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11월 16일
렛 미 인 Let me in

스웨덴의 열두살난 소년 오스칼은 반 급우들에게 괴롭힘을 당하고 있습니다. 소심한 성격의 오스칼은 아무도 없는 곳에서 자신이 당한 폭력을 허공에 다시 쏟아내며 살아가고 있어요. 그러던 오스칼의 이엘리라는 소녀가 나타나고, 그 둘은 서서히 가까워지게 됩니다. 이엘리의 조언에 힘을 얻은 오스칼은 보란듯이 용기를 내어 자신을 괴롭히던 아이를 때려눕혀요. 여기까지 이야기를 들으면, "렛미인"은 어느 스웨덴 소년의 성장담인것만 같습니다. 하지만 이엘리는 나이를 알 수 없는 뱀파이어이고, 사람을 물어 죽이는 괴물이에요! 그녀의 보호자인 호칸은 사내아이들의 목을 베어 피를 받아서 이엘리에게 바치고 있습니다. 호칸이 실패해서 피를 가져오지 못하는 날이면 이엘리가 직접 사람의 목을 뜯어 피를 빨아요.
"렛미인"은 예쁘장한 십대의 비쥬얼과 피와 살점이 튀기는 호러를 그대로 결합하고 있습니다. 그 결과물은 무척 예쁘기만 합니다. 사지절단의 강도가 약하지는 않지만 "렛미인"은 정말이지 예쁜 영화에요. 덤덤하게 배경으로 삽입된 스웨덴의 설경은 굉장히 아름답습니다. 북유럽 특유의 금발과 창백한 피부의 오스칼이나 검은 머리칼의 이국적인 소녀 이엘리도 무척 그림이 예쁘구요. 외롭고 고립된 두 아이가 수줍고도 무조건적인 애정을 쌓아나가는 장면은 무척 인상적입니다. 특히 이엘리가 자신의 사랑을 증명하기 위해 초대없이 오스칼의 집으로 들어가는 장면은 무척 힘이 있어요.
영화는 조금은 수줍고, 거의 무조건적인 이들의 사랑을 닮았습니다. 카메라는 차가운 스웨덴의 날씨만큼이나 일정한 거리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이엘리와 호칸이 죽이는 사람들은 모두 존중받을 만한 삶을 살아가고 있었습니다. 그들에게 닥치는 죽음은 마치 맹수에게 사냥당한 초식동물의 운명과도 같아요. 오스칼이 당하는 괴롭히던 아이들은... 그들은 물론 죄를 저지르고 있었지만 영화의 피날레에서 대청소를 당할 만큼의 죄인은 아니었지요. 전 이렇게 어린아이가 시원시원하게 죽어나가는 영화는 처음이에요. 예전에 "진저스냅"을 보면서 개가 학살당하는 모습에 신기해하였던 기억이 나네요. 하여튼 이 영화는 일반적인 윤리와 도덕률을 가볍게 뛰어넘어버립니다. 어떤 공정성을 송두리째 배제해버리고 나서는 두 아이의 절실한 애정에 초점을 맞추는 거에요. 비록 그 표현은 서툴고 수줍지만 그들의 애정은 어른들의 사랑만큼이나 진지하고 헌신적입니다. 어쩌면 이 영화는 장르적으로 호러이기 보다는 소년소녀의 연애담에 가까울거에요. 하지만 그들의 사랑이 정말로 아름다워보이는 것은 오스칼과 이엘리가 사회적 윤리들을 송두리째 무시하고 있다는 점에 있습니다. 어른들의 사랑은 그럴 수는 없거든요. 아이들의 순수함, 무조건적인 애정은 모든 제약을 가로지릅니다.
저는 사실 이엘리가 사냥당하는 엔딩을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영화는 제 예상을 빗겨갔어요. 으음... 마지막 장면은 굉장히 밝고 희망차 보이지만 사실 저에게는 또 다른 비극을 암시하는 것만 같습니다. 호칸을 보세요. 그가 이엘리의 아버지인 것 같지는 않고... 제 생각에는 오스칼과 같이 어린시절 이엘리를 친구로 삼았던 사람이겠지요. 그는 무신경한 살인자가 되어 이엘리에게 헌신하는 삶을 살아갑니다. 자신의 삶을 송두리째 바쳐서요. 하지만 그에게 돌아오는 것이라고는 이엘리의 짜증과... 거의 무한정한 자기희생 뿐이지요. 그는 자신의 얼굴이 밝혀지자 더 이상의 수사망이 좁혀지는 것을 막기 위해 일부러 경찰에게 잡히며 얼굴에 염산을 쏟아 신원확인을 막아버립니다. 그리고 자신을 찾아온 이엘리에게 목숨을 바치죠. 이 얼마나 허망한 운명입니까. 저는 호칸이 사실상의 자살을 하러 떠나며 이엘리에게 던졌던 말을 기억해요. "오늘은 그 소년을 만나러 가지 말아줘" 였어요. 이엘리를 위해 평생을 바쳐온, 아무것도 가지지 못한 남자의 마지막 소망이었던거죠. 자신을 기억해달라는. 자, 우리의 오스칼이 수십년 뒤 저렇게 되지 말라는 보장은 또 어디있답니까?
조금 매정하게 말했지만 호칸의 죽음은 충분히 이 로맨스의 일부가 될 수 있습니다. 이엘리의 사랑은 무조건적인, 그리고 언제든 쉽게 실증날 수 있는 어린아이의 사랑인 것이지요. 어른이 되어서도 그 사랑을 지키기 위해 스스로를 희생하는 호칸의 이야기는 충분히 아름답습니다. 이렇게 로맨틱한 연쇄살인마가 또 어디있겠어요?
그리고... 어쨋거나 이 영화의 주인공이 오스칼과 이엘리라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되겠지요. 마지막, 그 둘의 여행은 무척 따스해보입니다. 피눈물을 흘리는 이엘리에게 안기던 오스칼의 모습은 정말 뭉클했구요. 저는 오랜만에 예쁜 호러영화를 볼 수 있어서 무척 기뻤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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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렛미인 by 마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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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렛 미 인(Let The Right One In, Lat Den Ratte Komma In) by 다찌냥
# by | 2008/11/16 22:25 | For horror | 트랙백(1) | 덧글(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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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 [리뷰] 렛 미 인 (Let The Right On..
왕따 소년과 뱀파이어 소녀(성별의 구분이 무의미하지만)의 사랑이야기를 다룬 "렛 미 인"은 영상미와 서정적인 정서, 호러적 장치를 절묘히 활용하는 연출력이 돋보이는 영화입니다. 영화는 올해 부천국제영화제를 비롯해 다수의 해외 영화제에서 큰 호평을 받았습니다. 12살의 오스칼은 부모님의 이혼 후, 엄마와 함께 살고 있습니다. 오스칼은 학교에서 왕따로 괴롭힘을 당하고 있고 그는 직접적으로는 자신을 괴롭히는 아이들에게 반항하지 못하고, 그저 집에서 ......more
저는 이엘리가 나이가 많다라는 부분에서 오싹함을 느꼈어요. 제가 어른-_-이어서 그런것인지는 모르지만 이엘리는 나이가 많은, 오래 살아온 흡혈귀이기 때문에 오스칼 정도 자기 마음대로 좌지 우지 하는 것은 일도 아니겠지요. 그들의 애틋함이 보이지 않았던 것은 아니지만, 전 좀 다른 시선으로 보았던. 이엘리가 호칸에게 막하는 것을 보면서 더 그랬구요...
그리고 이엘리는 원래 남자라네요. 원작 소설에서. 이녘님이 보셨던 음모같은 것은 거세의 흔적이라는 설이.(제가 확인을 하지 않았으니 으음... 카더라 통신쯤 됩니다. 출처는 네이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