렛미인 번역 -2-

 

하칸은 길이 잘 보이는 곳을 발견했다. 하칸은 나무로 둘러싸인 빈 공터를 발견하고는 그곳에 그의 장비를 내려놓았다. 그는 작은 할로세인 가스통을 꺼내 코트 안쪽 홀스터에 끼웠다.

이제 기다리는 일만 남았다.

 

나도 예전에는 어른이 되고 싶었지.

엄마 아빠처럼 똑똑해지고 싶었어.

 

하칸은 학교를 졸업한 이후 한 번도 저 노래를 부르는 사람을 보지 못했다. 앨리스 테그너였던가? 하칸은 이제는 사라져버린, 아무도 부르지 않는 멋진 노래들을 생각했다. 이제는 사라져버린 많은 것들을 생각했다.

이 세상은 아름다운 것들을 가꾸지 않아. 위대한 예술가들의 작품들이 풍자되거나 광고에 쓰인다. 미켈란젤로의 “아담의 창조”가 청바지에 새겨지는 식이다.

저 그림의 진정한 아름다움은 두 신성한 육체의 손가락이 서로 마주칠 듯 닿지는 않는다는 것에 있었다. 그 간격은 몇 밀리미터에 불과하지만 또한 무한한 거리이기도 하다. 그리고 그 틈. 그것은 생명이다. 그 조각같은 거대한 육체와 풍부한 세부묘사는 그저 액자나 배경일 뿐, 그 가운데에 있는 잔인한 공허를 강조하기 위한 수단에 지나지 않는다. 공허함이 모든 것을 감싸안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그 모든 위대함은 누군가의 청바지 위에 그려져 있기도 하다.

누군가가 길에 나타났다. 하칸은 납작하게 업드렸다. 그의 심장소리가 쿵쾅거리며 귀를 울렸다. 안 돼. 개를 끌고가는 노인이다. 애초부터 잘못된 한 쌍이다. 우선 개를 조용히 만들어야 할 것이고, 피의 썩 좋지 않을 것이다.

수지가 맞지 않아.

하칸은 시간을 확인했다. 두 시간 안에 밤이 찾아올 것이다. 다음 한 시간 동안 적당한 사람이 나타나지 않는다면 하칸은 가능한 아무나 해치워야 할 것이다. 어두워지기 전에 집으로 돌아가야만 하기 때문이다.

노인이 무언가 말했다. 나를 본 것일까? 아니. 그는 개에게 말을 거는 것 뿐이었다.

“이제 기분이 좀 나아졌니? 이제 집에 가야한단다. 그렇지? 집에 가면 이 아빠가 너에게 큰 소세지를 주마.”

하칸은 손을 들어 자신의 머리를 감싸고 한숨을 쉬었다. 그 바람에 위로 말려 올라간 할로세인통이 하칸의 가슴을 짓눌렀다. 불쌍한 늙은이. 봐줄 구석이라고는 아무데도 없는 세상의 불쌍한 사람들.

하칸은 몸을 떨었다. 오후 들어 바람은 계속 차가워졌고 하칸은 레인 자켓을 가져가야 하는지 고민했었다. 하지만 그것은 하칸의 움직임을 둔하게 만들것이고 필요한 순간에 빨리 움직이지 못하게 만들 것이다. 그리고 사람들의 주목을 끌 수도 있었다.

이십대로 보이는 여자 둘이 나타났다. 아니. 둘을 상대할 수는 없다. 두 여자의 이야기 소리가 들려왔다.

“일단...애를 지우진 않을...”

“너무했다. 남자도 알아야...”

“그 애 잘못도... 약을 먹지 않았...”

“하지만 그는...”

“말이나 돼? 그 녀석과 결혼이라니?”

임신한 여자. 책임을 지지 않으려는 남자. 이야기는 그랬다. 언제 어디서나 벌어진다. 누구나 그 자신 외에는 신경쓰지 않는다. 내 행복, 내 미래만이 살피는 모든 것이다. 진정한 사랑은 아무런 조건없이 자신의 생명을 상대의 발 아래 바치는 것이다. 요즘 사람들은 절대로 그럴 수 없다.

추위가 하칸의 늑골 속으로 스며들었다. 레인코트가 있건 없건 그는 굼떠질 것이다. 하칸은 손을 코트 안으로 집어넣어 가스탱크의 손잡이를 눌렀다. 새는 소리. 작동한다. 하칸은 손을 떼었다.

그는 제 자리에서 폴짝폴짝 뛰며 양팔을 품 안으로 집어넣었다. 제발 누군가 오기를. 혼자. 하칸은 시계를 살폈다. 삼십분이 남았다. 제발. 생명과도 같은 내 사랑을 위해.

 

하지만 내 심장 속, 내가 되고 싶은 아이는

신이 사는 천국에서 살고 있지

 

바로 그 때 오스칼은 스크랩북을 모두 읽고 사탕을 전부 먹어치웠다. 바깥은 어느새 어두워지고 있었다. 단 것을 너무 많이 먹으면 언제나 그렇듯, 오스칼은 약간 어지러웠고 죄책감을 느꼈다.

엄마는 두시간 안에 집에 올 것이다. 저녁을 엄마와 함께 먹고 나서 영어와 수학 숙제를 하러 갈 것이다. 그리고 엄마와 같이 TV를 보거나 책을 읽을 것이다. 하지만 오늘 TV에는 재밌는 프로그램이 하나도 하지 않는다. 오스칼은 엄마와 같이 시나몬 롤을 넣은 코코아를 마시며 이야기를 나눌 것이다. 그 후에 오스칼은 잠을 자러 갈 것이다. 하지만 다음날 걱정 때문에 쉽게 잠에 들 수 없을 것이다.

이 때 부를 수 있는 누군가가 있다면. 오스칼은 물론 요한에게 전화를 걸 수 있었다.

요한은 오스칼의 급우이다. 요한과는 재미있게 놀곤 했었다. 하지만 요한은 정말 아무것도 할 게 없을 때를 제외하고는 오스칼을 부르지 않는다.

아파트는 조용했다. 아무일도 일어나지 않는다. 오스칼은 콘크리트 벽으로 둘러싸여 있다. 오스칼은 손을 무릎에 대고는 침대 위에 앉았다. 사탕 때문에 배가 무겁게 느껴졌다.

만약 어떤 일이 일어난다면, 바로 지금일 것이다.

오스칼은 숨을 멈추고 귀를 쫑긋 세웠다. 공포가 끈적끈적하게 오스칼을 짓눌렀다. 무엇인가 오고 있었다. 보이지 않는 가스가 벽으로부터 스며나와 형체를 이루어서는 오스칼을 삼켰다. 오스칼은 뻣뻣하게 앉아서 숨을 죽이고는 귀를 기울였다. 기다렸다.

그건 지나갔어. 오스칼은 다시 숨을 내쉬었다.

오스칼은 부엌으로 나가서 물을 한 잔 마시고 가장 큰 부엌칼을 꺼내들었다. 오스칼은 아버지가 가르쳐준 그대로 손톱으로 날이 잘 갈렸는지 확인했다. 멍청이. 오스칼은 샤프너에 칼을 몇 번 간 후에 다시 확인했다. 칼은 오스칼의 손톱을 얇게 저며냈다.

좋아.

오스칼은 신문지를 접어 칼집처럼 만들었다. 칼을 집어넣고 테이프로 붙인 뒤 왼쪽 엉덩이에 찔러 넣었다. 손잡이만이 바깥으로 비죽 나와있었다. 오스칼은 걸어보았다. 칼날이 그의 왼쪽 다리를 찔러대었기 때문에 오스칼은 칼을 허벅지 쪽으로 밀어내렸다. 불편하지만 효과는 있었다.

오스칼은 거실에 놓아둔 자켓을 걸쳤다. 그리고는 자기 방에 떨어져 있는 수많은 사탕껍질들을 떠올렸다. 오스칼은 자신이 돌아오기 전에 엄마가 집에 올까봐 그것들을 모두 주워 주머니에 쑤셔 넣었다. 숲에 있는 바위 밑에 쑤셔넣으면 감쪽같을 것이다.

오스칼은 남기고 떠나는 것이 없는지 다시 한 번 확인했다.

게임은 이미 시작 되었다. 오스칼은 잔인한 연쇄살인마이다. 오스칼은 이미 열네명의 사람들을 칼 한자루로 어떤 증거를 남기는 일 없이 죽여 없앴다. 한 올의 머리카락, 혹은 사탕껍질을 남기는 일 없이. 경찰은 그를 두려워하고 있다.

오스칼은 이제 다음 번 차례를 고르기 위해 숲으로 나가고 있다.

이상하게도 오스칼은 다음 녀석의 이름과 생김새를 알고 있다. 머리가 길고 잔인한 눈을 가진 조니 포르스버그. 녀석은 필시 살려달라고 빌고, 돼지처럼 꿀꿀댈 것이지만 소용없는 짓이다. 칼날은 조니의 마지막 단말마를 가로챌 것이고 대지는 그의 피를 들이실 것이다.

오스칼은 저 문장을 어떤 책에서 읽었다.

대지는 그의 피를 들이마실 것이다.

오스칼은 문을 잠구고 바깥으로 나가는 동안 주문 처럼 저 문장을 되풀이 중얼거렸다.

“대지는 그의 피를 들이마실 것이다. 대지는 그의 피를 들이마실 것이다.”

그가 정원에 나가기 위해 사용하는 길은 건물의 오른쪽 끝에 있었다. 하지만 오스칼은 왼쪽으로 꺾어서 두 개의 빌딩을 지나서 차들이 지나다니는 곳을 넘어갔다. 안 쪽의 벽을 지나서. 이브셍가탄을 지나 언덕 쪽으로 계속 걸어간다. 바깥쪽 벽을 빠져나간다. 숲이 나올 때 까지 계속 걷는다.

대지는 그의 피를 들이마실 것이다.

오늘 들어 두번째로 오스칼은 거의 만족스러웠다.

 

+

 

하칸이 스스로 정한 제한 시간 까지 10분도 남지 않았을 때 소년 하나가 나타났다. 하칸이 보기에 열세살 아니면 열네살 쯤 되었다. 완벽해. 하칸은 길 저편으로 가서 그의 사냥감을 기다릴 계획을 세웠다.

하지만 그의 다리는 정말이지 무거워져 있었다. 소년은 거리낌없이 걸어가고 있었기 때문에 하칸은 서둘러야만 했다. 매초마다 하칸이 성공할 확률은 줄어들고 있었다. 그러나 하칸의 다리는 그저 움직이길 거부하고 있었다. 하칸은 마비된 듯 서서 사냥감을 바라보았다. 완벽한 사냥감. 녀석은 앞으로, 그가 있는 곳을 향해 다가오고 있었다. 조금만 지나면 너무 늦어버린다.

해야만 해. 해야만 해. 해야만 해.

만약 하지 않는다면, 아마 스스로를 죽여야할지도 모른다. 빈 손으로 집에 돌아갈 수는 없었다. 그렇게 되어있다. 하칸 아니면 저 소년이 되어야 할 것이다. 가서, 잡아라.

하칸은 마침내 움직이기 시작했지만 너무 늦어버렸다. 하칸은 자연스럽게 소년과 마주치지 못했다. 대신 다리를 절면서 숲을 헤치며 소년을 향해 달려갔다. 바보같이. 서투른 바보 같으니. 이제 소년은 방어적이 되었고 하칸을 의심하고 있었다.

“거기 자네!” 하칸은 소리내어 소년을 불렀다. “실례하겠네.”

소년은 멈추었다. 하칸은 소년이 도망치지 않은 것에 대해 안도했다. 하칸은 무엇인가 말해야 했다. 무언가 물어보아야만 했다. 하칸은 길 한가운데에서 경계심을 품고 서 있는 소년을 향해 따라잡기 시작했다.

“미안한데... 지금이 몇 시인지 말해주겠나?”

소년은 하칸의 손목시계를 쳐다보았다.

“아, 이건 보다시피 고장났어.”

소년은 하칸의 시계를 바라보며 바짝 긴장했다. 하칸은 아직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하칸은 소년의 대답을 기다리며 코트 안 쪽으로 손을 집어넣고 검지를 손잡이에 대었다.

 

+

 

오스칼은 언덕을 내려가며 인쇄소를 지나 숲으로 향하는 길에 다다랐다. 배를 짓누르던 느낌은 사라졌다. 대신 흥분된 고양감이 그 자리를 차지했다. 숲으로 다가갈수록 환상은 몸집을 불려나갔고 그것은 거의 진짜처럼 느껴졌다.

오스칼은 살인자의 눈으로 세상을 보았다. 그것은 열세짜리 아이의 상상력이 허용하는 만큼의 살인자의 눈이었다. 오스칼이 조종할 수 있는 세계, 그 세계는 오스칼이 무서워 벌벌 떨고 있다.

오스칼은 조니 포르스버그를 찾기 위해 숲을 걸어가기 시작했다.

대지는 그의 피를 들이마실 것이다.

주변은 어두워지기 시작했다. 오스칼은 주변의 나무들이 마치 조용한 구경꾼들 같이 느껴졌다. 그의 작은 움직임에도 깜짝 놀라고 자신이 희생양이 되지 않을까 두려워하고 있었다. 하지만 살인자는 그들을 지나쳐갔다. 살인자는 이미 자신의 목표를 포착하고 있었다.

조니 포르스버그는 언덕 위에서 엉덩이에 손을 걸친 채 이상야릇한 미소를 띠고 있었다. 오늘도 평소와 같은 식이 될꺼라고 생각하는 듯이. 오스칼을 넘어뜨리고 코를 잡고는 솔입과 이끼를 입에 집어넣는 따위의 일들을 하려고. 하지만 이번 만큼은 아니다. 지금 조니를 향해 걸어가고 있는 사람은 오스칼이 아니다. 그는 살인자이다. 살인자의 손은 단단하게 칼자루를 움켜쥐고 있었다.

살인자는 느릿느릿하게 발을 끌며 조니를 향해 다가가 눈을 똑바로 바라본다. 그리고 말한다. “안녕, 조니.”

“여어, 돼지새끼. 누가 이렇게 늦게 다니래?”

살인자는 칼을 꺼낸다. 찌른다.

 

+

 

“다섯시 십오분이에요.”

“아, 고마워.”

 

소년은 떠나지 않았다. 단지 그곳에 서서 하칸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 동안 하칸은 소년에게 가까이 갈 수 있는 시간을 벌었다. 소년은 꼼짝도 않고 서서 자신을 향해 닥사오는 하칸을 바라보았다. 무언가 잘못되었어. 당연히 소년은 무엇인가 잘못되었다는 것을 느꼈다. 사내는 숲 한 중간에서 갑자기 시간을 물어보기 위해 뛰쳐나왔고, 지금은 마치 나폴레옹처럼 손을 코트 안 쪽에 찔러넣고 있었다.

“그거 뭐죠?”

소년은 하칸의 심장 쪽을 가리켰다. 하칸은 머리가 하얗게 되는 것을 느꼈다. 하칸은 이제 무엇을 해야 하는지 알 수 없었다. 하칸은 가스통을 꺼내 소년에게 보여주었다.

“대체 그게 뭐에요?”

“할로세인 가스야.”

“그것을 왜 가지고 있는데요?”

“이건...” 하칸은 가스 흡입구에 거품이 이는 것을 느끼면서 무엇을 말해야하는 지를 생각했다. 거짓말을 할 수는 없었다. 그것은 하칸에게 일종의 저주였다. “이건 내 일 때문이야.”

“어떤 일이요?”

소년은 어쩐지 긴장을 푸는 것 같았다. 그는 하칸의 이 숲 속에 숨겨놓은 것과 비슷한 스포츠 백을 들고 있었다. 하칸은 가스통을 든 손으로 소년의 가방을 가리켰다.

“운동을 하러 가는 길인가?”

하칸은 소년이 아래로 고개를 숙였을 때를 놓치지 않았다. 한 손으로는 소년의 뒷머리를 붙잡고 흡기구를 든 손으로는 그의 입을 짓눌렀다. 하칸은 손잡이를 당겼다. 마치 큰 뱀이 혀를 날름거리는 것같은 소리가 들리며 가스가 빠져나왔고 소년은 빠져나오려고 용을 썼지만 그의 머리는 독사의 아가리와 같은 하칸의 손에 잡힌 채였다.

소년은 뒤로 몸을 날렸지만 하칸은 뒤쫓아갔다. 뱀처럼 쉿쉿거리는 소리는 숲에서 나는 모든 소리를 집어삼켰다. 하칸의 손은 계속 소년의 머리를 붙잡고 있었다.

크게 숨을 몇번 들이쉬고 나자 소년의 몸은 하칸의 팔 위에서 축 늘어졌다. 하칸은 흡기구를 소년의 입에서 떼지 않은채 주변을 둘러보았다.

아무도 없다.

쉿쉿거리는 소리는 마치 편두통처럼 하칸의 머리속에서 울려대었다. 하칸은 손잡이를 고정시키고 한 손을 소년의 밑으로 빼내어 흡입구의 고무줄을 소년의 머리 뒤에 씌웠다. 흡입구는 고정되었다.

하칸은 그의 희생자를 들어 일으켰다. 팔이 아파왔다.

소년은 하칸의 팔에 매달려 있었고, 그 얼굴에는 가스 흡입구가 코와 입에 걸쳐서 들러붙어 있었다. 가슴에는 할로세인 가스통이 올려져 있다. 하칸은 한 번 더 주변을 확인하고 소년의 가방을 들어올려 배 위에 올려놓았다. 하칸은 소년을 들어올려 숲 속 공터를 향해 끌고가기 시작했다.

소년의 몸은 하칸이 생각했던 것 보다 무거웠다. 근육질의 몸이 축 늘어졌기 때문이다.

하칸은 마치 전기톱 처럼 쉭쉭 거리는 할로세인 가스의 새는 소리를 들으며 소년의 몸뚱이를 질척질척한 공터의 바닥으로 가져갔다. 하칸은 숨을 거칠게 쉬며 그 소리를 듣지 않으려 했다.

팔에 감각이 없어지고 옷이 땀에 흠뻑 젖을 정도로 힘을 쓰고 나서야 하칸은 소년을 목적지까지 끌고올 수 있었다. 하칸은 가장 공터의 가장 깊숙한 곳에 눕혔다. 주변은 조용했다. 소년은 가슴을 오르내리며 편안히 숨쉬고 있었다. 이대로 놓아두면 약 8분 안에 소년은 정신을 차리게 될 것이다. 그러나 그렇게 내버려 둘 수 없다.

하칸은 소년 옆에 웅크리고 얼굴을 찬찬히 뜯어 살피며 손가락으로 어루만졌다. 그리고 몸을 가까이 가져가 소년의 위에 납작하게 엎드린 다음 따뜻하게 약동하는 소년의 몸을 팔로 감싸안았다. 하칸은 소년의 볼에 부드럽게 입을 맞추었다. “날 용서하렴.” 하칸은 그렇게 속삭이고 몸을 일으켰다.

땅 위에 널부러진 무방비한 몸뚱이를 바라보는 하칸의 눈에 눈물이 맺혔다. 하칸은 아직 그만 둘 수 있는 기회가 있었다.

또 다른 세상에서라면.

어느 세상에서는 지금 하칸이 소년에게 하려는 짓을 하지 않고 있을 것이다. 그저 길을 걷다가 땅에 누워있는 소년을 보고 놀라 깨우는, 그런 세상.

하지만 이 세상에서는 아니다. 이 세상에서, 하칸은 자신의 가방으로 다가가 그것을 열어야만 한다. 하칸은 서두르고 있었다. 하칸은 재빨리 그의 레인코트를 열어젖혀 장비들을 꺼냈다. 칼과 로프, 커다란 깔때기, 5 리터들이 플라스틱 물통.

하칸은 모든 장비들을 소년 옆에 늘어세우며 이 어린 소년을 마지막으로 바라보았다. 그리고 하칸은 로프를 집어들고는 그가 해야할 일을 하기 시작했다.

 

+

 

그는 목이 마르고, 마르고, 말랐다. 조니는 첫번째 주먹을 맞자마자 일이 평소와는 다르게 흘러간다는 사실을 깨달앗다. 뺨에 난 상처에서는 피가 흘러내렸다. 조니는 도망치려 했다. 하지만 살인자는 조니보다 훨씬 빨랐다. 몇번의 재빠른 움직임으로 살인자는 조니의 다리의 힘줄을 끊어버렸다. 조니는 쓰러졌다. 괴로움에 몸부림치며 용서를 빌기 시작했다.

하지만 살인자는 관대하지 않다. 조니는 비명을 지른다. 마치 돼지처럼... 살인자는 조니의 몸을 집어던져 대지가 그의 피를 들이마시게 했다.

이건 네가 화장실에서 오늘 나한테 한 짓 때문이야. 이건 네가 주먹 포커 게임으로 날 괴롭혔기 때문에. 그리고 네 입술을 자르겠어. 네가 나한테 했던 그 역겨웠던 말들의 대가야.

 

조니의 몸의 구멍에서 피가 흘러내리고 있었고, 이제는 아무런 못된 짓도 할 수 없을 것이었다. 그는 오래전에 죽어있었다. 오스칼은 마지막으로 조니의 매끄러운 눈알을 꿰뚫었다. 내리치고, 내리치고. 그리고 오스칼은 일어서서 자신이 저지른 짓을 감상했다.

조각조각 나버린 조니의 몸은 잔뜩 잔뜩 썩어버려 구멍이 뚫린 나무 줄기와 여기저기 흩어진 가지를 연상시켰다. 나무 밑에 깔려있는 나무조각들이야말로 조니의 모습과 흡사했다.

오스칼의 오른손, 칼을 쥐는 손에는 피가 흐르고 있었다. 그의 손목 바로 옆에 작은 상처가 나 있었다. 칼을 찌를 때 날이 그의 손바닥을 자른 것이다. 찌르는 데 적합한 칼이 아니다. 오스칼은 혀로 상처를 핥아 피를 닦아냈다. 그가 마시는 피는 조니의 것이다.

오스칼은 신문지로 만든 칼집으로 피를 닦아내고 칼을 집어넣었다. 그리고 집으로 돌아가기 시작했다. 몇 년 전 부터 귀신들린 것처럼 음산하게 느껴졌던 이 숲이 갑자기 피난처나 집처럼 편안하게 느껴졌다. 주위가 정말로 어두워지고 있었지만 조금도 겁이 나지 않았다. 내일 어떤 일이 생길 것인지 조금도 두렵지 않았다. 오스칼은 오늘 푹 잘 수 있을 것이다.

오스칼은 집으로 돌아가기 전에 뒷뜰의 모래상자 모서리에 앉아 마음을 가라앉히기 시작했다. 내일은 더 좋은 칼을 가져갈 것이다. 칼막이가 있는 것으로. 다시 다치는 일이 없도록. 오스칼은 앞으로도 이 일을 계속 할 것이기 때문에.

좋은 게임이었어.

 

by 이녘 | 2009/02/06 14:14 | For fiction | 트랙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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