원작 번역해서 냈더만. 제목은 '몰타의 매.'
Commented by 여관주인 at 2008/03/17 01:43
이거 한 십오년 전쯤에 어린이용-_- 추리소설전집에 실려있던걸 읽은 기억이 나는군;;
영화도 재미있으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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